발표된 지 5개월된 페이스북 리브라의 현재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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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된 지 5개월된 페이스북 리브라의 현재와 전망
  • 이두진 선임
  • 승인 2019.12.12 06:23
  • 조회수 1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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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스테이블코인, 리브라의 등장

 

“돈을 재발명하고 세계 경제를 탈바꿈해 모든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하겠다.”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미국이나 국제적 금융기관이 한 말이 아니다. SNS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1위 기업인 페이스북의 주커버그가 한 말이다. 페이스북은 올해 6월 리브라 프로젝트로 명명된 글로벌 암호화폐 발행 계획을 발표하였고,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출시 징조는 작년부터 있었다. 과거 페이팔의 사장을 지내며 간편결제를 서비스한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스북 부사장이 2018년 5월 페이스북 메신저 부서에서 블록체인 부서로 옮기자, 페이스북이 암호화폐를 준비하는게 아니냐는 소문이 떠돌았다. 그로부터 1년 후, 2019년 6월 페이스북은 리브라 백서와 함께 페이스북 자체 암호화폐인 리브라(Libra)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목표는 ‘금융소외자 계층을 위한 것이다’라고 하지만…

리브라 프로젝트는 금융소외계층을 겨냥하며 포용적 금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월드뱅크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30%인 17억명이 은행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상태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10억명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 리브라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17억명의 금융소외계층을 타깃으로 하여 은행계좌 대신 페이스북을 통해 편리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페이스북은 기존 금융회사들이 고객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이 디지털 경제에서 소외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 리브라 같은 가상화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 리브라가 현실화되면 소외계층뿐만 아니라, 금융거래가 이미 가능한 계층의 지급결제 수단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은 자명하다. 페이스북이 진정으로 노리는 것은 리브라가 글로벌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위치를 확보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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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리브라 홈페이지 메인화면

(소외계층으로 인식되는 흑인여성을 리브라 홈페이지 전면에 표출하며, 금융소외계층을 상징한다)

기존 암호화폐와는 다른 리브라의 특징

리브라는 비트코인 등 기존 암호화폐와는 다른 점이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다는 점은 같지만, 분산 처리방식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기초자산을 토대로 발행된다는 점 등이 다르다.

 

1. 중앙기관에 의한 운영, 관리
 

리브라의 특징 중 하나는 리브라 연합(Libra Association)이라는 중앙기관에 의해 운영, 관리된다는데 있다. 기존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거래 당사자들에 의해 수평적, 자율적으로 사용된다. 의사결정에 관련된 합의도 중앙이 아닌 네트워크 내 다수에게 분산되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형태를 갖는다.


하지만 리브라는 결제, 기술, 전자상거래, 통신부문 등 글로벌 기업들과 비영리 단체, 학술단체 등 20여개 업체로 구성된 리브라 연합의 회원사 노드들로 이루어지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형태로 운영된다. 이는 리브라 연합의 구성의 구성을 통해 화폐 발행 전, 화폐를 관리하는 중앙기관 및 유통시장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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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리브라 연합 참여 업체 및 기관 / 출처: https://www.paymentscardsandmobile.com/global-banks-heap-pressure-on-libra/

리브라 연합에 의해 운영, 관리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의 리브라는 암호화폐가 아니라는 암호화폐 전문가들의 비판도 있지만, 리브라 측은 5년 내 퍼블릭 블록체인 형태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리브라 백서에 언급했다.

2. 실물자산 기반의 화폐 발행

기존 암호화폐는 암호연산을 풀어 코인을 채굴하는 방식으로 화폐를 발행한다. 이러한 방식은 채굴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공급은 고정적이고, 이에 따라 수요에 따른 가격변동이 커진다. 이러한 변동성은 기존 암호화폐를 화폐로써 가치보다 투기자산으로 활용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리브라는 실물자산인 리브라 준비금(Reserve) 기반의 화폐 발행을 통해 기존 암호화폐가 가지고 있는 화폐가치의 변동성 문제를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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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리브라 준비금(Reserve)


리브라 초기 준비금은 리브라 연합에 참여하는 회원들의 출자금에 의해 모인다. 리브라 코인의 초기 발행량은 조달된 준비금 양에 따라 결정된다. 출시 후에는 사용자가 돈을 입금하면 그만큼 리브라 코인이 새로 발행된다. 반대로 사용자가 리브라 준비금에 입금했던 돈을 인출하면 리브라코인도 그만큼 사라지게 된다. 리브라의 공급은 돈으로 리브라를 사고자 하는 수요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리브라 준비금은 미 달러나 유로, 엔화 등 기축통화와 국채, 은행 예금 등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되는데, 이 안정적인 자산은 리브라 코인의 가치와 연동되어 리브라 코인의 안정성을 확보하게 된다.

리브라가 넘어야 할 산

리브라 프로젝트는 당초 2020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각국 정부의 반대 및 생태계 확장의 제약 등으로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이다.


1. 정부 당국의 우려 및 규제

리브라 프로젝트 백서 발표 후 각국 정부, 의회, 금융기구는 즉각적으로 우려를 쏟아냈다. 그 중 리브라가 전 세계 통화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컸다. 통화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일은 국가의 핵심 권한인데, 이를 민간 기업에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G7 등 주요 국가 및 기관에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들을 지지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이 은행이 되길 원한다면 다른 은행들처럼 모든 금융규제를 받아야 할 것.” 이라며 트위터를 통해 반대입장을 밝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와 1:1로 교환이 가능한 디지털 화폐 발행을 준비하고 있고 유럽연합도 공공 디지털 화폐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암호화폐 백트(Bakkt)와 협업을 통해 비트코인을 통한 결제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등 세계 곳곳에서 빠르고 다양하게 움직이고 있다.

통화 질서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 불법거래 행위, 자금세탁 수단으로 활용 가능성 등의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마크 주커버그는 10월 미하원 청문회 사전자료를 통해 “페이스북은 미국 규제당국의 승인없이 전 세계 어디에도 리브라 결제 시스템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 리브라가 국제통화로 자리잡게 되면 리브라의 준비금에 편성된 미국 달러화의 위력이 더 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2. 생태계 확보 문제

리브라 연합은 2020년 출시까지 100개 회원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19년 11월 기준 초기 회원사 28곳 중 페이팔,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이베이, 부킹홀딩스 등 7곳이 리브라 연합에서 탈퇴하며 21개 회원사로 줄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주요 국가들의 리브라에 대한 규제가 탈퇴의 주요 요인이었다. 이에 데이비드 마커스는 기업들의 리브라 연합 탈퇴로 리브라의 운명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 말했지만, 주요 온라인 결제 및 상거래 업체의 이탈로 리브라 생태계 구성 기존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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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리브라 연합 탈퇴 회원

리브라는 실행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리브라 프로젝트가 발표된 지 5개월이 지났다. 리브라와 관련하여 IT기업으로부터의 기술혁신이냐 기존 경제 체계 혼란이냐 사이의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리브라가 단순히 기술혁신을 통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통화체계 및 금융산업을 180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리브라가 연착륙 할 시, 구글이나 아마존 등 IT공룡들도 유사한 형태의 암호 화폐를 출시하여 디지털 화폐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


페이스북 리브라는 과연 글로벌 지급결제의 축을 바꿀 수 있을까? 스타벅스의 선불카드가 미국의 지급결제 사용자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보면 전혀 불가능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통화정책은 각국의 정부가 포기할 수 없는 경제 정책 수단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수준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페이스북 내에서 이루어지는 거래 수단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사용자와 거래 규모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회사와 테크핀, 핀테크 들은 앞으로 페이스북 리브라 등장이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는 관점에서 미래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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