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결제의 원리와 금융시장 인프라의 디지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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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결제의 원리와 금융시장 인프라의 디지털화
  • 투이컨설팅
  • 승인 2019.12.11 08:11
  • 조회수 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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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드로 책 값 지급 할게요. 그리고 최종 결제는 내일 오전 11시쯤 될 거에요”

위의 문장을 읽으면 의문점이 생기지 않는가? 우리는 상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한 뒤 돈을 지불할 때 ‘지급’보다는 ‘결제’라는 말을 사용한다. 또한 결제를 하는 즉시 판매자의 통장에 물건 값이 입금되고, 영수증을 통해 지출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근데 ‘결제’보다 ‘지급’이 더 적절한 단어다. 대금의 최종 결제 시점은 거래 당일이 아닌 다음날 아침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아직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았다면 이 글을 통해 해소해보자. 지급결제는 총 3단계로 이루어지며, 최종 결제가 거래당사자인 개인이 아닌 금융기관간 자금이체를 의미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좀 더 쉬울 것이다.

 

지급결제의 3단계: 지급, 청산, 결제

출근길 모닝커피를 사거나, 부모님께 용돈을 보내거나, 공과금을 납부하는 등 우리는 매일 지급결제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지급결제(payment and settlement)란 경제주체들이 지급결제수단을 이용하여 각종 경제활동에 따라 발생하는 거래당사자간의 채권·채무관계를 해소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급결제의 3단계는 ‘지급, 청산, 결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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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지급 청산 결제 개념


지급은 물건 대금을 내는 것, 청산은 금융기관간 주고받을 금액을 계산하는 것, 결제는 실제로 자금을 주고받아 거래가 최종적으로 종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1단계 지급(Payment): 지급인이 자신의 돈을 수취인 앞으로 이체 해줄 것을 의뢰하는 것으로, 개인이나 기업 등 경제주체가 지급결제수단(현금, 수표, 신용카드, 계좌이체 등)을 이용하여 대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지급은 주로 경제당사자와 금융기관(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간에 이루어진다.

2단계 청산(Clearing): 경제주체가 지급결제수단으로 결제한 내역을 확인하여, 최종적으로 경제주체들이 거래하는 금융기관간 주고받을 금액을 계산하여 확정한다. 청산은 주로 금융기관과 청산기관(금융결제원, 한국거래소 등)간에 이루어진다.

3단계 결제(Settlement): 청산을 통해 산출된 금액을 지급인의 금융기관 예금계좌에서 인출하여 수취인의 예금계좌로 입금하는 금융기관간 자금이체 단계다. 결제는 주로 청산기관과 결제기관(한국은행, 한국예탁결제원 등)간에 이루어진다.

디지털 경제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특징은 지급, 청산, 결제 등이 비대면으로 수행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금융거래, 상거래 등 모든 거래는 지급, 청산, 결제를 위해 사용자가 해야만 하는 일을 보다 쉽게 그리고 보다 안전하게 처리해주는 기업이 고객의 마음을 얻게 된다는 점이다. 디지털화에 따라 지급, 청산, 결제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

 

지급: 지급결제수단과 지급서비스의 다양화

우리가 사용하는 지급결제수단은 크게 현금과 비현금이 있다. 현금은 국가가 보장한 지급결제수단이기에 지급과 동시에 결제가 완료되지만, 비현금 지급결제수단은 금융기관간 자금이체 과정을 통해 현금으로 전환되며 이를 위해 “지급 → 청산 → 결제”의 세 단계가 필요하다.

비현금 지급결제수단에는 어음∙수표, 지급카드(신용/체크카드), 계좌이체 등이 있으며 인터넷의 발달, 스마트폰 보급의 영향으로 인터넷뱅킹, 모바일 간편결제 등 지급결제수단이 다양화되었다. 또한 지급결제수단을 제공하는 지급서비스 제공기관들도 과거에는 은행, 카드사, 금융투자회사 등 금융기관에 국한되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 제조업체, IT기업, 상거래회사 등 비금융기관들로도 확대되고 있다. 전체 지급결제 시장에서 비금융기관들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으며, 이는 금융회사들의 고객 장악에 위협이 되고 있다.

 

청산: 다자간차감결제를 통한 결제 리스크 감소

거래 건 마다 자금을 주고 받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아래 그림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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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총액결제 및 다자간차감결제 비교


금융기관간 최종 이체 금액을 산출하는 대표적인 방식으로 총액결제와 다자간차감결제방식이 있다. 총액결제방식(건별로 거래총액 결제)에서 결제를 위해서는 총 170의 자금이 필요하며, A기관은 결제를 위해 40을 보내고, 100을 받는다. 반면 다자간차감결제방식(수취금액에서 지급 금액을 상계하여 차액만 결제)에서는 총 120의 자금이 필요하며, A기관은 자금을 보낼 필요 없이 60만 받으면 된다.

즉, 다자간차감결제방식을 통하여 청산을 하면 금융기관들의 자금부담을 줄여 단기자금부족으로 결제불이행이 발생하는 유동성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다자간차감을 위해서는 시장에서 발생하는 기업이나 개인들의 소액결제 내역을 정산하여 금융기관별 교환할 차액을 산출해야 한다. 금융기관간 자금거래(증권, 외환매매 제외) 청산은 주요 소액결제시스템*의 대부분을 운영하는 금융결제원이 수행하고 있다.

*어음교환시스템, 지로시스템, CD공동망, 타행환공동망, 직불카드공동망, CMS공동망, 지방은행공동망, 전자화폐공동망, 전자금융공동망, 국가간ATM공동망, B2C 및 B2B 전자상거래지급결제시스템이다.

 

결제: 최종 결제는 오전 11시, 이곳에서!

금융기관의 예금계좌를 관리하고, 금융기관간 자금이체를 통해 최종 결제를 수행하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다. 금융기관들은 예금지급준비금 및 지급결제자금 등의 용도로 한국은행에 당좌예금계좌를 개설하고 있으며, 한국은행은 금융기관간 자금이체 업무를 수행하는 거액결제시스템인 한은금융망**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이 전날 거래된 금액들을 청산하여 차액결제를 한국은행에 의뢰하면, 한은금융망에서 매일 오전 11시에 금융기관이 한국은행에 개설한 예금 계정 간 자금이체를 통하여 최종 결제를 수행한다.

**한은금융망은 한국은행에 개설된 금융기관의 당좌예금계정을 통하여 금융기관간 거액자금이체를 수행하는 결제시스템이며, 차액결제, 증권대금동시결제, 외환대금동시결제 등의 결제업무를 수행한다. 한국은행은 지급결제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 시스템 안정성 제고 등을 위하여 현재 차세대 한은금융망을 구축 중이다(2020년 하반기 가동 예정).

 

금융시장 인프라, 지급결제시스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물품을 구입할 때 현금, 계좌이체, 신용카드와 같은 지급 수단을 사용한다. 기업도 원자재를 구매하거나, 직원에게 급여를 줄 때 계좌이체, 어음, 수표 등의 지급 수단을 사용한다. 정부도 재정을 지출하거나, 개인·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걷을 때 지급수단으로 현금, 수표, 계좌이체, 신용카드 등을 사용한다.

경제주체들이 지급 수단을 이용하여 거래당사자간 채권·채무관계를 해소하는 행위가 지급결제(payment and settlement)이다. 경제주체들간 지급, 금융상품 거래에 대한 청산·결제 또는 기록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지급결제시스템을 금융시장 인프라(FMI; Financial Market Infrastructures)라고 하며, 지급결제시스템은 지급 수단, 참여기관, 운영 조직, 업무처리규정 및 절차, 전산시스템 등을 구성요소로 한다.

우리나라 주요 지급결제시스템은 거액결제시스템, 소액결제시스템, 외환결제시스템, 증권결제시스템 등이 있다.


거액결제시스템은 거액거래를 결제하는 시스템으로 금융기관간 자금거래, 증권 또는 외환거래 등에 따른 대금결제가 이루어지는 은행간 자금이체시스템(interbank fund transfer system)이다. 거액결제는 건당 금액이 크고 결제 시점의 중요도가 높아, 대부분 중앙은행에서 직접 운영하며, 우리나라도 한국은행에서 운영하고 있다.

소액결제시스템은 주로 기업이나 개인의 소액결제를 처리하는 자금결제시스템으로서 거래 대상이 광범위하고 결제 건수가 매우 많은 점이 특징이며, 주로 계좌이체나 지급카드, 수표, 지로 등과 관련된 결제가 이에 속한다.

소액결제시스템은 금융결제원에서 운영하는 어음교환시스템, 지로시스템, 금융공동망(CD공동망, 타행환공동망, 직불카드공동망, CMS공동망, 지방은행공동망, 전자화폐공동망, 전자금융공동망, 국가간ATM공동망), 전자상거래 지급결제시스템(B2B 지급결제시스템, B2C 지급결제시스템)과 카드사가 운영하는 신용카드결제시스템이 있다.

외환결제시스템(foreign exchange settlement system)은 외환매매 거래당사자들이 매도·매입 통화를 서로 지급·수취하여 채권 및 채무관계를 종결시키는 지급결제시스템이다. 국내기관과 외국기관간 환거래은행을 통한 결제는 SWIFT를 사용하고, 국내기관과 외국기관간 외환동시결제는 CLS시스템을 사용하며, 국내기관간 외환거래는 금융결제원의 외화자금이체중계시스템을 사용한다.

증권결제시스템(SSS: Securities Settlement System)은 증권이 거래된 이후 증권을 인도(delivery)하고, 대금을 지급(payment)함으로써 거래쌍방이 채권과 채무를 이행하여 거래를 완결시키는 지급결제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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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인프라

 

4대 지급결제시스템의 디지털화 확대

2019년 9월에 한국예탁결제원은 전자증권시스템을 전면 가동했다. 2019년 12월에는 금융위원회가 주도하여 지급결제를 공유하는 오픈뱅킹이 시작되었다. 금융회사들의 디지털화 못지 않게 금융시장 인프라의 디지털화도 발전하고 있다. 금융회사들과 테크핀, 핀테크 등은 디지털화된 금융시장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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