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화점들이 중고의류 매장을 잇달아 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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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화점들이 중고의류 매장을 잇달아 여는 이유는?
  • 박서기 소장
  • 승인 2019.09.04 04:55
  • 조회수 36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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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 백화점인 메이시스(Macy’s)와 JC페니(JCPenny)는 8월 중순경 컨퍼런스 콜을 하면서 자사 매장에 중고의류 판매점을 개설하겠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최신 제품, 그것도 고급 제품만 주로 취급하는 백화점에 중고 의류 판매점이라니… 도대체 유통업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두 백화점이 중고 의류매장을 열기로 한 것은, 급감하는 백화점 매출에 자그마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다.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서는 중고의류 매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매장 방문객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백화점들이 살기 위해 중고 의류 매장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메이시스와 JC페니는 각각 미국 전역의 30~40개 매장에서 파일럿 매장을 운영한 후 성과가 좋으면 이후 300~400개 매장으로 중고의류 매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두 백화점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세계 최대의 중고의류 온라인 판매회사인 쓰레드업(ThredUp)과 손을 잡았다. 즉 쓰레드업의 매장이 메이시스백화점과 JC페니백화점에 입점하는 방식이다.

 

왜 중고의류 시장이 주목받는가

두 백화점이 중고의류 매장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장 큰 목표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발길을 붙잡겠다는 것이다.

현재 백화점들이 겪는 위기의 본질은 바로,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백화점을 잘 찾지 않는다.

고급 백화점에 중고 의류 매장을 열 경우 그 신선함이 젊은 세대들의 백화점 방문을 이끌 것이고, 중고 의류 판매와 함께 액세서리, 신발 등 교차 판매의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인 것이다.

쓰레드업이 올 봄에 발표한 연례보고서 ‘2019년 재판매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의류 재판매 시장은 새 옷 판매 시장에 비해 지난 3년간 21배나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고의류 재판매 시장은 2018년 연간 240억달러 규모에서 2023년 무려 51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고의류 판매 시장이 5년만에 두 배가 넘는 규모로 급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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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올 봄에 발표된 쓰레드업의 ‘2019년 재판매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 패션(의류, 신발, 액세서리) 판매 시장을 주도하는 세대는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 패션(의류, 신발, 액세서리) 판매 시장을 주도하는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에서 보듯이 중고 패션 제품에 대한 구매의향을 묻는 질문에 밀레니얼 세대(29%)와 Z세대(37%)는 베이비부머(19%)와 X세대(18%)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의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올해 Z세대의 3분의 1 이상은 중고 패션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백화점의 중고의류 판매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중고 옷이 진열돼 있을까’라는 기대와 함께 ‘백화점에서 이런 제품까지 팔다니’라는 기분 좋은 놀라움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신선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쓰레드업은 어떤 회사?

2009년 설립된 쓰레드업은 고품질의 중고의류를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로, 정품 가격의 최대 90% 할인된 가격에 중고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그 브랜드는 갭(Gap)에서 구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재 쓰레드업을 통해 판매되는 중고 의류 브랜드는 총 3만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쓰레드업은 회사 설립 후 지금까지 총 6500만 벌의 의류를 판매했다고 한다. 이 회사의 강점은 미국 전역에서 수거되는 중고의류를 빠르게 각 물류센터로 배포해 판매하는 물류 기술에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쓰레드업은 현재 매일 약 4만개의 중고 의류를 소비자들로부터 구매 혹은 기증받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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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국 4개 도시에 있는 쓰레드업의 거대한 물류창고

그렇다고 쓰레드업이 아무 제품이나 모두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이 회사 CEO인 제임스 라인하트(James Reinhart)가 최근 테크크런치와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새 것 같은 옷이나 깔끔하게 사용된 옷’만 수거해서 재판매한다고 한다. 라인하트 CEO는 미국 소비자들이 쓰레드업에 보내는 옷 중에 절반 이상은 매입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쓰레드업은 현재 여성복과 아동복만 취급하고 있다. 남성복은 중고의류 판매 시장에서 비중이 워낙 작기 때문에 아직 취급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쓰레드업은 럭셔리 브랜드를 재판매할 경우 판매가의 최대 80%를 위탁자에게 지급하며, 갭이나 바나나리퍼블릭 등 중저가 브랜의 경우 위탁자에게 원래 가격의 10~20%를 지급하고 있다.

현재 쓰레드업은 피닉스, 매카닉스버그, 애틀랜타, 시카고 등 4개 물류센터의 직원을 포함해 총 1200여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쓰레드업은 최근 두 백화점과 제휴 방침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으며, 벤처캐피털로부터 무려 1억7500만달러의 시리즈F 라운드 펀딩을 완료했다.

미국 최대 백화점과 제휴, 대규모 펀딩 완료에 힘입어 쓰레드업의 올 사업계획도 아주 공격적이다. 지난 10년 가까운 기간동안 6500만 벌의 중고의류를 판매했는데, 라인하트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올 연말까지 1억번째 의류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20년엔 우리 주변에서 중고의류 판매점을 손쉽게 접할 것이라고 예측한 쓰레드업의 2019년 연례 보고서의 예측이 결코 큰 과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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