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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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 시대가 열리고 있다
  • 임진철 이사
  • 승인 2019.08.08 09:06
  • 조회수 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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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양자 영역(Quantum Rea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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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양자 수트 관련 화면
▶ 관련 동영상 주소: https://hoy.kr/VlB6K


2019년에 개봉되어 우리나라에서 1천3백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는 양자 역학 이야기가 나온다. 지구 인구의 절반이 사라지고 5년의 세월이 흘렀다. 살아남은 히어로들이 희망을 갖게 되었다. 재가 되어버린 것으로 생각한 앤트맨이 나타나서 한 말 때문이다. “5년이 지났다고? 내가 갇혀 있던 양자의 세계에서는 5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결국 히어로들은 양자 역학을 이용하여 ‘양자 수트’라는 장치를 개발하고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양자역학은 원자와 분자를 구성하는 입자와 다른 원자 구성 입자의 운동을 다루는 학문이다. 양자 역학은 20세기 초반에 도입되었다.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독특한 가설을 제시했다. 전자, 광자  등 미시 세계 입자들은 불연속 운동을 하고, 중첩(Superposition) , 얽힘(Entanglement)  같은 신비로운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고전 역학과 다른 관점을 제시했기 때문에, 당시 물리학계는 심하게 요동쳤다. 아인슈타인 같은 저명한 학자도 날 선 비판을 하기도 했다. 치열한 논쟁과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졌고, 가설은 하나씩 검증되었다. 현재 양자 역학은 현대 물리학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양자 역학을 기반으로 하는 양자컴퓨터, 양자정보통신, 양자센서 등이 활발하게 연구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양자컴퓨터 분야는 1982년 미국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양자역학을 이용한 컴퓨터 개념을 제시했다. 1985년 데이비드 도이치는 실제 작동 알고리즘을 정립하였다. IBM은 최초 범용 양자컴퓨터인 Q System One을 CES 2019에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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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IBM의 양자컴퓨터

 

양자컴퓨터가 꿈의 컴퓨터인 이유

기존 컴퓨터의 데이터 처리 단위는 비트(bit)이다. 비트는 ‘0’ 아니면 ‘1’의 정보를 가질 수 있다. 양자 컴퓨터의 데이터 처리 단위는 큐비트(Qbit, Quantum Bit)이다. 큐비트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나타낼 수 있다. 기존 컴퓨터의 데이터 처리 능력은 비트 수에 비례한다. 하나의 비트에 하나의 상태만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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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비트와 큐비트

2큐비트는 동시에 네 가지 상태를, 4큐비트는 동시에 16가지 상태를 기록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의 데이터 처리 능력은 큐비트 수가 N이라면 2의 N제곱이 된다. 큐비트 수가 2이면 4개, 10이면 1,024개의 연산이 가능하다. 큐비트의 수가 늘어날수록 처리 가능한 정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IBM이 최근 공개한 50큐비트 양자컴퓨터의 처리 능력은 2의 50제곱으로 1125조8999억가지 정보를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인류에게 그간 경험해 보지 못한 진화를 선물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슈퍼컴퓨터로 10억년이 걸리는 소인수분해 문제를 양자컴퓨터는 100초 만에 풀 수 있다. 슈퍼컴퓨터로 수십 년을 풀어야 하는 250자리 암호 체계도 몇 분이면 풀리고,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채굴`도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쉬워진다.

실제 구글은 동일 알고리즘 처리 시 양자컴퓨터가 디지털 컴퓨터에 비해 1억배 빠르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쉽게 표현하면 디지털 컴퓨터가 1억초(약 3년 2개월) 걸리는 연산을 양자컴퓨터는 1초만에 한다는 의미이다.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는 가속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1982년 개념 제시 이후 꾸준히 발전되었다. 초창기 난립했던 큐비트 소자 는 점차 최적안을 찾아가고 있다. 양자 프로그램 언어도 발전해 Quipper, QisKit, Q# 등이 공개되었다. 물론 양자컴퓨터는 아직 발전이 필요한 단계이다. 양자 프로세서 개발 방식은 보다 표준화 되어야 하고, 결맞춤(Coherance)  유지 관리도 지금보다 용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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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양자컴퓨터 발전 과정

2011년 D-Wave는 양자 어닐링 기반 양자컴퓨터를 출시했다. 양자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최초 상용 양자컴퓨터이다. 2019년 1월 CES 2019에서 IBM은 상용화 목적의 IBM Q System One을 공개 하였다. Q System One은 연구소 외부에서 단독 운영이 가능한 최초 범용 양자컴퓨터이다.

또한 일반인이 쉽게 양자컴퓨터를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도 오픈 되었다. IBM은 2016년 5월 Q-Experience를 공개하였다. 이를 통해 누구나 5큐비트 양자컴퓨터를 클라우드로 접속/활용 할 수 있다. 2019년 6월 발표자료 에 따르면 Q-Experience 사용자 수는 135,000명이 넘고, 외부 논문 150편과 천만 건 이상의 실험이 실행 되었다.

양자컴퓨터 체험을 넘어 어플리케이션 개발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양자컴퓨터 전용 개발 키트(Quantum Development Kit)를 일반 개발자들에게 2017년 12월 공개하였다. 또한, 이를 오픈 소스로 공개할 것임을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2019’에서 공표하였다. 양자컴퓨터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위해서는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율을 낮추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큐비트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큐비트들이 ‘얽힘’ 상태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큐비트에 변화를 주면 결잃음(decoherence)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큐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얽힘’ 상태를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를 달성하다

국의 존 프레스킬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큐비트 수가 50개 이상인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IBM은 2017년 6월과 11월에 17큐비트, 50큐비트 양자컴퓨터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2018년 구글과 인텔은 72큐비트와 49큐비트 양자 프로세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양자 우위는 큐비트 수가 늘어남에 따라서 양자컴퓨터의 성능이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뛰어 넘는 현상을 의미한다. 2019년에 IBM은 5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발표하였고, 이는 양자 우위 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자 우위가 실현되면, 인류는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컴퓨팅 세상을 만나게 된다.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불가능했던 일들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제약, 화학, 금융, 물류 등 여러 산업에서 컴퓨터 성능 요구는 크다. 분자 구조 분석, 금융 포트폴리오 시뮬레이션, 물류 경로 최적화 등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한다. 현존하는 컴퓨팅 체계는 한계가 있다. 물류 대상지가 25개만 되어도 물류 배달 경로 수는 25팩토리얼(약 1.6 x 1025)이 된다. 1초에 1경번 연산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로 계산해도 약 49년이 걸린다. 50큐비트 이상의 양자컴퓨터라면 수초에 계산 가능하다.

양자 우위에 도달했다는 것은 양자컴퓨팅을 도입하여 적용하는 기업이 기존 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점을 뜻한다. 양자 우위가 달성된 시점 이후로 많은 기업들이 양자컴퓨터를 비즈니스에 도입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25년 전체 차량 매출에서 전기차 비율을 최대 25% 달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를 위해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데, 배터리 신소재 개발을 양자컴퓨터로 진행하고 있다. 기존 컴퓨터로 어려웠던 신소재 시뮬레이션이 양자컴퓨터에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JP모건 체이스는 금융 리스크를 양자컴퓨터로 파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발굴하는 것을 넘어, 금융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변화까지 반영하는 리스크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엑슨모빌, 폭스바겐, 바이오젠 등의 기업들이 자사 비즈니스에 양자컴퓨터를 접목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는 2040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최근에 발표된 보스톤그룹의 보고서에 의하면 상용화시기가 당초 전망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한다.

 

참고: 양자컴퓨터 투자 동향

미국은 향후 5년간 양자 기술에 12억7천5백만 달러를 투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EU는 앞으로 10년간 10억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미국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기술 분야로 양자컴퓨팅을 선정하고, 2018년부터 5년간 약 76억 위안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도 2018년부터 양자컴퓨터 실용화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영국은 양자컴퓨터 상용화와 사업화에 1억9천4백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캐나다는 워털루 대학에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체가 되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445억원을 투입하여 5큐비트급 양자컴퓨팅기술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7년까지 1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IBM, 삼성전자, 알리바바, 인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들도 양자컴퓨터와 큐비트칩 개발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 끝 -

 

<용어해설>

- 광자(Photon): 양자 특성을 보유한 빛 입자의 총칭
- 중첩(Superposition): 두 상태를 동시에 보유하는 양자 특성을 의미
- 얽힘(Entanglement): 둘 이상의 양자가 서로 의존적 상태 관계에 있는 것을 의미. 한 양자의 상태 결정은 다른 양자 상태를 자동 결정하게 됨
- 소자: 큐비트 만드는데 사용되는 물질로, 이온, 전자, 광자, 초전도, 핵자기공명, 마요라나 입자 등이 연구되고 있음. 현재는 이온, 초전도, 마요라나 등 몇 개 물질이 이용되고 있음
- 결맞춤(Coherence): 양자 특성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며, 결어긋남(Decoherence)이 발생하면 중첩 같은 양자 특성이 사라지기에 양자컴퓨터 장점이 없어짐

<참고자료>
- "What is the Computational Value of Finite-Range Tunneling?" google 2018.8 D-Wave 양자컴퓨터 D-Wave 2X와 Single Core 디지털 컴퓨터로 Quantum Monte Carlo 알고리즘 수행
- 2019.6.11 ThinkSummit 발표자료, "The Future of Quantum Computing in the 21st Century", Robert Sutor(Vice President of I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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