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벌금 50억 달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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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벌금 50억 달러의 의미
  • 투이컨설팅
  • 승인 2019.07.18 04:27
  • 조회수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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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이컨설팅 김인현 대표


지난 7월 12일, 월스트리트저널과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Federal Trade Commission)가 페이스북에게 50억 달러(약 5조 8935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관리를 잘못했다는 이유였다. 50억 달러 벌금은 FTC가 기술 기업에 물린 벌금 중 최대 규모이다. 이는 2012년, 구글에 부과되었던 2천 250만달러(약 265억 원)의 백 배 이상이다. 또한 프라이버시 위반에 대해 물린 벌금으로 따지면 사상 최대규모이다. 페이스북과 FTC는 벌금으로 30억 달러~50억 달러 수준을 협의해왔는데 상한선으로 벌금을 매긴 것이다. 벌금은 최종적으로 미국 법무부가 확정하는데, 그대로 수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알렉산드로 코건이 개발한 앱 ‘Thisisyourdigitallife”이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여 영국의 데이터 분석업체인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로 제공된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8천7백만 명의 개인정보가 수집되어 개인의 정치성향을 분석한 결과가 유출되었다. 사용자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앱에 접속하였고, 사용자의 위치정보, 친구, 좋아요를 누른 콘텐츠 등의 정보가 수집되었다.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는 이를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여 분석함으로써 개인 별로 정치 성향을 파악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페이스북이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페이스북 데이터가 유출된 것이 문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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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캠브리지애널리티가의 개인정보 분석 사례
출처: https://medium.com/analytics-vidhya/analyzing-medium-posts-to-understand-impact-of-cambridge-analytica-scandal-5841f46703d6

무려 50억 달러의 벌금을 물리는 방안에 공화당은 찬성, 민주당은 반대표를 던졌다. 결과는 3대 2로 벌금안이 통과되었다. 민주당 측은 왜 반대를 했을까? 이유는 놀랍게도 페이스북에 대한 제재가 매우 미흡하다는 것이다. 벌금 규모가 페이스북의 재정 상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페이스북은 2019년 1사분기에 150억 달러의 수익을 달성했다. 벌금은 1사분기 수익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에 대한 벌금 부여가 보도된 지난 주 금요일 이후 페이스북의 주가는 1% 상승했다. 페이스북은 이미 30억 달러의 충당금을 설정해두기도 했다.


FTC와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이 사용자 데이터 처리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써드파티와 데이터를 공유하는데 제약을 두지는 않았다. 민주당의 반독점위원회 위원장인 David Cicilline은 트위터에 “FTC는 페이스북에 다섯 달 빨리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심각한 위법 행위에 연루된 엄청나게 큰 회사의 손목을 때리는 정도의 벌을 준 것이 매우 실망스럽다.” 라고 올리기도 했다. Open Market Institute의 Matt Stoller는 “이것은 벌금이라고 할 수 없다. 페이스북에 특혜를 준 것이다. 페이스북이 불법행위를 계속할 수 있는 허가(parking ticket)을 내준 셈이다.”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캠브리지애널리티카 사건 이후에도 프라이버시 관련 문제가 있어 왔다. 페이스북에 부과한 벌금 조치가 그런 페이스북의 전력에 비추어서 너무 가볍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버지니아주 상원의원 Mark R Warner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FTC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와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 능력이 없거나 또는 의지가 없는 상황이다. 의회가 나서서 법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페이스북에 사상최대의 벌금이 부과되었지만, 도리어 이를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이다. EU에서 발효 중인 GDPR의 벌금 규모가 글로벌 매출의 4%인 것과 비교하면 페이스북에 부과된 벌금은 적은 것은 아니다. 미국은 개인정보보호에 비교적 관대한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실상은 GDPR보다 더 강력한 규제가 미국에서 입법화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개인의 데이터 프라이버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사건이다. 데이터 경제 시대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주권이 보장되고 데이터 원칙이 지켜져야 데이터 유통이 활발해지고 데이터 활용이 확산된다. 데이터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데이터 기반 거래는 이루어지지 못한다. 또한 특정 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데이터를 이용하면 사회 전체의 질서를 깨뜨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개인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는 것이 데이터 경제에 역행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실상은, 데이터 경제는 강력한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호가 없으면 발전할 수 없다.

참고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technology/2019/jul/12/facebook-fine-ftc-privacy-violations?CMP=share_btn_tw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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