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확산되는 렌탈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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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확산되는 렌탈 경제
  • 박서기 소장
  • 승인 2019.06.03 05:23
  • 조회수 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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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활성화의 영향으로 렌탈 경제가 새로운 붐을 맞이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질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자동차 공유, 사무실 공유, 자전거 공유 등 렌탈 경제는 이미 우리 주변 곳곳에 녹아 들고 있지만 아직 빌려쓰는 문화가 완벽한 대세는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렌탈 경제와 무관해 보이는 영역에서 최근 들어 인기를 끄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렌탈 경제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디자이너 드레스 렌탈과 가구 렌탈 사업이다. 과거에는 상상도 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개념의 렌탈 사업이 주목받으면서 렌탈 혹은 공유경제를 둘러싼 최근 전망들은 모두 수정돼야 할 처지에 놓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월드경제포럼(WEF)이 컨설팅회사 PwC의 보고서를 인용해 만든 자료다.

WEF는 최근 ‘2019년 공유경제의 4가지 빅 트렌드(4 big trends for the sharing economy in 2019)’라는 글에서 10가지 공유경제 영역 중 2013년 전통적인 렌탈 사업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95%였던 반면 신개념의 공유경제 영역은 5%에 불과했지만, 2025년이면 전통적인 렌탈 사업 영역과 신개념 공유경제 사업의 비중이 50%씩으로 똑같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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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전통적 렌탈 사업과 신개념 공유경제 사업 영역 시장 전망 / 자료: WEF(월드경제포럼)


2013년 전체 공유경제 시장은 2550억달러 규모인데, 2025년이면 6700억달러로 약 2.6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공유경제 시장이 빠르게 늘어나지만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온디맨드 스태핑 △미디어 스트리밍 △공유 모빌리티 △접객 서비스 △P2P 파이낸싱 등 5가지 신개념 공유경제 사업영역이 2013년 150억달러에서 2025년 3350억달러로 무려 22배 가량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장비 △온라인 미디어 △자동차 △호텔 및 숙박 △책 등 전통적인 렌탈 사업 영역은 2013년 2400억달러에서 2025년 3350억달러로 고작 40% 가량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디자이너 드레스를 비롯한 옷, 가구 같은 새로운 영역의 렌탈 비즈니스는 물론 앞으로 새로운 개념의 렌탈 비즈니스가 더 등장한다면, 렌탈경제 혹은 공유경제에 대한 전망치는 한층 더 상향 조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구 렌탈 스타트업 ‘페더’, 본격 사업 확대

미국의 대표적인 가구 렌탈 스타트업인 페더(Feather)는 최근 벤처캐피털 업계의 대표주자인 스파크 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 Y 컴비네이터 등으로부터 시리즈A 라운드로 1200만달러를 펀딩받았다. 2017년에 설립된 페더는 이번 펀딩을 계기로 기존 사업 영역인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로스앤젤레스와 오렌지 카운티로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렌탈 스타트업이 그렇듯이 페더 역시 창업자이자 CEO인 제이 레노(Jay Reno)의 개인적인 경험과 아쉬움이 이 사업을 탄생시킨 배경이다. 레노는 페더를 창업하기 전에 뉴욕에서 8년간 살면서 6번이나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할 때마다 레노는 기존에 사용하던 가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혹은 새 집에 맞는 가구를 어떻게 들여야 할 것인지에 대해 반복해서 고민해야 했다.

레노는 이사할 때마다 겪는 가구에 대한 고민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집을 살 때까지 평균 12번 가량 이사를 하는데, 이들 밀레니얼 세대 누구가 겪을 수 있는 고민이라는 것이다.

레노는 이 문제를 가구 렌탈로 풀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새 가구든, 중고 가구든 고객이 원하는 기간동안 저렴하게 빌려쓸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게다가 가구를 렌탈해서 사용하면 환경보호에도 큰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년에 버려지거나 매립하는 가구가 무려 970만톤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인이 1인당 1년에 한 개의 소파를 버리는 것과 맞먹는 양이다. 가구 렌탈을 활성화할 경우 이렇게 무분별하게 매립되는 가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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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페더의 멤버십 모델. 월 19달러의 멤버십에 가입하면 비멤버십에 비해 가구 배송 및 설치가 무료이고, 월 가구 이용료도 더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페더의 렌탈 비즈니스모델은 멤버십과 비멤버십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멤버십은 월 19달러의 회비를 내고, 저렴하게 가구를 추가하거나 교환할 수 있는 서비스다. 물론 가구를 배송 및 설치하는 비용도 무료다. 비멤버십은 월 회비가 없는 대신, 좀 더 비싼 가격에 가구를 렌탈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또 가구를 배송하고 설치하는 비용도 건당 99달러를 받는다.

만일 렌탈해서 사용하는 가구를 소유하고 싶을 경우 그동안 제공했던 렌탈료를 제외한 금액만 내면 가구를 소유할 수 있다.

레노 CEO는 페더의 렌탈 가격 모델은 가구 소유와 폐기에 대한 부담을 지기 싫어하는 대신 월 사용료를 기꺼이 내려는 고객에게 더 유리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페더의 가구 렌탈 비즈니스는 최근 세계 최대의 가구회사인 IKEA가 가구 렌탈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더욱더 주목받고 있다.

 

디자이너 드레스 렌탈로 주목받는 ‘RTR’

페더에 앞서 렌탈 경제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렌탈하는 서비스로 미국 패션업계에 렌탈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는 렌트 더 렌웨이(RTR: Rent the Runway)다.

RTR는 페더보다 훨씬 앞선 2009년 설립된 회사다. 하버드대 MBA 여학생 두 명이 비싼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필요할 때마다 빌려 입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처음에는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정가의 10% 가격에 1회 렌탈해 주는 비즈니스로 출발했다가 벤처캐피털의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월 구독 방식의 새로운 렌탈 서비스를 출시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RTR는 이후 렌탈 비즈니스 모델을 대폭 업그레이드해 1회용 렌탈 모델에 이어 월 구독료 개념의 렌탈 비즈니스 모델을 출시했다. 새롭게 출시한 월 구독료 방식의 렌탈 비즈니스 모델이 현재는 주력 사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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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RTR의 3가지 비즈니스모델. RTR 리저브는 창업 초기에 선보인 1회 렌탈 서비스이고, RTR 업데이트와 RTR 언리미티드는 월 구독료 방식의 렌탈 비즈니스 모델이다. 월 구독료를 지불하면 매월 동시에 4벌의 옷을 입을 수 있다.

RTR이 새롭게 선보인 월 구독료 기반의 렌탈 비즈니스모델은 월 89달러의 ‘RTR 업데이트’와 월 159달러의 ‘RTR 언리미티드’ 등 두 가지가 있다.

RTR 업데이트는 350여개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을 매월 4개씩 빌릴 수 있고, 이중 한벌의 옷을 교환할 수 있다. RTR 업데이트는 첫 달의 경우 69달러로 할인해 준다.

제일 인기가 많은 RTR 언리미티드는 500여개의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해 매월 4벌씩 무한대로 교환해 가며 빌릴 수 있다. 한꺼번에 최대 4벌의 의류를 빌릴 수 있지만 교환하고 싶은 옷을 무한대로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패션 분야의 넷플릭스’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RTR 언리미티드에 가입하면 첫 두 달의 구독 비용을 80달러 할인해 준다.

RTR은 지난 2019년 3월 무려 1억2500만달러의 펀딩을 받으며, 드디어 기업가치 10억달러인 유니콘 반열에 올라섰다. 사실상 패션사업의 파괴적혁신 활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업이후 온라인 사업에만 주력해 온 RTR은 고객들이 손쉽게 디자이너 의류를 경험해보고, 손쉽게 반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근 들어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오프라인 매장은 시카고, 뉴욕, 샌프란시스코, 토판가, 워싱턴DC 등 5개 도시에 있다.

 

렌탈 경제는 미래는?


렌탈 비즈니스 모델이나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 창업자의 개인적 필요성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 창업자의 개인적 필요성을 넘어 보편적인 수요라는 인식으로 전환되면서 사업이 본격화되고, 이런 보편적 수요에 힘입어 벤처캐피털의 주목을 받으면서 유니콘 반열에 올라서곤 한다.

이런 추세에 맞춰 생각해보면 앞으로 새롭게 등장할 렌탈 비즈니스 모델은 무궁무진할 수 있다. 특히 공유경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소유가 아닌 빌려쓰는 데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패턴이 일상화되는 추세를 고려한다면 렌탈 경제의 확장세는 현재 상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전통적인 사업 영역과 이를 둘러싼 생태계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혁신은 불가피해 보인다. 새롭게 등장하는 렌탈 경제의 이니셔티브를 누가, 어떻게 거머쥘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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