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최호성, 알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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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 최호성, 알파고
  • 김인현 대표
  • 승인 2019.04.03 05:05
  • 조회수 1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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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가 보헤미안 랩소디 녹음 테이프를 EMI 제작자 마이크마이어스에게 들려주는 장면의 대사다.

이크: “끝도 없네! 빌어먹을 6분이라니!”
프레디: “6분을 길다고 생각하시다니, 당신 아내가 불쌍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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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마이크 마이어스

 

 

보헤미안 랩소디 연주 시간은 5분 55초. 당시 유행했던 노래들의 거의 두 배다. 당연히 TV방송에 나갈 수가 없었다. 주로 라디오에서 틀었는데 대박이 났다.

인공지능이 작곡도 하는 세상이 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 웨이브에이아이(WaveAI)는 ‘인공지능을 통한 음악의 민주화’를 추구한다. 웨이브에이아이의 알리샤(ALYSIA)는 인공지능으로 노래를 만들어준다. 작사와 작곡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도 선택할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을 위한 유일한 노래를 만들 수 있다.

영국 런던의 스타트업 쥬크덱(Jukedeck)는 ‘저작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음악’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장르, 무드, 길이, 악기, 템포 등을 선택하면 음악이 만들어지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과학동아는 쥬크덱을 이용하여 과학동아 주제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은 인공 신경망을 이용하여 음악 구조와 패턴을 알고리즘으로 해석하고 이를 응용하여 새로운 노래를 만든다. 기존에 나와 있는 수많은 노래 데이터가 인공지능 작곡기를 학습시켜서 새로운 노래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보헤미안 랩소디와 같은 노래를 작곡해낼 수 있을까?

최호성


2018년 미국의 골프 미디어 골프다이제스트는 ‘대중의 관심을 열렬히 받을 자격이 있는 순간들’ 10개를 온라인 투표로 선정했다. 타이거 우즈의 등장 장면, 필 미켈슨의 지렁이 댄스, 더스틴 존슨의 앨버트로스가 될 뻔한 드라이버 샷 등이 뽑혔다.

놀랍게도 1위를 차지한 장면은 한국인 골퍼 최호성의 ‘낚시꾼 스윙’이었다. 최호성은 2018 한국오픈에서 드라이버샷 뒤 낚싯대를 잡아 채는 듯한 동작으로 처음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1월에 열린 일본 프로골프투어 카시오 월드오픈에서 똑같은 스윙으로 우승까지 했다. 드디어 2019년 2월 미국 PGA 초청을 받아서 ‘에이티엔티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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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최호성의 낚시꾼 스윙

최호성은 고등학교 때 엄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1998년 26살 때 안양 컨트리클럽에서 직원으로 일하다가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고 한다. 매우 불리한 조건임에도, 1999년에 세미프로가 되었다. 그리고 KPGA 2부 선수로 뛰기 시작했다.

최호성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실은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 스윙은 지금보다 더 이상했다. 연습을 하다 보니 나한테 가장 맞는 폼이 나오더라.”

“코치에게 체계적으로 배웠다면 더 좋아졌을 지, 더 나빠졌을 지 솔직히 모르겠다. 독학을 후회하지 않는다.”

골프 스윙을 분석하고 코칭해주는 인공지능도 등장했다.

미국의 골프 잡지 ‘골프닷컴’은 골퍼와 코치들을 연결시키주는 플랫폼을 2018년에 출시했다. 골프닷컴의 스윙 에이아이(Swing AI)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용자의 스윙을 분석하고 자동으로 문제점을 지적해준다. 그리고 골퍼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코치와 연결한다. 골퍼와 코치는 훈련 일정을 만들어서 진행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골퍼들에게 최호성의 낚시꾼 스윙처럼 독특하지만 개인에게는 최적인 스윙 메카니즘을 생각해낼 수 있을까?

알파고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구글의 딥마인드가 만든 알파고와 한국의 천재기사 이세돌이 2016년에 펼친 ‘세기의 대국’ 이후였다. 그 전에도 바둑을 두는 소프트웨어들이 많이 있었지만 아마 정상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바둑은 컴퓨터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이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알파고가 인간 정상을 이기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알파고는 1,2,3 국을 연달아 이겼다. 차이는 인공 신경망을 이용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었다는 것이었다. 4국을 앞두고 사람들은 절망했다. 이제 관심은 인간의 대표 선수가 인공지능을 단 한번이라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4국이 열렸다. 딥마인드를 대신해서 바둑판에 착수하는 역할을 맡았던 유럽의 바둑기사 판후이 2단은, 이세돌 9단이 78번째 수를 둔 순간을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이세돌이 일격을 날렸다.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백 78의 끼움이 흑의 성곽에 금을 냈다. 아무도 그 수를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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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이세돌의 신의 한수

78번째 수를 두자 마치 버그라도 있는 것처럼 알파고가 말도 안되는 떡수들을 두기 시작했다. 4국은 이세돌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이 대국은 인간이 알파고를 이긴 마지막 대국이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세돌의 78번째 수를 ‘신의 한수’라고 불렀다.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이 5국을 다 이길 경우에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두려움을 갖게 될 것이고 이는 인공지능 확산에 반대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래서 한판은 구글이 일부러 져준 것이다.”

사람들은 궁금했다. “78수가 정말 신의 한수인가?”

이후에 전문기사들이 4국을 연구했고 결과를 내놓았다. 사실 이세돌의 78수는 안되는 수였다. 사람들이 78수를 무력화시키는 수순을 발견한 것이었다. 인공지능이 제대로 대응했다면 그 바둑은 인공지능의 압도적 승리로 끝날 수 있었다.

그럼, 인공지능이 일부러 져준 것이 맞는가? 전문기사들이 공개되어 있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으로 검증하는 작업을 했다.

페이스북은 2018년 3월에 엘프오픈고(ELF OpenGo)를 출시했고 국내 정상급 프로기사들과 비공개 대국에서 14전 전승을 거두었다. 알파고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실력을 가진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2018년 12월 31일에 김성룡 9단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렸다. 페이스북의 엘프오픈고가 4국에서 78수의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 가를 확인해봤다. 놀랍게도 엘프오픈고는 78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알파고처럼 78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사람이 찾아낸 수를 인공지능은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인공지능은?

위대한 발명은 실수에서 나온다.

대한 진화는 돌연변이의 결과이다.

실수와 돌연변이는 인공지능 입장에서는 오류(error)이다.
 

위대한 발명과 뛰어난 혁신은 사람의 통찰력이 결정적 역할을 계속 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효과는 명백하지만, 역사를 진보시키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모든 노래를 인공지능이 작곡한다면 명곡 보헤미안 랩소디는 탄생하지 못할 것이다.
 

모두가 인공지능으로 골프를 연습한다면 최호성 같은 창의적 스윙은 탄생하지 못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예상하지 못한 경우를 만나면 바보 같은 행동을 할 수도 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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