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등극 앞둔 SW 기업들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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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등극 앞둔 SW 기업들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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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11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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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기IT혁신연구소 박서기 소장(innovationok@gmail.com)

며칠 전 미국 뉴욕타임스 온라인 판에 ‘유니콘 스타트업의 새로운 물결(The Next Wave of ‘Unicorn’ Start-Ups)이라는 제하의 흥미로운 기사가 게재됐다. 머지 않아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후보 기업들을 소개하는 기사였다.

이 자료는, 인론계의 대표주자인 뉴욕타임스와 벤처캐피털 분석 분야의 전문회사인 CB인사이트(CBInsights)가 공동으로 발표했다는 점만으로도 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두 회사는 2015년에 이와 비슷한 자료를 발표했는데, 이중 48%의 회사가 현재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해 있다.

50군데의 유니콘 후보 기업들은 33개가 미국 스타트업이고, 뒤이어 인도(5개), 중국(5개, 홍콩 포함), 브라질(3개), 유럽(3개), 호주(1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50군데 중 절반 가량이 엔터프라이즈 SW 기업

일단 제목 자체가 매력적이다. 앞으로 유니콘이 될 기업이라니…. 그것도 50군데나 말이다.

짧은 소개글을 읽으면서 유니콘 후보 기업들이 다양한 산업에 걸쳐 펼쳐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대가 일거에 무너졌다. 기사에 언급된 회사들의 홈페이지를 훑어본 순간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50군데의 유니콘 후보 스타트업 중 무려 절반 가량이 소프트웨어(SW) 기업, 그것도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미국의 유명 벤처기업가인 마크 안데르센이 2011년 월스트리트저널에 게재한 ‘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가(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라는 기고문처럼 작금의 스타트업 대부분은 SW 기반으로 서비스가 운영될 정도인 만큼 굳이 SW 기업을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50군데의 후보 기업의 사업영역 중 SW 산업 분류에 딱 들어맞는 기업만 추려도 20여군데나 될 정도라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유니콘 후보기업 중 SW 기업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및 분석, 애플리케이션 및 데이터 통합, 고객관계관리, 인적자원관리, 과학 및 엔지니어링, 공급망 및 물류, 협업 및 프로젝트관리, 이메일, 콘텐츠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I, CRM, HR,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솔루션 두각

SW 분야에서 제일 눈에 띄는 영역은 BI 및 분석 솔루션 관련 스타트업이다. 50군데의 유니콘 후보기업 중 앰플리튜드(Amplitude), 도미도 데이터 랩(Domino Data Lab), 파머스 비즈니스 네트워크(Farmers Business Network), 아웃리치(Outreach), 시센스(SiSense) 등 무려 5군데가 여기에 해당한다.

앰플리튜드는 모바일 분석 툴을 제공하는 회사다. 사용자의 모바일 및 웹 사용패턴을 분석해서 고객 전환, 고객 유지 등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해주는 분석 툴을 공급하고 있다.

도미노 데이터 랩은 데이터 과학자들이 분석 작업을 수행할 때 분석모델을 만들고 운영하는 작업을 서로 손쉽게 협업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마치 깃허브(GitHub)를 통해 개발자들이 개발코드를 공유하면서 서로 협업하듯이 말이다.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 환경을 모두 지원하며, 파이썬, R, SAS 등 다양한 언어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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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파머스 비즈니스 네트워크(FBN)가 제공하는 작물 분석, 판매가 분석, 농장 및 팀 분석 등의 분석 툴

파머스 비즈니스 네트워크(FBN)는 농부들에게 필요한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제공하는 회사다. 이 기술을 활용할 경우 농부들이 작물 생산 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량을 늘리며, 판매 경로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FBN은 2017년 1억10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D 펀딩을 받았는데, 이는 지금까지 농업기술 분야 펀딩 사례 중 가장 큰 규모였다고 한다.

아웃리치는 영업인력들이 영업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영업기회를 최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솔루션이다. 이메일이나 CRM 시스템으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 영업기회를 최적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식이다. 아웃리치는 자사 솔루션을 사용할 경우 영업 미팅을 세배 가량 늘려주며, 영업 파이프라인도 확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센스는 현업부서 사용자들이 비즈니스 분석 보고서와 대시보드 등을 손쉽게 생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데이터 준비에서부터 통찰력 도출에 이르기까지 기술적인 기반이 없는 사람도 손쉽게 분석 프로세스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트너가 올해 전략기술 톱 10의 한 분야로 언급한 증강분석(Augmented Analytics) 관련 솔루션인 셈이다.

인적자원관리(HRM) 솔루션 스타트업도 3군데나 포함돼 있다.

중국 베이센(Beisen)은 클라우드 기반의 HRM SaaS 솔루션을 공급하는 회사다. 바이센의 아이탤런트(iTalent) 플랫폼은 재능 평가(talent assessment), 리쿠르팅, 성과 평가, 스태프 피드백 등 종합적인 HRM 기능을 제공한다.

미국 회사 체커(Checkr)는 공유경제 등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대에 걸맞는 구직자 검증 기능을 제공한다. 구직자들의 범죄 경력, 운전 경력 등 백그라운드 정보를 제공하는데 미국의 유명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인 리프트와 온라인 안경 판매회사인 워비파커 등이 이 회사의 대표적인 고객이다. 2018년 상반기 회사 발표에 따르면 1만개 고객사에게 월 100만건의 백그라운드 정보 검증 서비스를 제공했다.

호주 데퓨티(Deputy)는 시간제 노동자와 교대근무자를 위한 업무 스케쥴링 및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제공하는 종업원관리 툴을 공급하고 있다. 데퓨티는 현재 80개국에 약 9만개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마존, 구글, 맥도날드, 우버 등이 대표적인 고객사이며, 지금까지 무려 2억건의 교대근무, 12억시간의 시간제 노동, 300억달러의 급여 처리 업무 등을 처리했다고 한다.


2군데의 애플리케이션 및 데이터 통합 분야 SW 스타트업도 포함돼 있다.

베터클라우드(BetterCloud)는 다양한 SaaS 애플리케이션의 관리 및 보안 기능을 지원하는 툴을 공급하고 있다. 창업 당시 G스위트 관리 툴 회사로 출발했다가 2017년 범용 SaaS 툴 공급업체로 변신했다.

세그먼트(Segment)는 API를 이용해 웹사이트, 모바일 앱, SQL 데이터베이스 등으로부터 고객 데이터를 취합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는 회사다. 싱글 API 기반으로 데이터 통합 트래킹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엔지니어들이 데이터 통합에 들이는 노력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회사는 지난해 GDPR용 고객관리 툴을 새로 선보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의 고객정보 보안규정인 GDPR는 고객정보 관리를 위해 준수해야 할 새로운 보안규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회사도 2군데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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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브레이즈가 제공하는 모바일 마케팅 자동화 기반의 CRM 솔루션

 
브레이즈(Braze)는 모바일 마케팅 회사로, 2011년 설립 당시 앱보이라는 회사명이었지만 2017년 지금의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 회사는 모바일 앱을 다운받은 고객을 대상으로 세그멘테이션, 멀티채널 메시징 등을 통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모바일 마케팅 자동화 기반의 CRM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도미노 피자, 사운드클라우드, 어번 아웃피터스 등이 대표적인 고객사다.

세일즈로프트(SalesLoft)는 세일즈포스 솔루션 등 다양한 CRM 툴과 협력해 영업사원들이 고객과 관계를 더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영업 인텔리전스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과학 및 엔지니어링 솔루션 분야에서는 두 회사가 유니콘 후보 기업에 올랐다.

맵(DeepMap)은 HD급 지도 제작 SW를 공급하는 회사로,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자동차 제조회사와 기술회사에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온셰이프(Onshape)는 최신 CAD시스템을 공급하는 회사로, 클라우드 환경에서 최신 모델링 툴과 설계 데이터 관리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엔지니어들이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관련 툴과 설계 데이터에 손쉽게 액세스할 수 있도록 해 줄 뿐만 아니라 데이터 손실 위험도 제거하고 있다.

다양한 특화 솔루션 회사들도 부각

눈에 띄는 특화된 SW 솔루션 회사들도 곧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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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임바크 트럭스가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자율주행 트럭

임바크 트럭스(Embark Trucks)는 자율주행 트럭의 중앙처리 기능을 제공하는 SW를 개발하는 회사다. 자율주행 자동차 영역이 기존 세단에서 대형 트럭으로 확장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회사다.

프론트(Front)는 기존 이메일 플랫폼에 채팅, 소셜미디어, SMS 기능 등을 통합한 새로운 형태의 협업 툴을 공급하고 있다. 직원들이 다양한 소통과 대화를 이메일 플랫폼으로 통합할 수 있기 때문에 협업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콘텐트풀(Contentful)은 API 기반으로 다양한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게재 및 관리하고 통합할 수 있는 툴을 공급하고 있다. 콘텐트풀이 처리 및 관리할 수 있는 디바이스 혹은 서비스는 모바일 앱, IoT 디바이스, SaaS 애플리케이션, 스마트카 대시보드, 디지털 사이니지, VR 및 AR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리그업(RigUp)은 에너지 산업용 협업 및 프로젝트관리 SW를 공급하는 회사다. 향후 5년동안 오일 및 가스 분야 인력의 50%가 퇴직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를 첨단기술에 능통한(tech-savvy) 세대로 충원해야 하는데, 검증된 인력들이 일자리를 손쉽게 찾을 수 있고, 회사들도 손쉽게 인력을 수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리그업은 밝히고 있다. 리그업은 이를 통해 오일 및 가스 회사들이 빠른 채용과 계약 컴플라이언스 추적, 프로젝트 관리비용 절감 등을 통해서 변동 노동비용을 25% 절감하고, 인력 수급을 3배가량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탠다드 코그니션(Standard Cognition)은 유통 매장에서 고객의 자동 체크아웃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쇼핑시스템을 공급하는 회사다. 아마존고(Amazon Go) 스타일의 자동체크 아웃을 기능을 제공하는데, 수백대의 카메라가 필요한 아마존 고에 비해 스탠다드 코그니션 기술을 채용한 매장은 27의 카메라만 설치하면 고객이 어떤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는지 파악해서 자동결제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심지어 앱이 없는 고객도 계산대에 있는 키오스크 스크린을 통해 현금 혹은 신용카드로 계산을 할 수 있다. 아마존 고는 앱이 없으면 매장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아마존 고의 강력한 경쟁자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유니콘 솔루션 기업 육성 늦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의 차세대 유니콘 스타트업 관련 기사가 주는 시사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에게 가장 크게 다가오는 교훈 하나를 든다면,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산업에 대한 시각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시장의 판도가 미국 등의 유명 솔루션 회사 몇몇 중심으로 이미 결정돼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런 글로벌 경쟁에서 이미 많이 뒤처져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현재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솔루션 회사들 중 우리나라 기업이 전혀 범접하기 힘든 영역의 솔루션을 공급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스타트업이 머지않아 기업가치 10억달러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 배경은 단 한가지다. 기존 사용자들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주력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가 IT산업 육성을 내건 이후 한번도 ‘SW 기업 육성’을 핵심 과제로 언급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아직 성과는 미미하다 못해 초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도 유니콘급 SW 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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