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어떻게 탈중앙화를 가능하게 하는가: P2P의 출현과 노드의 탄생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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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어떻게 탈중앙화를 가능하게 하는가: P2P의 출현과 노드의 탄생 배경
  • 서민석 컨설턴트
  • 승인 2018.08.08 05:18
  • 조회수 2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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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금융은 물리적 세계에서 출현하였다. 지역 네트워크에서 신용을 담보하는 중개기관을 매개로 종이와 같은 화폐가 교환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미래 금융은 디지털 혁명의 진행과 함께 실물 가치를 데이터로 개인끼리 주고 받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바야흐로, 기술에 기반한 상호 합의된 신용의 시대가 찾아왔다. 가까운 미래에는 보다 파괴적인 IT 기술이 금융 경제의 핵심인 신용의 개념을 더욱 급진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나아가 경제 영역 그 너머의 경계도 붕괴시킬 것이며, 금융과 연결되어 있는 많은 사회 기제의 가치사슬과 작동방식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관점에서 새로운 금융 시스템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새로운 금융은 무엇을 지향하며 무엇으로 해방되고자 하는 것일까? 그 변화의 중심에 탈중앙화(De-Centralized) 라는 키워드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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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2018년 4월, 서울에서 열렸던 글로벌 분산경제포럼 (출처 : https://www.deconomy.com/)

2018년 4월 3일~4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제1회 분산경제포럼(Deconomy 2018)이 열렸다. 각국에서 세계적인 인사들이 참여하였고 국내외 100여개의 미디어가 열띤 취재를 하는 등 성황리에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 행사의 목적은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화된 경제 모델이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논의하는 것이었다. IBM CTO 이자 디지털 화폐 사업 총괄을 맡고 있는 스탠리 용(Stanley Yong) 은 현재 암호화 화폐(Crypto Currency) 가 지닌 한계를 명확히 지적하면서도 결국 중앙은행의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화폐 발행은 필연적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새로운 구조는 새로운 사회 현상을 만들어낸다. 여기에서 구조는 디지털 기술이며 사회 현상은 분권화이다. 디지털 기술이 중앙화된 금융을 분산화된 금융으로 어떻게 탈바꿈시키는지 핵심 기술의 원리와 함께 시스템 차원에서 이를 살펴보고자 하며, 앞으로 이것이 어떠한 가치 사슬로 우리의 생활 경제 속에서 드러나는지 밝히고자 한다. 더불어 그것이 미래 시대와 이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함께 조망하고자 한다.

 

탈중앙화 네트워크, P2P(Peer-to-Peer)의 탄생

21세기는 디지털 시대이다. 최근 새로운 금융은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비트코인은 폭등하는 가격으로 전 세계적으로 투기와 혁신이라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그 가격과 그로 인한 사회적 이슈가 비트코인의 핵심 사안은 아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기술로부터 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트코인으로 인한 사회 현상에 대해서는 판단을 중지하고, 그것의 기술적 특성과 그 구조가 함의하는 세계관에 집중하고자 한다.

‘비트코인 : 개인간 전자 화폐 시스템(Bitcoin : A Peer-to-Peer Electric Cash System)’, 비트코인과 수많은 암호화 화폐는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에 의해 쓰여진 몇 장 되지 않은 논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여기서 집중해야 할 대목은 개인 간 연결 Peer-to-Peer(P2P) 이다. 이 개념으로부터 탈중앙화의 전모를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금융은 개인 간에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그것은 바로 디지털 정보가 유통되는 구조와 관련이 있다.

물질 세계에서의 기본 단위는 원자(Atom) 혹은 소립자이지만, 디지털 세계에서의 기본 단위는 비트(Bit) 이다. 또한 비트는 0과 1의 최초의 경계를 통해 정보를 형성하는 데이터의 가장 작은 구성 요소이기도 하다(전자 금융을 지향하는 비트코인이 비트 Bit – 코인 Coin 인 이유이다). 디지털 세계의 출현과 함께 인터넷이라는 도구는 네트워크를 통해 최초로 전세계의 데이터 정보를 대륙과 바다를 넘어 실시간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특히, 인터넷 서비스인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 WWW) 의 탄생으로 중앙화된 네트워크의 흐름이 만들어졌다.

이는 강력한 정보 처리 능력을 지닌 중앙의 컴퓨터에 데이터 정보를 몰아주고, 약한 컴퓨터에 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여기에서 전자를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의미로 서버(Server) 라고 불렀고, 후자를 정보를 제공받는다는 의미에서 클라이언트(Client) 라고 불렀다. 초기 컴퓨터 네트워크는 클라이언트-서버 모델로부터 확산되어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중앙화된 방식은 시스템 차원에서 정보 관리를 하기에 용이했지만 서버와 서버 네트워크 과부하라는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더불어 정보의 집중은 누군가의 통제라는 부작용 또한 낳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P2P(Peer-to-Peer : 개인 간 연결)라는 개념이다. P2P 네트워크 아키텍처 안에서는 클라이언트(주변) 와 서버(중심)의 경계가 사라지고, 모든 컴퓨터는 노드(Node, 주변이자 중심)가 된다. 각자 깃발을 자신의 위치에 꽂아 스스로 중심이 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냅스터(Napster) 라는 파일 공유 프로그램이다.

냅스터는 인덱스 서버를 통해 각자 컴퓨터들이 가지고 있는 파일 이름을 등록하고, 그 파일을 보유한 컴퓨터들을 찾도록 돕는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서버 모델을 활용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파일 전송의 과정에서는 중앙의 서버를 거치지 않고 파일을 주고받는다는 측면에서 냅스터는 많은 사람들에게 대표적인 P2P 기반의 서비스로 인식되어 왔다.

비슷한 형태의 파일 공유 서비스로 gnutella, eDonkey, BitTorrent, 소리바다 등이 있어왔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IRC와 인터넷 메신저, 외계 문명 찾기 프로젝트인 SETI@HOME 도 P2P 네트워크의 아이디어로 설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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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노드의 연결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네트워크 구조가 나타난다
(출처 : https://ethereum.stackexchange.com/questions/7812/question-on-the-terms-distributed-and-decentralised)

 

초기 P2P 네트워크의 한계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냅스터는 중앙화 된 네트워크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였을까? 그러지는 못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규제라는 외재적인 한계와 기술이라는 내재적인 한계 모두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냅스터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반 사람들에게 준 경험은 굉장했다.

무료로 음원을 내려 받았다는 공짜 파일에 대한 기대 심리도 있었겠지만, 그들에게 이것은 음반 시장의 중앙 배급사나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도 누군가의 생산물을 내 컴퓨터에 고스란히 저장할 수 있다는 새로운 체험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에서 음원을 제작하고 공급하는 배급 회사들과 그로부터 수익을 얻는 뮤지션들에게 이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강도짓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정당한 유통망을 벗어난 무상 거래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18개 음반사의 소송을 시작으로 미국 음반 산업 협회(RIAA)에 의해 냅스터는 2001년 서비스를 중단하게 된다.

 

규제와 이중 지불 문제, 그리고 블록체인

냅스터가 문을 닫은 이 사건을 교훈 삼아 원 창작자의 권리를 온전하게 보호하면서도 개인간의 거래를 활발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아가 보다 나은 연결의 방식은 없을까?

우리는 미래의 P2P를 보완하는 관점에서 두 가지 이해를 시도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기존의 규제와 법 질서가 새롭게 탈중앙화되어 가는 시장의 양태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가’ 이다.

세상의 복잡도가 높아지고, 새로운 시장의 패러다임이 등장할 때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 냅스터가 소송에서 패배한 결정적인 이유는 순수한 P2P 네트워크에 클라이언트-서버를 결합하여 기존 시장이 합의한 정당성을 교묘하게 훼손하였으며, 정상적인 유통 생태계를 교란하고, 무료 음원 확산을 조장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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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냅스터 아키텍처

오늘 날에도 디지털 통화 기반의 새로운 금융을 두고서도 법과 규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진영들이 출현하고 있다. 국제 송금 솔루션 기업으로 암호화 화폐 세계 시가 총액 3위 (18.07.01 기준)을 기록하고 있는 리플(Ripple) 의 최고경영자(CEO)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ilinghouse)는 (올해 음성 삭제)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트코인은 결국 암호화 화폐계의 냅스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냅스터는 디지털 음원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결국은 법과 규제를 어기면서 활동했다. 소비자들을 위해서라도 규제와 법은 필요하며 앞으로도 리플은 각국의 정부들과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갈링하우스의 이러한 입장이 혁신을 가로막는 것인지, 오히려 혁신의 속도를 최대한 빠르게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패러다임을 창조해내는 쪽에서 새로운 시장의 정당성을 구축해야 하며, 기존의 규제와 법 질서를 타당한 방식으로 설득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이것은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시장 진영들 모두의 공통된 숙제이다.

 

둘째는 ‘기존의 P2P 네트워크가 디지털 혁신을 통해 기존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새로운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가’ 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 P2P 기술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도출해내야 한다. 파일 공유와 같은 초기 P2P 서비스에서는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기술적으로 금융의 영역에서 P2P가 적용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중 지불(Double Spending)의 문제 때문이었다. 이것은 기존 P2P의 가장 커다란 장벽이었다. 이중 지불이란 결제자가 결제가 이루어지는 시간 차를 이용하여 같은 액수로 그 이상의 액수 만큼을 이중으로 결제하는 것이다. 일종의 속임수이다.

예를 들면, 결제가 진행되는 20분 동안 100원만큼의 상품을 사고, 다른 사이트에서 그 시간 내에 100원만큼의 다른 상품을 다시 결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온라인 상에서 P2P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은 가능했지만, 가치를 주고 받는 것은 꽤나 위험했던 것이다. 그래서 암호학 관점에서 기술이 도입되었다. 그것이 블록체인이다. 비트코인은 볼록체인이 통화에 적용된 대표적 사례이다. 이에 전세계의 기업들은 정체되어 있던 동맥과 같은 시장 상황을 이러한 혁신적 기술을 통해 돌파하려 하고 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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