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디지털 탈바꿈: 디지털넛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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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디지털 탈바꿈: 디지털넛지
  • 서준형 이사
  • 승인 2018.08.07 05:17
  • 조회수 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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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행동

람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무엇이 올바른가, 어떤 것이 더 합리적인가 등이 꼭 행동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논리적으로 설득했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은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 담배 포장지에 보기에도 끔찍한 흡연의 피해를 인쇄해서 배포하는 것이 담배 판매량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은 소변기의 중앙에 파리 그림 스티커를 붙였다. 그 결과,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80%가 줄었다고 한다. ‘남자가 함부로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 만이 아닙니다’라는 식의 표어를 붙이는 것보다 파리 그림이 더 큰 효과를 보여준 것이다. 소변기의 파리 그림은 지금은 대부분의 남성용 화장실에서 볼 수 있다. 설득하는 것보다 무언가 장치를 두는 것이 바람직한 행동으로 더 잘 유도할 수 있다.

넛지의 개념

지(Nudge)는 ‘강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일컫는 말이다. 넛지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2008년에 행동경제학자인 리차드 탈러(Richard Thaler)와 카스 선스타인(Cass Sunstein) 등이 공동으로 저술한 “Nudge: Improving Decision about health, wealth, and happiness”라는 책이 출간되면서 이다. 이후에 넛지는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어 왔다. 리차드 탈러 교수는 넛지 이론을 체계화한 공로로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넛지가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지불하지 않고도 사람들의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다 더 잘 유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계단을 밟을 때마다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이 음악이 나오도록 했더니,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보다 계단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이들 교통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횡단보도에 어린이를 위한 노란 신발 자국을 그려놓은 결과 어린이들의 무단 횡단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넛지는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어 왔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넛지

브라질 택시 이용자들의 92%가 승차 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다. 이 점을 주목하여 피아트사는 법적인 제재를 가해도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을 쉽게 잊어버리는 사람들을 위해 ‘안전한 무료 인터넷(Safety Wi-Fi)’ 이라는 이색적인 캠페인을 진행했다. 피아트 택시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면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특수 장치를 설치한 것이다. ‘안전벨트를 매면 인터넷이 무료입니다’라는 문구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캠페인에 참여한 4,500명의 승객 중 전원이 안전벨트를 자발적으로 착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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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브라질택시의 와이파이 넛지 (출처: digitalsynopsis.com)

세계적인 축제 카니발로 유명한 리우 시는 축제기간 동안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리우 시는 브라질 맥주회사 안탈치카비어와 함께 음주운전 발생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맥주 캔을 지하철 티켓 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빈 맥주 캔의 바코드를 찍으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술을 마신 뒤에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유도한 것이다. 이러한 캠페인 덕분에 축제기간 동안 평균 1,000여 명이 지하철을 이용했으며, 전년도에 비해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도 43%가량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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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시카고에 설치된 디지털 횡단보도 (출처: nudges.org)

가상현실을 활용한 넛지

통사고 후 목 부상을 입은 환자 중 80%가 지정된 치료 프로그램을 받지 못해 최적의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한다. 실제 환자들은 재활센터를 예약하고 방문하여 직접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재활치료를 꺼려한다. 또한 아무리 훌륭한 의사와 간호사를 만나 수술과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특정 부위에 대한 부상은 꾸준한 재활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완벽한 회복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점을 착안하여 VR피지오는 2017년 초, 환자가 집에서 개인적으로 재활치료 운동을 수행할 수 있는 ‘VRP홈’ 플랫폼을 출시했다. 현재 대부분의 VR 시스템은 TV나 컴퓨터 등으로 실행되지만 VR피지오는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게 특징이고 휴대전화, 앱, 아령, 신체 센서 등이 VR피지오 게임 세트에 포함되어 있다. VR 재활치료에는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이 있으며 환자는 본인의 몸 상태에 맞는 게임 형식의 운동을 골라서 실행하면 된다.

VR피지오 설립자 에란 오르는 VR이 재활치료산업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VR피지오는 목 부상에 적합한 재활 프로그램을 구축했으며 앞으로는 각종 부위에 맞는 재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마케팅 수단으로서 넛지

디지털 시대에 소비자는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물건을 검색하고 소비를 결정한다. 디지털 넛지는 스마트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어 있다. 동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광고를 봐야 한다. 유튜브는 동영상 그만 보기 기능을 추가했다. 이는 사용자에게 보고 싶은 동영상을 쉽게 클릭하게 해주는 넛지이다. 계정 신설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사항에 동의해야 한다. 반드시 동의해야만 하는 체크박스에 표시가 되어 있다면, 이는 사용자의 판단을 쉽게 해주는 넛지가 된다. 페이스북이 좋아요 버튼 클릭 수를 보여주는 것은 사용자들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강력한 넛지이다.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이메일 등 디지털 환경에서 넛지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디지털 넛지를 적용함으로써 기업은 사용자의 행동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넛지 마케팅은 비용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사용자 경험을 잘 설계하는 것만으로 적용할 수 있다.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사람들의 반응을 봐가면서 넛지를 조정할 수도 있다.

넛지가 사용자에게도 항상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리차드 탈러 교수는 ‘좋은 목적을 위해 넛지해주세요 (Nudge for good)’ 이라고 저자 사인을 해준다고 한다. 탈러 교수는 좋은 넛지 사용을 위해 다음 세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출처: 뉴욕타임즈).

모든 넛지는 투명해야 하고, 절대로 상대방을 오도해서는 안된다.
넛지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면 쉽게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한다. 마우스 클릭 한번 만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넛지를 통해 유도된 행동이 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든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나쁜 넛지의 예로 ‘어둠의 패턴’이 있다. 광고메일 수신을 받겠다는 체크박스에 미리 체크를 해두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식을 무심코 선택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사람들은 나쁜 넛지를 구분한다. 기업들은 디지털 마케팅에서 넛지를 적용하여 성과를 올리는 것에 급급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나쁜 넛지는 사람들이 깨닫는 순간에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손상받게 된다. 디지털 마케팅에서 넛지는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적용될 때 효과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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