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인가? 탈바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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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인가? 탈바꿈인가?
  • 투이컨설팅
  • 승인 2018.02.19 05:33
  • 조회수 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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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이컨설팅 김인현 대표


‘닥치고 디지털’이라 할 만하다. 누구나 디지털 혁신을 외친다. 하지만 궁금하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걸까? 실제로 추진하고 있는 걸까? 어떤 성과를 기대하는 걸까? 슬로건은 많이 보이는데, 실제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가끔 신문에 전면 광고를 내는 은행들이 있다. 디지털 혁신을 잘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런 광고는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 걸까? 금융소비자들이 디지털 혁신을 원하고 있는 걸까? 고객들이 금융회사에게 디지털 혁신을 요구하기는 한 것일까? 디지털 혁신은 광고한다고 되는 걸까?

 

혁신은 영어로 ‘Innovation’이다. 우리 금융회사 CEO들은 ‘Digital Innovation’을 강조하고 있다. 영어로는 ‘Digital transformation’을 더 많이 사용한다 (그림 1 참조). ‘Transformation’은 변환(變換) 또는 변태(變態)로 번역한다. 변환은 영어로 ‘Conversion’이다. ‘디지털 혁신’ 대신에 ‘디지털 변환’ 또는 ‘디지털 변태’는 어떨까? 디지털 변환은 영어로 ‘Digital transformation’이 아니라 ‘Digital conversion’ 으로 번역된다. 적합하지 않다. 디지털 변태는 어감이 나쁘다. 할 수 없이 그냥 ‘디지털 혁신’이라고 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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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구글 트렌드로 조사한 Digital 키워드 사용빈도 추이

 

올바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이 같은 의미로 이야기해야만 같은 방향으로 노력하게 되기 때문이다. ‘Transformation’과 ‘Innovation’은 같은 뜻일까? 금융지주회사 회장님이 이야기하는 디지털 혁신은 ‘Transformation’ 인가? ‘Innovation’인가? 임직원들이 이해하는 디지털 혁신은 ‘Transformation’ 인가? ‘Innovation’인가? 회장님은 ‘Transformation’을 부르짖는데, 임직원들은 ‘Innovation’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디지털혁신의 의미조차도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Digitization’과 ‘Digitalization’은 모두 ‘디지털화’로 번역한다. 두 단어가 같은 뜻이라고 기술하는 영어 사전도 있기는 하다. 엄밀하게 따지면 서로 다른 뜻이다. 주민등록증을 스캔하여 데이터로 바꾸는 것은 ‘Digitization’이다.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 데이터로 바꾸는 것이 ‘Digitization’인 것이다.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하여 아날로그 프로세스를 디지털 프로세스로 바꾸는 것은 ‘Digitalization’이다. 서류를 스캔하는 장비를 도입하여 고객 서류 접수 프로세스를 바꾸었다면 그것은 ‘Digitalization’인 것이다. ‘Digitization’없이 ‘Digitalization’되지 못한다. 하지만 ‘Digitization’했다고 해서 ‘Digitalization’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옵티머스 프라임이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바뀌는 것은 ‘Innovation’이 아니라 ‘Transformation’이다. 장구벌레가 모기로 바뀌는 것은 ‘Innovation’이 아니라 ‘Transformation’이다.  블록체인을 도입하여 금융회사 간 국제 송금 방식을 바꾸는 것은 ‘Innovation’이 아니라 ‘Transformation’이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파다완이 수련을 통해 제다이기사가 되는 것은 ‘Transformation’이 아니라 ‘Innovation’이다. 새로운 엔진의 발명으로 자동차 연비가 좋아지는 것은 ‘Transformation’이 아니라 ‘Innovation’이다.  CD/ATM 등 자동화기기를 도입하여 영업점 생산성을 올리는 것은 ‘Transformation’이 아니라 ‘Innovation’이다.


‘Digital Transformation’과 ‘Digital Innovation’은 ‘Digitalization’의 고도화된 형태라는 점은 같다. 하지만 같은 뜻은 아니다.


‘Innovation’은 다른 말로 하면 ‘do more with less’이다. ‘Innovation’과 자주 비교되는 ‘Improvement’는 ‘do more with more’이다. 혁신은 더 적은 투입으로 더 많은 산출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기업은 개선 활동을 거듭한다. 더 이상 개선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여 생산성을 끌어 올린다. 이를 혁신의 S커브라고 한다. 기업은 개선과 혁신을 반복하면서 성장한다.


‘Transformation’‘to-be journey’이다. As-is에서 전혀 다른 ‘To-be’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다. 기업은 비즈니스 모델의 생명주기가 끝나면 ‘Transformation’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

 

지금까지 금융회사는 혁신(Innovation)은 여러 번 했다.


▶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대표적인 혁신 사례이다. 정보기술을 이용함으로써 영업점과 본부의 운영 비용은 줄이면서도, 고객 대응 능력은 훨씬 커졌다. 창구 영업직원 1인당 응대 가능한 고객 이벤트는 열 배 이상 늘었다.
인터넷뱅킹 도입으로 비대면 거래가 가능해졌다. 고객들이 스스로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보다 적은 직원으로 보다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건당 처리 비용도 10분의 1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금융회사는 혁신(Transformation)을 한 적은 없다. 안정적인 산업 환경으로 인해 규제 비즈니스, 라이선스 비즈니스 등으로 불렸다. 하고 있는 업무를 계속 잘 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 고객들이 디지털화되고 있다. 고객들이 주도권을 갖기 시작했다. 고객들이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고객들은 고객들을 더 믿는다.

 

▶ 규제가 바뀌고 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회사는 경제의 안전판이 아니라 위기 확장 역할을 했다. 뱅킹은 오픈되기 시작했다. 챌린저들이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 혁신 기술이 등장했다. 블록체인은 전통 금융비즈니스 모델인 중개 모델을 파괴할 가능성이 크다. 소셜과 모바일, IoT 등은 빅데이터를 만들어낸다. 인공지능은 이를 학습한다.


지금 금융회사에 필요한 것은 Transformation이다. Transformation을 Innovation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면 문제가 생긴다.


▶ Innovation은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성과 보여주기에 집중하는 것은 Transformation이 아니다. Transformation은 KPI가 바뀐다는 것을 뜻한다. 장구벌레는 헤엄을 잘 치는 것이 중요하지만, 탈바꿈한 모기는 잘 나는 것이 중요하다. 앱 뱅킹 도입의 성과 지표는 예대마진이 아니라 고객 경험이어야 한다.

▶ Innovation은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대개는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Transformation은 겉 만 아니라 속까지 바꾸는 것이다. 보다 장기적이고 포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매미는 7년을 땅 속에서 버티고 3주는 고치상태로 보내야 비로소 날개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디지털 금융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역량, 플랫폼, 생태계, 콘텐츠(서비스와 상품), 고객 경험 등을 함께 바꾸어야 한다.

▶ Transformation은 새로운 역량을 필요로 한다. 디지털인재 사관학교를 지향한다면 금융회사 직원들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가를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아무리 많이 교육한다고 해도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인재가 양성되지는 않는다. Transformation의 목표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은 교육했다는 명분 쌓기 뿐이다

 

금융회사는 2018년이 중요한 해이다. 디지털 기술이 금융산업의 비효율을 비집고 들어와서, 금융 생태계를 새롭게 바꾸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혁신이라는 단어는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사람들을 혁신에 몰입하게 만들어서 탈바꿈해야 한다는 상상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디지털 혁신’을 버리고 ‘디지털 탈바꿈’을 추진해야 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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