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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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가 던진 질문
  • 투이컨설팅
  • 승인 2017.08.1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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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이컨설팅 김인현 대표


 

금융 규제는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인터넷 전문은행의 명분은 언뱅크드(unbanked)였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낮은 고정 비용, 높은 신용 분석 능력을 갖춤으로써, 중등급 신용자들에게 합리적인 수준의 여신 금리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중신용자들을 타깃 고객으로 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어차피 중신용자들은 제1금융권에서 소외된 고객층이므로 기존 은행들에게 큰 위협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던져진 질문은 어떻게 중신용자들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였다. 그러나 카카오뱅크가 등장하면서 시장의 질문이 바뀌었다. “기존 은행들은 왜 카카오뱅크처럼 하지 못하는가?”라는 것이 화두가 되었다. 기존 은행들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외화 송금 수수료를 낮추었고, 높은 수신 금리를 주는 상품도 등장했다. 카카오뱅크 출범식에서 금융위원장을 비롯해서, 여야 국회의원들의 축사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카카오뱅크가 제대로 메기 역할을 한다면, 국회도 정부도 금융 규제 완화를 더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카카오뱅크는 이제 고객 수가 2백만 명을 넘어섰다. 시중 은행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지방 은행에 필적하는 수준이 된 것이다. 금융소비자들은 계속 질문할 것이다. “기존 은행은 왜 카카오뱅크처럼 못하는가?” 금융당국과 국회는 이제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은산 분리를 비롯한 금융 규제는 카카오뱅크가 등장하기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완화될 것이다. 금융 규제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의 카카오뱅크 이용 권리가 제약받는 상황이 되면, 금융 당국도 여당도 야당도 곤혹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도 카카오 뱅크처럼 할 수 있을까?
카카오뱅크로부터 기존 은행을 보호하는 규제가 사라진다면, 기존 은행은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카카오뱅크처럼 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와 같은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과연 가능할까? 수신 금리는 높이고, 여신 금리는 낮추며, 수수료는 대폭 떨어뜨리고, 고객에게 직관적인 앱 뱅킹을 제공하는 일이 가능할까? 쉽지 않을 것이다. 기존 은행에는 있고 카카오뱅크에는 없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에는 없고 카카오뱅크에는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거대한 IT 시스템이 없다. 기존 은행은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의 20~30% 정도를 IT 비용으로 사용한다. 매년 수천억 원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의 현재 시스템 구축에 들어간 비용의 다섯 배 이상이다. 카카오뱅크는 풀뱅크라기보다는 리테일 뱅크에 가깝다. 단순 상품에 집중하고 있고, 고효율 아키텍처를 택하고 있어서 IT 비용이 낮을 수밖에 없다. 기존 은행들은 수백 개에 이르는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영업점이 없다. 당연히 한 사람의 고객을 유치하여, 계좌를 개설하고 서비스를 시작하기까지 소요되는 원가가 기존 은행보다 훨씬 낮을 수밖에 없다. 독일 피도르 뱅크의 사례로 추정해본다면, 금융 거래 1건 처리에 드는 비용은 기존 은행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기존 은행은 파이프 비즈니스 모델이다. 파이프 비즈니스 모델은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보다 효과성이 떨어진다. 카카오뱅크가 아직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지만, 카카오라는 플랫폼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기존 은행은 플랫폼이 될 수 없을까? 각 시중 은행의 고객 수는 천만 명을 넘는다. 고객의 은행 신뢰도는 카카오와 같은 포털 신뢰도보다 훨씬 높다. 플랫폼이 될 수 있는 네트워크는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는 노드간의 상호작용에 따라 결정된다. 은행 고객은 은행하고만 상호작용한다. 은행 고객수가 천만 명이라 해도, 상호작용 수는 천만 개에 불과하다. 카카오는 고객과 고객 사이에 상호작용이 발생한다. 상호작용 수는 고객 수의 제곱보다 크다. 은행이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간 상호작용을 지금보다 훨씬 더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 은행의 역할에 대한 가정을 바꾸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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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네트워크 효과

 

 

카카오뱅크와 기존 은행은 경쟁 관계일까?
제도의 제약이 없다면, 금융 서비스 수준에서 기존 은행은 카카오뱅크를 이기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경쟁이 아니라 협업해서 서로 윈윈할 수는 없을까? 고객은 급여 계좌는 기존 은행에 유지할 것이다. 대출 연계, 수수료 할인, 포인트 등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정 잔고는 카카오뱅크 계좌에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지불 결제를 포함한 생활서비스는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존 은행과 카카오뱅크가 공존하는 모델이 가능하지는 않을까?

EU 지역에서는 2018년부터 오픈 뱅킹이 시작된다. 새로운 지급 결제 서비스 지침에 의하여 모든 금융회사는 고객이 지정한 서드파티에 계좌 서비스를 오픈해야만 한다. 그 결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것이다. 통합계좌서비스 회사와 통합 지불결제 회사이다. 금융소비자는 통합계좌서비스회사를 통해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여러 금융회사의 계좌를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다. 지불결제회사를 통해서 상거래 지불 결제를 바로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종류의 회사들을 애그리게이터(Aggregator)라고 부른다. 고객의 1차 접점은 애그리케이터이고, 기존 은행은 애그리게이터를 통해서 고객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은행은 고객 접점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원하지는 않지만, 오픈 뱅킹 생태계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금융제도가 오픈 뱅킹으로 진화한다면, 카카오뱅크는 애그리게이터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뱅크가 애그리게이터가 되면, 기존 은행들은 피해를 보게 될까? 이 질문에는 이미 카카오가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스탁을 참조해서 유추해볼 수 있다. 카카오스탁은 키움증권, 미래에셋대우증권 등 국내 유수의 11개 증권사 계좌를 통합해서 운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은 카카오스탁을 통해서 주식 정보를 취득하고, 투자 의사결정을 한다. 주식 매매를 할 경우에만, 해당 증권사의 프로그램으로 연계되어 거래를 처리한다. 카카오스탁은 고객 접점을 차지하고 있지만, 기존 증권사에게 새로운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고객은 카카오스탁을 이용해서 거래를 하더라도 기존 증권사의 HTS 또는 MTS를 이용하는 경우와 같은 수준의 수수료를 지불한다. 카카오스탁은 대신에 부가 서비스를 고객에게 판매한다. 인공지능 분석, 소셜 트레이딩 등이 그것이다. 카카오스탁의 사용자인터페이스는 기존 증권사의 MTS보다 월등하게 낫다. 카카오스탁 비즈니스 모델의 강점은 참여자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는 MTS 운영 비용을 줄여줄 수 있다.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한다면 카카오스탁의 고객 기반을 활용하여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투자자는 편리하면서도 다양한 서비스를 더 낮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스탁은 부가서비스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카카오스탁의 누적 거래액은 201551조 원을 달성한데 이어서 20169 10조원, 201720조 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뱅킹 서비스에서도 카카오스탁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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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카카오스탁 화면 (출처: 뉴시스)


카카오뱅크에서 카카오는 강점일까?
카카오뱅크가 일단 카카오페이를 이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다. 카카오페이에 묶이는 순간 다른 지불결제 서비스와 연계하는데 제약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에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연동시킨다는 계획이 발표되기는 했지만, 카카오뱅크 입장에서 카카오페이는 여러 지불결제 서비스의 하나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카카오뱅크가 뱅킹 플랫폼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선진 은행들의 계좌 서비스는 메신저 기반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페이스북 메신저, 스냅챗, 라인 등의 메신저 이용 고객에게 자신의 금융 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뱅크가 주는 사용자 경험은 매우 뛰어나다. 웬만한 글로벌 선진 은행들의 앱과 비교해봐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카카오뱅킹 앱을 만약 동남아나 중국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지 은행과 제휴하여 뱅킹 서비스는 현지 은행이, 고객 접점은 카카오뱅크가 하도록 협업한다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결정적인 제약 요인이 있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라는 메신저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쟁력은 카카오 메신저의 경쟁력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 메신저 서비스의 시장 점유율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체감하지 못하지만, 외국의 눈을 돌리면 사정이 전혀 다르다. 카카오가 진출해서 성공을 거두고 있지 못하면 카카오뱅킹은 진출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도 카카오를 메신저로 사용하지 않는 고객층은 카카오뱅크의 고객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뛰어난 사용자 경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를 버려야 한다. 메신저 기반의 뱅킹으로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경쟁사인 네이버의 라인을 포함하여, 메이저 메신저 서비스들에 카카오뱅킹을 탑재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메신저 회사들은 오픈 API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를 버리고 메신저 뱅킹의 글로벌 선두주자로 나서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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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용한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뱅킹서비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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