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제대로 알고 분석, 제시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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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제대로 알고 분석, 제시하려면?
  • 김준석
  • 승인 2023.06.29 09:33
  • 조회수 6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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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첫 직장생활은 SI사의 컨설팅사업팀에서 시작하였다. 컨설팅이란 업무에 대해 어렴풋이 알아갈 무렵 고객사인 S전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S전자는 글로벌 Top 컨설팅사로 일컬어지는 M사와도 전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결과물을 살펴 볼 기회가 있었다. 완성도 높은 장표의 구성, 유려한 단어 선택, 탁월한 논리 전개, 이러한 기대가 허물어지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외부 시장환경과 내부 운영 현안에 이르기까지 100페이지에 가까운 현황분석서 대부분은 숫자에 대한 건조한 분석과 이해를 돕기 위한 차트로 지루하리 만큼 점철되어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야구 영화인 ‘머니볼’을 본적이 있다. 전력 분석가인 피터 브랜드는 선수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단주 빌리 빈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건 결국 하나의 숫자를 도출해 내기 위한 거예요. 아무도 눈치 못 챈 선수들의 가치를 찾아냅니다. 많은 선수들이 어떤 선입견이나 눈에 쉽게 보이는 결점 때문에 과소 평가 당해요. 숫자는 그런 걸 단칼에 끊어 버리죠”

 

숫자의 힘
숫자는 단순히 계산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자신의 의견과 논리를 관철시키고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중요한 무기이다. 수치분석은 컨설턴트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숫자가 힘을 가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숫자는 주관적 해석의 다양성을 줄여준다. 컨설팅 보고서에 ‘다소’, ‘상당한’, ‘일부’, ‘최적’과 같은 표현은 프로젝트의 목표와 결과에 대한 이해를 방해할 수 있다. “매우 큰”이라는 표현 보다는 “300억 이상의 효과”가 명확하고 일관된 정보를 제공한다.

둘째, 숫자는 데이터를 비교하고 분석하는데 유용하다. 다른 항목, 그룹 또는 시간 간격 간의 차이점이나 유사점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고객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마지막으로 숫자는 복잡한 내용을 간략화하고 요약하는 데에 힘을 발휘한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복잡한 개념이나 추이를 간단하게 전달한다.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진일수록 수많은 보고서의 정성적인 내용보다는 숫자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숫자와 Value Proposition (가치제안)
연인에게 결혼을 청하는 단어는 “Propose”이다. 보통 남자가 연인에게 프로포즈 할 때 “지금보다 35%는 더 행복하게 해 줄게”, “진짜 공주의 85% 정도로 대하게” 라는 등 숫자의 가치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을까? 하지만 이윤 추구 집단인 기업에서는 정량화된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다음 건물 중에 가치가 가장 높은 국가 자산은 무엇일까?

각 건물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 효용성, 역사성, 건물의 가치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 숫자를 다루는 기획재정부에서는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여 숫자로 가치를 산정하였다

“Value Proposition”이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뜻하며 혜택(Benefit) – 비용(Cost)로 산출된다. 

컨설턴트에 있어 숫자가 활용되는 분야는 외부환경, 현황분석, 목표설정 등 다양한 영역이 있다. 그중 Value Proposition 부문에 대한 효용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된다. 특정 과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인력투입과 투자를 수반한다. 의사결정자가 고민하는 지점은 과연 그 이상의 가치를 기대할 수 있는 가이다. 그리고 이를 수치로 표현해 주기를 원한다. 이에 대한 확신이 섰을 때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시스템 구축 및 솔루션 도입에 대한 가치는 어떻게 숫자로 산출될 수 있을까?

자동차 제조사를 대상으로 대리점을 방문한 고객을 위한 디지털 사이니지와 영업사원을 위한 태블릿 솔루션을 제안한다고 가정해 보자

해당 브랜드나 대리점 방문 경험에 대한 호감도 상승이라는 막연한 정성적 가치 외에 투자 대비 어느 정도의 매출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어필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매출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와 공식에 대한 정의를 선행하여야 한다.
  

다음은 해당 인자에 대한 현재값과 솔루션 도입으로 인한 각 인자에 대한 향상율을 타 사례를 통해 추정해 보면, 아래와 같은 매출 향상 효과를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

 

숫자에 스토리텔링을 더해라
앞의 예시에서 보듯이 숫자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숫자 도출에 앞서 스토리와 시나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전략적 필요와 Pain-Point를 충족하는 스토리를 설정 한 후 숫자에 연결시키는 식으로 다음 과정을 밟아야 한다. 원하는 숫자에 대한 도출보다 이러한 모델과 인자를 설정하는 일이 더 어려운 단계일 수 있다. 스토리를 숫자로 바꾸는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숫자가 가진 위험
불확실성의 세상에서 숫자는 우리에게 정밀하고 객관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런 정밀성은 허상인 경우가 적지 않으며 숫자가 개입하는 편향의 여지도 크다. 2008년 금융 위기는 복잡한 숫자모델이 상식을 압도하도록 방치한 사람들에 던진 경고장이었다. 고객에게 전달한 숫자가 예상에 부합하는지, 그렇지 않다면 시사점과 원인이 무엇인지를 같이 제공할 필요가 있다. 숫자위주의 분석과 추정치가 지닌 한계와 위험성도 잊으면 안된다. 우리가 다루는 현상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또한 잘못 인용되거나 부정확한 숫자는 보고서 전체의 신뢰성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모델과 신뢰성 있는 숫자는 실제 현상의 70%는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나머지 30%는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질적인 내용으로 보충해야 한다. 숫자로 무엇이든 알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모두 경계해야 한다.

 

맺음말
“컨설턴트로서 숫자를 분석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야” 회사생활 초창기때 선배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다. 숫자는 컨설턴트 또는 기획자가 아니더라도 기업인이라면 이를 추출하고 분석하고 제시하는 활동은 피해 갈 수 없다. 숫자를 알면 알수록 설득의 힘이 더해지고 이는 분명 경쟁력의 원천이다. 숫자로 생각하고, 설득하고, 판단하는 것은 나만의 무기가 될 수 있다. 기업의 언어는 ‘숫자’다

 

 


(참조문헌)
일잘하는 사람들은 숫자에 강합니다. 나카오 류이치로
네러티브 & 넘버스, 애스워드 다모다란
Value Proposition 방법론, 삼성S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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