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신뢰의 필요성(바르셀루스 수탉의 사실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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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뢰의 필요성(바르셀루스 수탉의 사실과 진실)
  • 이종원 담당자
  • 승인 2023.06.08 09:00
  • 조회수 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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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루스의 수탉은 포르투갈에서 인기있는 상징이다. 이는 포르투갈 바르셀루스라는 도시의 전설과 관련이 있다. 산티아고 길을 걷던 젊은 순례자가 바르셀루스에 도착했다. 밤이 되어서 순례자는 여관에 투숙했다. 여관의 하녀는 순례자가 마음에 들었고 접근했다. 하지만 순례자는 거절했다. 화가 난 하녀는 순례자의 짐에 은접시를 몰래 넣고 절도죄로 신고했다. 순례자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사형을 선고받게 되었다. 순례자는 자신이 죄가 없다면 식탁 위에 있는 구운 수탉이 내일 새벽에 울 것이라고 판사에게 말했다. 다음 날 수탉은 울었고, 순례자는 방면되었다. 이후 바르셀루스의 닭은 진실이 거짓을 이기는 것을 상징하는 행운의 부적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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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TV 재고가 100개 있다. 데이터베이스에는 TV재고가 50개로 기록되어 있다. 어떤 숫자가 사실일까? 어떤 숫자가 진실일까? TV재고가 100개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진실은 TV재고는 50개이다. 판매 담당자는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재고 수치에 따라서 주문을 받는다. 실제 재고가 100개가 있다고 하더라도 팔 수 있는 TV는 50개인 셈이다. TV는 100대가 재고로 있지만 창고에 가서 TV 수를 일일이 세지 않는 한, TV재고는 50대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 진실이다. 사실, Fact는 객관적으로 검증가능한 현실 사건 또는 상태를 말한다. 진실, Truth는 개인의 신념, 가치관, 경험 등에 기반한 주관적 판단을 말한다. 사람들은 사실이 아니라 진실에 따라 행동한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 사람들은 두 종류 세상에 살고 있다. 아날로그 세상과 디지털 세상이다. 사람들은 실제로는 아날로그 세상에 살지만 디지털 세상에서 기록되고 분석되어 제공되는 사실에 점점 더 의지한다. 실제 사실이 아니라 디지털 사실이 진실이 되는 세상은 과연 사람에게 좋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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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5일 오후 3시30분 US에어웨이즈 1549편은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했다. 2분 뒤 갑자기 날아든 기러기 떼와 충돌하는 바람에 엔진 2개가 동시에 멈춰버렸다. 동력을 잃은 비행기는 천천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셀렌버거 기장은 기지를 발휘해서 허드슨 강에 비상 착륙하기로 결정했다. 관제탑은 라과디아 공항으로 회항하거나 인근 테터보로 공항으로 비상착륙하도록 지시했지만 셀렌버거 기장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관제탑은 공항 활주로가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셀렌버거 기장은 엔진이 멈춘 상태에서 공항까지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공기는 허드슨 강 위에 무사히 착륙했고 승객과 승무원 모두는 안전하게 구조되었다. 이는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며 2016년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영화에서는 사고 수습이후 시뮬레이션 결과를 따르지 않은 셀렌버거 기장의 결정을 따지는 심판 과정이 나온다. 사실과 진실은 무엇일까? 셀렌버거 기장은 숙련된 전문가로서 판단한 것이다. 최초 시뮬레이션 결과는 공항으로 회항했어도 안전하게 착륙했을 것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셀렌버거 기장은 시뮬레이션에 따르는 것이 확률적으로 얼마나 위험한가를 설명한다. 결국 심판관들은 셀렌버거 기장의 판단이 옳았음을 인정한다. 만약 시뮬레이션 결과를 따랐다면 간발의 차로 실패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최초 사고 발생에서 비상착륙까지 208초 걸렸다고 한다. 셀렌버거 기장은 자신의 직관을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문가의 사실이 디지털 시뮬레이션의 사실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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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9일 구미의 한 빌라에서 세 살 여자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발견된 곳은 아이의 엄마가 살던 곳이었다. 김씨가 자신의 아이를 방치해서 벌어진 비극으로 생각되었다. 이후 유전자 검사에서 죽은 아이의 친모는 김씨가 아니라 김씨의 엄마인 석씨로 밝혀지면서 복잡해졌다. 석씨는 2018년 자신이 출산한 아이와 딸이 출산한 아이를 몰래 바꿔치기 해서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석씨는 자신이 출산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석씨가 친모일 확률이 99.9%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1심과 2심에서 재판부는 석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023년 5월 18일 대법원 3부는 아이 바꿔치기 부분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2022년 6월 기존 유죄 판결을 파기했었다. 1심과 2심에서는 ‘불상의 방법으로 바꿔치기 했다’고 판단했었다. 대법원에서는 ‘바꿔치기 방식으로 아이를 약취했다는 점이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유전자 감정 결과라는 사실은 아이 바꿔치기했다는 진실을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른 사실들이 더 보완되어야 혐의의 진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유전자 검사의 결과는 아이가 석씨의 아이라는 진실을 말하지만 이로 인해 아이가 바꿔치기 되었다는 진실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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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23일 KBS는 허술한 비대면 카드발급 사실을 보도했다. 60대 남성 A씨는 자신도 모르게 신용카드 4장이 발급되어 물품구매에 활용되는 상황을 겪었다. 범인은 위조신분증을 이용하여 먼저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다음에 위조신분증으로 비대면 카드 발급을 신청하고 휴대전화로 인증한다. 실물카드를 받기 전에 앱카드로 등록하고 현금화하기 쉬운 물품을 구매한다. 거래 실적이 전혀 없는데도 카드 발급이 되는 점과 2천만원이 넘는 휴대폰을 구매해도 거래가 승인되는 점 등은 이상거래시스템이 허술한 탓이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신분증의 이미지 인식 시스템이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는 이미 은행권에서 발생한 비대면 여신대출 사고와 동일한 수법이다. 금융기관들이 비대면 신분증 인증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미지 파일로 전송되는 신분증이 원본인지 사본인지 구분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사고 발생 이후 금융기관의 대응도 문제이다. 피해를 당한 금융소비자에게 여신 상환을 요구하거나 카드 대금 분할 납부를 제안하기도 한다. 디지털 사실이 진실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확인과 사후 절차도 미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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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여도 될까? 디지털 데이터를 그대로 활용해도 될까?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도 될까? 디지털 세상에는 가짜 뉴스가 넘치고 있다.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가짜 음성이나 가짜 영상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소셜 플랫폼의 컨텐츠들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생산된 것일 수도 있다. 더군다나 GPT로 대표되는 거대언어모델들은 그럴듯한 가짜 컨텐츠를 쉽게 만들어낸다. 
4차 산업 혁명을 통해 피지컬 세상, 바이오 세상, 디지털 세상이 하나로 합쳐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조직과 사람들을 보다 편리하게 한다. 하지만 디지털 사실들은 참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디지털 신뢰는 디지털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초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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