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차세대시스템 왜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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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차세대시스템 왜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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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2.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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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차세대시스템

그거 꼭 해야 해?”에 대한 답변

 

변 성 욱 투이컨설팅 상무/PI본부장 bpm@2e.co.kr

 

수학의 역사에서 3, 4차 방정식의 근을 구하는 공식은 16세기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5차 방정식의 근을 구하는 공식은 이후 200년 동안 수많은 수학자가 도전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19세기 초 약관의 수학자 아벨이 5차 방정식의 근을 구하는 공식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많은 수학자들이 근을 구하는 공식을 찾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해답은 반대편 즉, 답이 없다는 데 있었던 것이다.

 

차세대시스템 역시 이런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차세대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는 이유보다는,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도저히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가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어떤 회사가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다고 해서 경쟁사도 장단을 맞추어 차세대 사업을 하지 않을까? 그럴 수는 없다. 정보시스템이 경영의 핵심 무기가 되어 버린 비즈니스 현실에서 경쟁사의 미사일에 맞서 소총으로 상대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에 담긴 뜻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이 있다. 기업이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경쟁사에 뒤쳐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차이보다 더욱 무서운 것이 조금씩 뒤쳐지는 것이다. 어느 날 경쟁사가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하는 것을 발견하면 그것을 역전시키기 어렵다.

 

상품과 서비스의 모방은 쉽지만 그것을 제공하는 인프라의 모방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품과 서비스의 차이가 1이라면 그 이면에는 9라는 인프라의 차이가 잠재돼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 내부에서 “IT 때문에 이러한 일을 할 수 없어라는 탄식이 나오면 이미 늦은 것이다.

 

차세대시스템은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프로세스를 변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장기간에 걸쳐 빙산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물속에 잠겨있는 90%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영업의 시선에서 빙산의 일각은 변화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변화는 보이는 않는 그 90%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장기간에 걸친 시대의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느 한순간 현실로 다가온다.

 

기업 경영에서 과거에는 무엇(What)을 할 것인가가 중요했지만, 이제 어떻게(How) 할 것인가가 중요한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어떠한 전략이 목적이 아니라, 어떠한 전략이라도 수행 가능한 체계가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왜 그럴까?

 

어느 산업이나 비즈니스 환경은 계속 불확실성, 복잡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전략은 과거와는 달리 짧은 기간에만 적용된다. , 전략이 수시로 생성되고 변경되는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시장에서 속도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경쟁요소이다.

 

이제 오래 유지되는 전략은 없다

 

Hyper 시대(Hyper Change, Hyper Competition)에는 탁월한 전략에 의해 도출된 상품도 얼마 가지 못해 경쟁사에 의해 모방되고 만다. 새로운 시도와 모방의 사이클이 짧아지는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에는 무엇이 경쟁우위일까? 창의적으로 발상하고, 빠르게 적용하고, 예상치 못했던 경쟁사의 상품 또는 서비스를 신속하게 모방할 수 있는 회사가 경쟁우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변화하는 전략을 업무시스템에서 바로 수용하고 적용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이 IT시스템이다. IT가 없을 때는 사람이 모든 것을 손으로 처리했다. IT가 등장하면서 업무 지식이 점차 시스템으로 이전되고, 사람은 계속 순환하고, 실제 프로세스를 시스템이 주도하게 된 것이다. 사람은 떠나도 IT는 계속해서 새롭고 복잡한 비즈니스를 담게 된다.

 

보험회사는 원래 사업비에 민감하지만, 본사 및 업무 스탭의 최적화를 추진하면서 인원이 더욱 줄고 있다. IT로 인해 업무담당자는 전문가가 아닌 단순 업무 처리자로 역할이 축소됐고, 이는 차세대 프로젝트에서 목표(TO-BE) 업무를 정의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장애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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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정보시스템 진화방향)

 

Hyper 변화의 대응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통제가 어려운, 공룡화된 블랙박스형 정보시스템이다. 보험회사가 차세대시스템을 통해 추구하는 목표의 핵심이 바로 이러한 정보시스템의 변화이다. 하지만 보험회사에서는 정보시스템 변화라는 숙제가 IT부서의 역할이라고 착각하는 임직원이 적지 않다. 지금은 업무 비즈니스가 IT시스템에 그대로 담겨있어 정보시스템 없이는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IT시스템은 이제 단순한 IT의 업무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업무 프로세스이자 업무 시스템이다.

 

과거 현업의 필요에 의해 그때그때 만든 수많은 시스템 가운데 실제로 활용되는 것은 50%도 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 이렇게 제대로 쓰지 않거나 중복 개발된 50% 이상의 시스템을 유지보수하는 비용만 해도 엄청난 손실이다. 이것은 IT만의 숙제일 수 없다. IT와 현업 공동의 책임이다. 차세대 프로젝트는 이러한 현 상황을 현업에게 인식시키고, 업무 시스템의 오너십(Ownership)을 좀 더 확실히 현업에게 전달하게 된다. 이러한 내용이 공유되고 동의되지 않는다면 차세대는 말 그대로 값비싼 시스템이 될 것이다.

 

정말 중요한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향후 보험회사의 전략과 IT시스템은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까?

 

업무 프로세스가 시스템에 녹아있는 상황에서 IT시스템은 특정 비즈니스 전략에 종속적인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략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과 독립적인 구조를 가져야 한다. DBMS를 통해 테이터 구조변화에 따른 프로그램의 변화를 최소화한 데이터 독립성(Data Independence)과 비슷하다. 전략의 변화에 따른 업무 시스템의 변화를 최소화, 변화를 신속히 수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변화를 신속히 수용하기 위한 업무 시스템의 지상과제는 바로 투명성이다. 관리가 어려운 코딩으로 구성된 블랙박스 시스템이 아닌, 화이트박스(White Box) 시스템이 되지 않으면 비즈니스 민첩성을 달성할 수 없다. 보험회사의 차세대시스템은 투명성 확보를 위해 자바, CBD, 규칙 기반, 프레임워크, BPM, 패키지 솔루션 등 새로운 기술요소를 대거 적용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숨어 있다.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올바른 구축은 필요 조건이고 올바른 운용이 필요충분 조건이다. 따라서, 구축을 바라보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구축 이후 운용을 바라보면서 차세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차세대시스템 오픈 이후 프로젝트 인력 재배치, 시스템 이행 과도기의 운영 주체 등 민감한 의사결정이 미리 준비되고 실행되어야 차세대 프로젝트의 원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점차 순수 비즈니스 조직 또는 순수 IT 조직을 한 차원 뛰어넘는 제 3의 조직인 거버넌스 조직의 등장이 필연적이다. 이른바 BR(Business Relationship)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내 보험회사는 가입설계/청약, 계약 변경, 보상 등의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방대하기 때문에 차세대시스템 인력의 현업 전환은 필수 요구 사항이다. 차세대 비즈니스와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BR 인력을 통해 빈번한 전략 및 업무 변화를 신속히 처리함으로써 비즈니스와 시스템을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 이것이 차세대시스템을 통해 달성해야 할 최우선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보험회사가 단기간에 획기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새로운 전략의 성과는 일시적인 단타 전략(Spot Strategy)이 아니라, 다양하고 복합적인 연타 전략(continuous Strategy)에 의해 달성 가능해진다. 차세대는 단타 전략이 아니라 연타 전략이다. 우물가에 가서 숭늉 달라고 재촉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차세대시스템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어린 왕자의 지혜를 어른들은 너무 쉽게 잊는 것 아닐까?

2009년 1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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