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사거리와 광화문 광장, 디지털 경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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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사거리와 광화문 광장, 디지털 경제의 교훈
  • 김인현 대표
  • 승인 2019.10.10 07:43
  • 조회수 1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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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와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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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촛불집회 장면 (출처: 한국일보)

사실은 하나이다. 해석은 다를 수 있다. 다른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생명의 진화는 다른 DNA가 만날 때 이루어진다. 같은 DNA가 증폭되면 생명은 퇴화한다. 에스키모족이 외지인을 대하는 풍습은 다른 DNA를 받아들이기 위해서이다. 인간이 원하는 특성을 가진 품종만 선택해서 키운 가축이 전염병에 치명적으로 약한 이유는 다른 DNA를 받아들이지 못해서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해서 사용한다. ‘다르다’는 가치판단이 아니다. 같지 않다는 뜻이다. ‘틀리다’는 가치판단을 포함하고 있다. 잘못된 것 또는 나쁜 것이라는 뜻이다. ‘다르다’와 ‘틀리다’를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것은, 은연 중에 같지 않으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나와 내가 다르다는 것은 진화론 관점에서는 축복이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나와 남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요즘 광장이 소란스럽다. 맞고 틀림을 가름하기 전에 특별한 현상임이 분명하다. 분명 사실은 하나일 텐데 서로 다른 두 개의 진실이 되어서 편가름이 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다르다는 정도가 매우 크다. 또한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수가 매우 많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는 위험한 상황이다. 돌이켜보면 이런 상황은 과거에는 없었다. 다른 생각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만나고 소통하고 토의하는 과정을 거쳐서 하나의 생각으로 모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전체가 공감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2019년에 서초동 사거리와 광화문 광장의 대규모 군중 집회가 진행되었다. 놀라운 것은 서로 전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수가 서로 많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디지털 경제의 진화에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디지털화가 진행됨에 따라서 사람들이 정보를 수집하고 의사소통하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메아리방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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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메아리방 효과 (출처: 네이버)


소리의 울림 효과를 만든 것이 메아리방(Echo Chamber)이다. 메아리방에서 이야기를 하면 울림 현상이 발생해서 메아리방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채워지게 된다. 메아리방 효과(Echo Chamber Effect)는 특정한 정보나 생각이 일정한 집단 내에서 돌고 돌면서 다른 관점의 생각을 차단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같은 집단 내의 사람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아날로그 경제에서 뉴스는 신문을 통해 유통되었다. 하나의 신문은 특정인 또는 특정 집단의 관점만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독자는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도 알게 되고, 자기와 반대되는 입장도 보게 된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시각을 확인하면서 뉴스 편식으로 한 곳에 치우치게 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 뉴스는 포털이나 유튜브를 통해 유통된다. 포털은 다른 사람들이 많이 본 뉴스를 중심으로 배치한다. 유튜브는 그 사람의 검색 데이터를 분석하여 자주 찾아본 주제와 정치적 성향이 같은 동영상을 먼저 추천한다. 사람들은 소수 의견이나 다른 의견을 대할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동일한 의견만 반복적으로 섭취함으로써 ‘확정 편향’ 상태에 빠지게 된다.

메아리방 효과를 더욱 증폭시키는 것은 ‘좋아요’ ‘화나요’ 버튼과 댓글 등 소셜 반응이다. ‘좋은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라든가 ‘화나지만 이해는 되요’ 등의 버튼은 없다. 사람들의 의견은 단순하게 표현되고, 이를 보는 사람들이 한쪽 방향으로 의견을 갖도록 유도한다. 댓글은 다른 의견을 심하게 비방하기도 한다. 중립 의견을 가진 사람은 댓글을 달기가 두렵다.

메아리방 효과는 사람들을 서로 심하게 반대하는 극단적 의견을 가지도록 유도한다. 디지털 경제의 진화는 메아리방 효과를 강화한다. 결과적으로 의견의 양극화를 촉진한다.

애자일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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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애자일 선순환 (출처: 투이컨설팅)

디지털 경제는 속도가 빠르다. 시장 반응과 고객 피드백을 감지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이 경쟁역량이다. 완전한 상태에서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결함이 있는 상태에서 먼저 출시하고, 반응을 봐서 고치는 ‘애자일 경영’이 중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가 ‘일단 던지고 본다’는 것이다. 자주 빨리 던지는 것이 미덕인 사회가 되어 있다.

아날로그 시대의 뉴스는 속도보다는 정확성이 중요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왜, 무엇을, 어떻게 라고 하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뉴스는 완성되지 않은 것이고, 따라서 보도될 수도 없었다.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은 종이 신문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데스크탑을 통해서 뉴스를 소비한다. 빠른 뉴스가 정확한 뉴스보다 사람들에게 더 많이 소비된다.


뉴스 포탈에서는 다양한 매체들의 뉴스들을 함께 보여준다. 뉴스 소비자는 뉴스 목록을 보고 어떤 뉴스를 볼 것인지 고른다. 뉴스를 작성하는 기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조회수이다. 조회수가 올라가면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할 수 있다. 기사 자체의 완전함과 정확함이 아니라 조회수가 뉴스의 성공지표(KPI)가 되어 있다.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서 뉴스는 좀 더 자극적이어야 한다.

속보성과 선정성이 강조되면 뉴스는 정확성과 완전성을 상실하게 된다. 그 결과는 가짜 뉴스의 양산이다. 뉴스 생산자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기사를 빠르게 올리는 것’이 중요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후에 틀린 것으로 판명된 뉴스도 업로드 시점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처음 뉴스에 접하고 얻게 된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 뉴스 소비자들의 쏠림 현상은 가속화된다.


애자일 경쟁은 불완전한 뉴스를 양산한다. 사실 여부는 덜 중요하다. 디지털 경제가 진화될수록 애자일의 유혹은 커진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을 한쪽 방향으로 유도하게 된다.

네트워크 효과의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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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네트워크 효과 순환 (출처: http://digitaluncovered.com)

디지털 경제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사회이다. 항상 연결되고 더 많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이다.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기 때문에 존재하는 시대가 되어 있다. 연결의 쉬움은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촉진한다. 사람들은 자신 속해 있는 네트워크와 동일화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영향력을 강화한다.

2017년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 ‘더 서클’에서, 소셜 네트워크 회사 더 서클의 CEO(톰행크스)는 ‘자신의 경험을 외부와 공유하지 않는 것은, 그러한 경험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간접 경험이라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모든 사람들이 연결되면 자신만의 은밀한 생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와 다른 생각을 갖거나 또는 다른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와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살핀다.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소셜 미디어와 메신저 서비스에 올린 글은 매우 빠르게 그리고 매우 넓게 퍼져 나간다. 전달의 효율성과 신속성이 상상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종종 보는 일이지만 카톡의 단톡방에서 정치적으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추방되고, 같은 의견을 올리면 다른 단톡방으로 빠르게 공유된다.

네트워크 효과는 동일한 생각을 갖는 집단이 더 크게 그리고 더 빠르게 만들어지도록 한다. 통일된 의견을 갖는 집단이 만들어지게 되고, 소수 의견은 무시되는 현상을 만든다.

디지털 경영에 주는 메시지

서초동 사거리와 광화문 광장에서 볼 수 있는 양극화 현상은 정치 문제만은 아니다. 디지털 시대의 기업 경영에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


▶ 메아리방 효과를 활용하되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도록 한다


데이터는 기업의 중요한 자원이다. 데이터를 분석하여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성과는 올라간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에는 메아리방 효과가 존재한다. 데이터는 과거 사실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에만 의존하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도입하기가 어렵다. 또는 고객의 숨어있는 니즈를 파악할 수가 없다.

사례: 베트남 다낭을 여행한 경험이 있다. 여행하기 전에 다낭을 자주 검색했다. 다낭을 다녀 온 이후 수개월 동안 다낭 여행 광고와 관련 동영상이 빈번하게 제시되곤 했다. 하지만 다낭을 한번 다녀 왔기 때문에 당분간 다시 다낭을 갈 생각은 없다.

 

애자일은 던지는 것보다 피드백이 더 중요하다

애자일 경영 도입은 디지털 탈바꿈의 핵심 아젠다이다. 애자일 경영의 주요 지표로는 새로운 서비스의 출시 빈도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출시한 서비스의 피드백을 이해하여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다. 애자일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장과 고객의 반응에 기업의 서비스를 동기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례: 카카오뱅크의 앱은 생각보다 자주 업데이트되지 않는다. 최초 출시 이후 큰 변화는 없다. 반면에 시중은행들은 앱을 대대적으로 개편하여 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뱅크는 가장 편리한 뱅킹앱이다. 카카오뱅크가 가장 신경쓰는 것은 앱을 새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반응을 수집하고 이를 앱에 반영하는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한 마케팅을 도입해야 한다


네트워크 효과를 가장 잘 이용하는 것은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성공하고 있는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할 수는 있다. 긍정적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 내면 고객이 고객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신 제품과 서비스의 콜센터 상담원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사례: 수협은행의 잇자유적금은 빠른 시간 내에 상당한 규모의 신규 고객을 유치하였다. 한 때는 신규 가입을 위해 지점에 몰려 온 고객들이 줄을 설 정도였다. 잇자유적금의 홍보를 위해 광고비를 대규모로 집행한 것은 아니었다. 원인은 맘카페를 통해서 잇자유적금 소문이 빠르게 번졌기 때문이었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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