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리브라가 던지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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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리브라가 던지는 메시지
  • 김인현 대표
  • 승인 2019.08.16 08:23
  • 조회수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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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리브라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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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페이스북 리브라 파트너
https://www.theblockcrypto.com/2019/06/14/facebooks-cryptocurrency-partners-revealed-we-obtained-the-entire-list-of-inaugural-backers/

2019년 6월18일 페이스북은 리브라 계획을 발표했다. 리브라는 전 세계에서 사용될 수 있는 디지털 화폐이다. 리브라는 페이스북 메신저와 왓츠앱을 이용해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듯이 손 쉽게 그리고 저렴한 수수료로 전 세계 누구나에게 송금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당초 계획은 2020년 1분기에 리브라를 출시하는 것이었다.


7월16일과 17일, 미국 상원의 은행위원회와 하원의 금융 서비스 위원회는 리브라 청문회를 열었다. 자금 세탁 방지, 테러 자금 조달 등 불법행위에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 등이 토의되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출시하겠다고 이야기했다. 2020년 1분기에 리브라가 상용화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리브라 코인(Libra Coin)

디지털 화폐로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된다. 우선 송금 수단으로서 사용될 예정이며 추후 관련된 금융서비스로 발전할 계획이다. 훨씬 낮은 수수료와 자유로운 국제 송금이 가능하다. 암호화폐와 달리 기존 주요 통화와 연동되는 방식으로 가치를 보장한다. 이런 특징으로 스테이블 코인으로 분류된다.

▶ 리브라 준비금(Libra Reserve)

리브라의 통화 가치 안정을 위해 주요 중앙은행 화폐로 된 은행 예금과 국채로 구성된다. 리브라 연합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각각 1천만달러를 출자할 계획이다. 준비금의 이자는 시스템 비용에 사용하고,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한다.

▶ 칼리브라(Calibra)

페이스북 메신저와 왓츠앱에 리브라를 보관할 수 있는 전자지갑으로 이를 개발 및 운영하기 위한 별도 자회사의 이름이기도 하다. 

▶  리브라 블록체인(Libra Blockchain)

오픈 소스 기반 리브라 개발 및 운영을 위한 플랫폼이다. 기존 블록체인 기술이 갖고 있는 거래 처리 규모 한계, 속도 지연, 데이터 저장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별도로 개발되었다. 이를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인 ‘MOVE’를 활용하며, Byzantine Fault Tolerant 합의 알고리즘에 따른다. 프라이빗 블록 체인의 형태로 출발하지만 장기적으로 퍼블릭 블록 체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  리브라 연합(Libra Association)

페이스북이 아닌 독립적인 비영리단체이다. 리브라 생태계를 조성하고 진화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네트워크 노드 참여자들의 협조와 합의 형성을 촉진하고, 리브라를 관리한다. Libra Association Council에 의해 운영된다.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우버, 스포티파이, 텐센트의 최대 주주인 내스퍼스 등 20여개 업체로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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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리브라의 지급결제 처리 방식 자료원: S&P Financial Services

금융의 비소비를 기회로 만든다

페이스북은 리브라 백서에서 리브라가 금융의 비소비를 해결하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인구에서 17억명 이상의 성인들은 은행으로부터 서비스를 받고 있지 못하다. 17억 명 중에서 10억 명은 모바일 폰을 이용하고 있으며, 5억 명 이상은 인터넷 사용자이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인정된 소비자이지만 금융에서는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폰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일부 부유층만 모바일 통화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데도 200원 이상의 수수료를 지불해야만 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은 무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문자 메시지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비용 부담으로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다.

금융 서비스는 은행의 심사를 통과한 사람들 만이 이용할 수 있다. 계좌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다양한 금융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금융 인프라를 갖출 수 없는 저개발 국가들의 사람들은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기회조차도 갖지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대략 28억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 중에서도 금융 비소비자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 비소비를 해소하기 위해서 핀테크, 챌린저 뱅크 등이 등장하고 있지만,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 리브라는 기왕에 존재하는 금융 비소비를 기회로 출발한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 비소비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 또 다른 시도는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소셜미디어의 네트웍효과를 금융에 접목한다

디지털 기술은 네트워크 효과를 증폭시키는데 기여했다. 네트워크 효과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산업이 소셜미디어이다.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로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왕성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소셜미디어는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타격을 받은 산업은 미디어와 광고 산업이다. 미디어의 상당 부분은 크리에이터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로 대치되고 있다. 광고는 기존 오프라인 미디어에서 모바일 및 소셜미디어로 급속하게 이전되고 있다. 이유는 소셜미디어의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다.

금융에서도 네트워크 효과는 존재한다. 화폐의 교환 수단, 가치 척도, 가치 저장 등이다. 동일한 화폐를 사용하는 집단의 규모가 크면 교환 수단으로서 가치가 더 상승한다. 교환 수단으로서 가치가 높아지면, 사람들의 선호도가 올라가게 되고 가치 척도 및 가치 저장 기능도 향상된다. 또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도 보다 다양하게 개발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존 금융회사들은 이미 상당한 규모의 고객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광고, 게임, 커머스 등을 성공적으로 접목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이미 광고 시장에서 구글과 함께 큰 손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금융 산업에서 일정 역할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거미집 구조를 웨어하우스 구조로 바꾼다

19세기에는 국가 간 환전을 위해서는 신용장이 필요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이에 착안하여 여행자 수표를 발명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다. 지금은 여행자 수표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글로벌 수준을 커버하는 지급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면 보다 편리하게 국가 간 대금 결제 및 송금을 처리할 수 있다.


국가 간 송금과 결제를 위해서는 두 가지 일이 필요하다. 첫째는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통화를 보내야 한다. 둘째는 주고 받는 나라 사이에 환율에 따라 통화를 맞바꾸어야 한다. 두 가지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프로세싱을 거쳐야 한다. 그 결과로 국가간 송금을 하는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두 가지 일 중에서, 첫째를 혁신한 것이 영국의 트랜스퍼와이즈이다. 굳이 실물 화폐를 보내고 받을 것이 아니라, 두 나라에 존재하는 송금 희망자들의 니즈를 매칭시키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는 환전 수수료 발생을 피할 수 있다. 단지 데이터를 주고 받으면 된다. 기존 은행의 10분의 1 정도의 수수료로 송금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트랜스퍼와이즈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두 가지 일 중에서 두번쨰를 혁신하는 방식이다. 국가 간 송금은 필연적으로 환전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환전은 두 나라의 통화를 교환하는 것이다. 만약 보내는 나라가 100개이고 받는 나라가 100개 이라면, 환전의 경우의 수는 100개 곱하기 100개 즉 1만개가 된다. 은행의 환율 게시판이 복잡한 이유이다. 만약 중간에 기준 통화를 세운다면 각 나라의 환율은 기준 통화와 비교치만 있으면 된다. 앞의 경우에 대입하면 100개 더하기 100개, 즉 200가지 경우만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통화는 리브라와 환율만 관리하면 된다.


기존 금융회사들이 자체적으로 기준 통화를 가질 수는 없다. 환전은 해줄 수 있을 지 몰라도 실제로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모든 나라에서 통용될 수 있는 통화를 발행할 수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트랜스퍼와이즈와 리브라의 방식은 혁신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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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리브라 이후 환전 체계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헤스터 피어스는 “리브라는 통화라기 보다는 금융상품이다. 중앙은행의 법정 통화와 국채를 준비자산으로 하는 머니마켓펀드(MMF)에 가깝다.”라고도 말한다. 리브라가 암호화폐인가 또는 금융상품인가를 따지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리브라가 제시한 것은 통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정의한 것이다. 기존 통화는 아날로그 사회를 전제로 하고 있다. 캐시리스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궁극에는 실물 화폐를 기준으로 금융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에는 디지털 방식의 화폐가 필요하다. 기존의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통화로서 기능보다는 투자자산으로서 활용되는 경향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 통화 개발을 위한 기술로서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넘어야할 기술적인 문제들이 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자체 개발한 암호화폐를 곧 출시할 예정이다. 인민은행은 2014년부터 비트코인에 대응할 수 있는 암호화폐 개발을 추진하여 왔다. 대규모 거래량을 처리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서 블록체인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독일, 러시아 등도 디지털 통화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 금융위는 ‘리브라 이해 및 관련 동향’ 보고서를 통해 리브라가 금융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카카오는 블록체인기술의 클레이튼 플랫폼을 이용하여 코인지갑 ‘클립’을 2019년 하반기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코인지갑 ‘링크미’를 출시할 계획이다. 아마존은 암호화폐를 직접 발행할 계획은 없다고 발표했다.

리브라는 우연히 발생한 현상이 아니다. 1회성으로 사라질 일도 아니다. 마크 주커버그는 “얼마나 시간이 걸리더라도(However long it takes), 모든 고려사항들을 해소할 때까지 추진하겠다”고 했다. 리브라의 새로운 버전이 등장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리브라가 제시하는 통화 체계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싸게 더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술적 문제는 거의 없다. ‘신뢰와 안정성’이라는 우려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콜롬비아 로스쿨의 교수인 카타리나 피스톨은 “지니를 다시 병 안으로 넣을 수는 없다”라는 표현으로 디지털 통화가 이미 현실임을 설명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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