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마이데이터 활용, 정보 은행 본격화
상태바
일본의 마이데이터 활용, 정보 은행 본격화
  • 이승준 교수
  • 승인 2019.05.20 05:05
  • 조회수 5228
  • 댓글 0
이 콘텐츠를 공유합니다

 

마이데이터 비즈니스 모델 진화

개인 데이터를 개인이 관리하고 활용하게 하는 ‘마이데이터(또는 퍼스널데이터)’ 비즈니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개인 데이터 수집 및 활용은 데이터 브로커, 데이터 마켓 플레이스, 개인 데이터 저장소, 정보은행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개인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다.

데이터 브로커는 개인 동의 없이 정보를 수집하였고, 데이터 판매 수익은 개인에게 제공되지 않았다. 이후 개인 데이터 보호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한편으로 개인 데이터 활용 혜택을 개인이 누려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데이터 마켓 플레이스는 개인 정보 동의를 확보한 데이터를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업과 거래하는 비즈니스이다. 데이터 마켓 플레이스는 데이터 사용 동의를 얻기는 했지만, 데이터 거래로 발생하는 수익을 개인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개인 데이터 저장소(Personal Data Store)는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하며, 관리하고, 사용하고, 공유하는 일을 도와주는 서비스이다. 개인은 물건을 구매하거나, 금융거래를 하거나, 병원 등을 방문할 때 자신에 관한 데이터 제공을 요청 받는다. PDS는 그러한 요청을 받았을 때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개인  데이터는 외부의 여러 조직에 보관되어 있다. PDS는 개인을 대신하여 개인의 데이터를 수집해주는 기능을 한다.


정보 은행(Information Bank)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개인은 자신의 데이터를 관리할 능력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데이터 제공 동의를 해야하는 지를 판단하기도 어렵고, 자신이 만든 데이터를 판매할 능력도 없다. 정보 은행은 개인을 대신해서 개인 데이터를 모아주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업 등에 개인 데이터를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은 다음에 개인에게 돌려주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투이톡_정보은행_1.jpg
[그림 1] 데이터 브로커와 데이터 정보 은행 비교

 

일본의 정보 은행 출범


EU는 2018년에 발효된 PSD2(Payment Service Directive Revised)를 통해 금융의 개인 데이터는 개인이 선택한 제3자를 통해 다양한 금융 및 생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로 바클레이, HSBC 등의 메이저 은행이 계좌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PSD2는 대규모 개인 금융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에게 이를 개인을 위해 활용하도록 강제하는 의미가 있다. 개인 데이터 활용을 위해서는 제3자가 AISP(Account Information Service Provider) 또는 PISP(Payment Initiation Service Provider)로 등장해야 한다.

일본 총무성은 2018년 6월에 정보 은행 사업자를 인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이를 계기로 2018년 12월부터 정보은행 인정 사업이 시작되었다. 일본은 개인을 위한 금융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를 위한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EU의 PSD2보다는 진일보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통해 개인정보 유통을 허용했고, 관민 데이터 활용 추진 기본법, 차세대 의료기반법 등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준비했다.

미쯔비스UFJ 신탁은행은 2018년 8월부터 ‘DPRIME(디프라임)’이라는 정보 은행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다. 2019년 4월 NTT데이터, 아식스, 도쿄해상 등 10여개 기업과 연합해 DPRIME을 정식 오픈했다. 고객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할 기업을 선택하고 그 대가로 현금이나 무료 이용 등의 서비스를 받는다. 개인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이용 목적과 데이터 내용을 명시한다. 미쯔비시의 디프라임은 매칭으로 거래를 성사시키고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준다.

개인은 스스로 데이터를 생산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센서가 부착된 아식스 운동화를 신고 돌아다니면 이를 통해 걸음걸이, 이동거리, 이동 장소, 이동속도 등 다양한 데이터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동으로 정보 은행으로 송신된다. 건강이나 소비패턴, 상권 분석 등을 연구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필요한 데이터 세트를 만들게 되고,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투이톡_정보은행_2.jpg
[그림 2] 일본의 정보 은행 비즈니스 모델

 

일본의 정보 은행 비즈니스 전개 본격화


일본의 위성방송사인 Sky Perfect JSAT Holdings는 금융기업인 J.Score와 제휴를 통해 오는 7월부터 일반 시청자를 대상으로 개인 데이터를 외부와 공유하고 월 시청료를 할인해주는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예를 들어 축구, 농구 등 해외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개인 데이터를 스포츠웨어 브랜드에 제공하고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시청자의 시청료를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Sky Perfect JSAT Holdings는 올해 2,500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2020년부터 328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 전체로 본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후지쯔와 종합광고회사 덴츠는 2019년 8월에 정보 은행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양사는 개인정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들이 개인의 행동 취미, 성향에 맞는 개인 소비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운동을 나가는 사용자에게는 미리 날씨를 알려주고 저녁마다 먹거리를 사러 마트를 가는 사람에게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의 방식이다.

개인들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만큼 인센티브도 받게 된다. 후지쯔는 익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대신 PDS 사용자에게 시범 사업 기간에 근처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를 지급했다. 후지쯔와 덴츠가 설립 예정인 정보은행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상품이나 플랜 제안을 통해 도쿄해상 등 보험사뿐만 아니라 여행사나 피트니스클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기업 브랜드들이 고객에 대해 정확한 인지를 바탕으로 옴니채널 마케팅을 수행하고 싶어하는 만큼 정보은행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사업참여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정보 은행 도입 전제조건


투이컨설팅의 조사에 의하면 국내 소비자의 64%가 개인에게 오는 혜택이 마음에 들면 개인정보를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개인들은 마이데이터 할용을 위한 정보은행 도입에 찬성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비즈니스가 합법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통부는 5월 16일에 본인정보 활용지원 서비스 실증을 위한 8개 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개인이 본인 정보를 직접 내려 받거나 동의 하에 제3자에게 제공하여 다양한 분야의 개인데이터 활용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맞춤형 건강관리 및 식단 추천 서비스, 금융거래와 비금융거래 데이터 융합 분석 기반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 응급 상황을 위한 개인 건강 지갑 서비스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서비스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등 관련법의 개정과 마이데이터 사업자 인증을 위한 법률 제정 등이 필요하다. EU나 일본과는 달리 법과 제도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 도입이 먼저 진행되는 형국이다. 장기적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이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이해관계자의 합의를 전제로 관련 법규 제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 끝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