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편집자, 인공지능 인키트(Inki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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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편집자, 인공지능 인키트(Inkitt)
  • 이승준 교수
  • 승인 2018.12.07 04:33
  • 조회수 4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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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탈중앙화 바람이 각 산업별로 본격화되고 있다. 출판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2016년 독일 베를린에서 설립된 인키트(Inkitt)는 회원들이 직접 자신이 창작한 스토리를 홈페이지에 등록하고 다른 회원과 함께 독서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키면서 기존 출판업계의 관행에 반기를 들었다.

기존에는 신인 저자가 출판사를 통해 자비 출판이 아닌 책을 발간하려면 원고기획안과 원고 초안을 제출하고 출판사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안 팔리는 책을 내면 손해이므로 당연히 검증된 작가의 작품을 선호한다. 


하지만 실제 이 책이 시장에서 잘 팔릴지, 아닐지는 누구도 예측하기가 어렵다. 기존에는 출판사 담당자의 눈썰미나 저자의 명성이나 이력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미 성공한 작가의 책이 출판서적의 95%를 차지할 만큼 인지도가 낮은 신인 작가가 책을 내기가 어려운 구조였다.

해리포터의 저자인 J.K. 롤링이 출판사에 원고를 제출했다가 13번이나 거절당한 사례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J.K.롤링이라는 천재 작가의 기량을 알아보지 못한 출판 편집인 때문에 하마터면 영화, 캐릭터, 테마파크 등 총 300조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산업으로 성장한 해리포터 시리즈가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 했다. 그런데 만약 J.K.롤링이 기존 출판사가 아닌 인공지능이 편집자 역할을 하는 인키트를 선택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작가의 명성에 의존하는 기존 출판계 관성을 타파하다

‘데이터’와 ‘커뮤니티’라는 무기를 양손에 쥐고 스스로를 “세계 최초의 독자 중심 출판사”로 지칭하는 인키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출판업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하고 있다. 인키트의 성공 비결은 놀랍게도 인공지능(AI)이다. 책이 팔릴지 안 팔릴지의 여부를 자체 개발한 '베스트셀러 판별 알고리즘'을 통해 예측하는 것이 독자중심 출판사인 인키트와 전통적인 출판사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인키트는 편집자 대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독자들의 행동 데이터(Behavior Data)를 분석하고 이러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베스트셀러를 예측한다. 인키트는 페이스북 로그인을 사용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나이, 성별, 직업, 주소 등 기본적인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키트의 알고리즘은 1,200가지의 세분화된 방법으로 회원들의 독서 속도, 선호 장르, 독서 장소, 독서 시간대 등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하고 있다.

인키트의 창업자인 알리 알바자즈(Ali Albazaz)는 독일의 라인 프리드리히-빌헬름스 본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2010년부터 MSP(Microsoft Student Partner)로 활동하면서 대학원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던 프로그래머였다. 그는 "인키트는 회원들이 누구나 자신의 글을 연재할 수 있고 홈페이지에 등록된 인디 작가들의 글을 찾아 읽을 수 있는 오픈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들이 언제 독서를 시작하고 언제 종료했는지, 어떤 장르의 책을 즐겨보는지, 언제 휴식을 취하는지, 별점, 후기 등에 대한 데이터를 일일이 수집하고 이를 수치화하여 분석하고 있다”고 말한다.

 
출간된 서적의 90% 이상이 베스트셀러

인키트는 창업 초기 390만 달러의 펀딩을 유치했으며 여기에는 벤처캐피탈과 다수의 개인투자자가 참여했다. 인키트는 현재 10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월 액티브 유저는 30만명에 달한다. 등록된 회원의 10명중 3명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인키트에 방문한다는 의미로 인키트에 대한 회원들의 높은 로열티를 보여주고 있다. 등록된 저자는 7만 5천명이며 누적된 스토리는 총 23만 6천건에 달한다.

인키트는 사람이 수행하던 편집자의 역할을 인공지능에게 맡겼는데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출간 서적의 무려 91.7%가 베스트셀러다.  2015년 발행한 24권의 도서 중 22권이 아마존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는데 22권 중 20권은 출간 직후 첫 9일 동안 베스트셀러 5위권내 진입하였다. 또한 2017년에는 출간 도서 중 3분의 2인 46권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저자에게 제공하는 인세는 e북은 25%, 종이책은 51%이다. 보통 출판사가 책 판매액의 8~10%를 작가에게 인세로 제공하는 것에 비해 파격적인 혜택이다. 인키트는 또한 작가와의 계약 시 책 편집, 전문 디자이너가 제작한 표지제작 등 필요한 것들을 작가에게 제공하고 책이 출간되면 마케팅 활동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인키트는 미국 뉴욕에 마케팅세일즈 조직을 신설하고 독일 베를린에는 데이터 과학자들이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인키트는 오디오북, 영화제작 판권, 오프라인 서점 설립 등 다양한 수익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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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인키트 단행본 발행 프로세스
 

요즘에는 중국의 출판사들도 인공지능을 통해 독자의 성별, 연령, 직업 등 개인정보를 비롯, 독자들이 남기는 리뷰나 별점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책 출간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중국의 인공지능 관련 기업은 709개로 이는 미국(2,905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로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텐센트가 운영하는 중국의 Chuangshi(Chuangshi.qq.com)는 인키트와 거의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강력한 독자 중심의 출판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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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서기 51세기 우주문명에 대한 내용을 담은 인키트 오리지널 ‘Midshipman’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 디지털 기술이 구현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과 이를 통해 변화되는 새로운 기업 환경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출판업계에서도 인키트와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독자 중심의 출판사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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