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상담원은 늘 똑같은 질문을 한다. “본인 확인 후 진행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성함, 생년월일을 말씀해주세요.” “주소 뒷 부분이 어떻게 되시죠?”…등등.

내가 맞다고 하는데도 진짜 내가 맞는지 자꾸 물어본다. 본인 확인은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늘 귀찮고 짜증난다. 다른 한편으로는 “누군가 내 주민번호랑 주소만 알면 내 정보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지 않나?”라는 불안감도 엄습한다.

 

음성인식, 이젠 신기한 기술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이 번거로운 과정을 없앨 수 있을까? 여러 대안이 있겠지만 ‘화자인증’에 주목해본다.

“ㅇㅇ야, TV 켜줘, 깨워줘, 불을 꺼줘, 만화영화를 검색해줘, 오늘의 날씨를 알려줘 …”

요즘 TV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른바 ‘음성인식’ 기술로 구현된 일상적인 삶의 모습이다. 이 음성인식 기술을 갖춘 제품들을 판매하는 회사마다 말 한마디로 검색, 실행이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하긴 우리 집 아이들도 핸드폰, 스피커에 대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명령하고 질문하는데 그 모습이 이젠 별로 어색하지 않다. 모든 사물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임박한 듯 하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음성인식 기술에 대해 컴퓨터가 마이크와 같은 소리 센서를 통해 얻은 음향 음성 신호(acoustic speech signal)를 단어나 문장으로 변환시키는 기술이라고 정의한다.

‘음성인식’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서비스나 제품으로 삼성갤럭시의 빅스비(Bixby), 아이폰의 시리(Siri),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 미니의 음성인식 스피커 등을 들 수 있다.

 

목소리로 나를 인증하는 시대

화자인증은 이러한 음성인식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음성인식 기술이 나의 말을 단순히 인식하는 정도의 기술이라면 화자인증 기술은 목소리의 고유한 특징, 곧 행동 특성이나 신체 특성을 개인별 음성지문으로 만들어 본인여부를 확인하는 기술이다 (출처: 매일경제).

행동특성은 발음, 강조, 액센트, 속도 등이며, 신체특성은 구강, 비강구조, 입 크기, 인후길이 등이다.

[자료 1]  화자인증의 행동특성

화자인증은 나의 목소리로 나를 입증하는 기술이다. 여러 가지 생체 인식 기술이 있지만 화자인증은 타 생체인식 방식과 비교해 기존 단말기의 변경 없이 활용 가능하고, 평상시 통화하듯이 본인 음성을 사용하여 고객의 거부감이 적으며, 단말기 종류에 상관없이 어디서나 목소리 수집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표 1] 화자인증 방식과 타 생체인식 방식 비교

화자인증 방식은 암호방식과 대화방식으로 구분된다. 암호 방식은 이미 등록된 문장 또는 키워드와 동일하게 발성하면 인증하는 방식이며, 대화방식은 자연스러운 대화 중에 음성 특성을 분석해 인증하는 방식이다.

 
[표 2] 암호방식과 대화방식 비교

 

화자인증, 어디에 활용하나

화자인증의 활용이 가장 활발히 검토되고 있는 곳은 콜센터 업무이다. 콜센터에서는 본인인증을 정확하면서도 간편하게 처리해야 하는 해묵은 숙제를 안고 있는데 화자인증은 매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본인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화자인증은 또한 스마트폰이나 자동화기기 등을 이용한 각종 비대면 거래에서 본인을 인증하는 수단으로, 그리고 심지어 대면 거래에서도 ID 없이 본인을 인증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유에스뱅크(U.S. Bank)나 영국의 바클레이즈, HSBC 등을 비롯한 많은 해외 금융회사들이 화자인증에 관심을 보이며 관련 시스템을 계속 출시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는 나 자신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나의 목소리만으로 충분한 시대를 살아갈 전망이다. 

My Voice is my password!

 
[자료 2] U.S. Bank의 음성인식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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