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함정, 메아리방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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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함정, 메아리방 효과
  • 투이컨설팅
  • 승인 2017.02.15 08:51
  • 조회수 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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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이컨설팅 김인현 대표
 
메아리방 효과(echo chamber effect)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의사소통을 반복하게 되면 한쪽 방향으로 의견이 쏠리게 되어서 전체를 바라보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관련해서 로체스터 대학의 니콜라스 디폰조 교수는 재미있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들을 별도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다른 그룹에 대한 루머들에 대해서 토의하게 했다. 각 그룹은 “공화당 지지자들은 교육을 덜 받은 사람들이다그리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자선을 덜 한다"라는 신념이 강화되었다. 다음으로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들을 섞어서 토의하게 했을 때는 이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은퇴한 선배가 여생을 같이 보낼 친구를 선택하는 기준 몇 가지를 이야기해주었다. 첫째, 소득 수준이 비슷할 것, 둘째, 취미가 같을 것, 셋째, 정치적 견해가 같을 것. 친하게 지내는 어떤 분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페이스북에 과격한 견해를 자주 올리는 동창이 있어서, 페이스북 친구를 끊어버렸다고 했다.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이 다른 사람과 교류를 차단함으로써 한쪽 방향으로 쏠리게 되는 경향을 이미 갖고 있다. 이탈리아와 미국의 페이스북 사용자를 대상으로 분석하였더니, 사람들은 선호하는 대화를 선택적으로 나누면서 점차 극단적인 그룹을 형성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메아리방 효과는 디지털 시대에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사람들이 보다 많이 그리고 보다 자주 연결되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쏟아내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메아리방 효과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사용하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에 의해 증폭되고 있다. 구글은 사용자의 관심사를 미리 파악하고 이를 검색에 활용한다. 누가 검색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단어로 검색해도 결과가 달라진다. 구글의 검색 엔진이 개인화된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검색자가 선호할 것으로 생각하는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게시글 노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선호와 맞는 피드를 주로 보여준다. 진보운동가인 엘리 프레이저는 그의 저서 생각 조종자들에서 다음과 같은 경험을 기술하고 있다. 그는 진보적인 자신의 성향을 보완하기 위해 보수적인 사람들의 의견을 알고 싶었고, 실제로 친분이 없는 보수주의자들을 페이스북 친구로 맺었지만, 페이스북은 그들의 의견을 링크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메아리방 효과는 좋은 것일까? 사용자가 관심을 갖지 않는 콘텐츠를 걸러서 보여줌으로써, 클릭이나 페이지 스크롤을 줄여준다는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과 다른 발상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참조함으로써 생각의 폭을 넓혀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문제가 있다. 메아리방 효과가 광범위하게 적용되면 정치적으로도 나쁜 영향을 준다는 지적들이 있다. 서로 다른 여론이 공유되거나 중화되지 못하고, 양 극단으로 쏠리게 되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점점 더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신문의 유용성을 강조할 때,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기사들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된 적도 있었다. 반면에, 포탈의 뉴스 제공 방식은 실시간 검색 순위를 통해 다수의 선호와 개인의 선호를 일치시키는 작용을 한다.

디지털 혁신은 데이터 기반 혁신이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여 고객에게 가장 잘 맞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하는 것이 기본이다. 추천에 사용되는 협업 필터링 기법은 다수 고객의 상품 및 서비스 이용 데이터를 분석하여 고객과 상품의 인접성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기계 학습을 이용하여 서비스를 지능화하는 것은 대규모 데이터를 투입하여 인공 지능 스스로 일정한 패턴을 찾아서 업무에 적용하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가정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도 메아리방 효과가 작용될 수 있다. 데이터는 과거의 기록이다. 그것도, 기업과 상호작용한 결과만을 기록한 것이다. 데이터 분석에만 의존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긴다.

▶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는 고객의 이용 실적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에만 의존하면 고객에게 추천될 확률이 떨어지게 된다.
▶ 과거에는 운동을 좋아했던 사람이 나이 들어가면서 요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과거에 집착하게 되어, 고객의 미래 니즈 변화를 놓칠 수 있다.
▶ 데이터 분석에 의존하다 보면, 사람의 판단 능력이 저하된다. 실제로 페이스북 광고를 이용하는 경우, 고객을 타겟팅 하는 이유를 마케터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 지나친 개인화는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상황이 상품 추천에 의하여 노출될 수 있다. 미국의 소매유통체인 타깃이 여고생에게 임산부용 제품을 추천한 사례가 회자되기도 했었다.

첨단 디지털 기기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팝콘처럼 튀어 오르는 것에만 반응할 뿐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나 진짜 현실에는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라고 한다. 실제로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는 청소년의 뇌에는 생각 중추인 회백질의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메아리방 효과는 기업의 팝콘 브레인 현상이다. 단기 효과는 거둘 수 있겠지만, 기존 역량과 서비스에 몰입하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성과 창출 원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디지털 혁신의 함정, 메아리방 효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정성 분석과 정량 분석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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