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甲) 노릇 제대로 하기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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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甲) 노릇 제대로 하기 ③
  • 투이컨설팅
  • 승인 2011.09.26 20:23
  • 조회수 3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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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프렉티스(Best Practice)에 대한 오해

이형로 이사/BT팀장


갑(甲)이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베스트 프렉티스에 대한 오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금융산업에 국한해서 이야기해보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미국의 선진 금융기관은 이렇게 하고 있다, 유럽의 선진 금융기관은 이렇게 하고 있다고 말해야 고객사 경영진이나 프로젝트 인력들이 수긍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하지만 선진국의 사례가 정말 베스트 프랙티스라고 할 수 있을까?

이미 우리가 베스트 프렉티스이다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는 회사나 조직이 본받을만한 다른 회사의 모범 경영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국내의 기업IT도 1990년대 이후부터 선진국의 이른바 글로벌 베스트 프랙티스를 찾아서 적용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런 노력은 이제 더 이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시대가 변했고, 우리나라의 경제 환경과 산업 경쟁력이 변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전자산업의 삼성전자, 조선산업의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해양조선, 자동차 산업의 현대기아자동차, 이동통신 산업의 SK텔레콤과 KT 등을 생각해보자. 이들에게 기업 IT 측면에서 ‘한 수’ 가르쳐줄 수 있는 즉, 베스트 프랙티스를 제공할 수 있는 동종업체가 전세계에 몇 개나 될까? 그런 업체는 찾기도 어렵거니와 설혹 찾는다 해도 그런 업체로부터 베스트 프랙티스를 도입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선진국이 후진국에 전해주는 베스트 프랙티스는 자신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어진, 후진국에 전해주어도 자신들의 경쟁력에 커다란 위협이 되지 않는 경험이다. 따라서, 지금 국내 산업체들보다 앞선 해외업체라 해도 이들이 자신의 진짜 베스트 프랙티스를 국내 업체에 전해줄 가능성은 전혀 없다. 따라서 글로벌 베스트 프랙티스에 의지해 자신들의 IT이슈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봐야 한다.

금융 분야의 경우 산업 전반의 경쟁력에서는 미국 등 선진국의 금융회사들이 국내 회사들보다 객관적으로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가 그 동안 코어뱅킹 시스템 구축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 경우에도 글로벌 베스트 프랙티스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기술력보다는 산업환경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미국과 유럽 등의 코어뱅킹이나 온라인뱅킹은 실시간 처리보다는 뱃치 처리의 비중이 크다. 즉, 입출금 계정 처리의 신속성과 실시간 구현을 강조하는 국내 금융 환경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베스트프랙티스는 없다

금융산업의 IT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보다 OLTP(On-line Real Time Processing, 온라인 실시간처리)가 완벽하게 구현된 나라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은행카드 한 장만 있으면 24시간 어디에 가더라도 현금을 인출할 수 있으며, 신용정보 변경 등도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신용정보를 변경하는 데 45일이나 걸린다. 인프라와 네트워크 관점에서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 위에 올라가는 소프트웨어 관점은 좀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금융회사들이 쓸만한 베스트 프랙티스는 없다고 봐야 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다만 눈길을 지리적인 공간 개념보다는 산업 영역 측면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은행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는 백화점에서, 통신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는 은행산업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은행산업의 경우 그동안 방대한 규모의 IT투자를 진행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업의 IT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특히 BI 측면에서 어느 고객에게 영업력을 집중해야 하는지,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차세대시스템 구축 이후 은행이 경영 측면에서 추구해갈 레퍼런스가 마땅치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백화점은 실시간 실적 관리, 다양한 상품 종류와 여러 개의 지점망, 바겐세일 정례화, 고객별 매출 및 손익 분석의 실시간 처리, 점포별 책임자에게 상당한 협상 권한 부여, 분명한 실행 목표 설정, 반품 등의 환불체계 정교화라는 모델을 은행산업에 제시한다. 백화점의 경험을 100% 은행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은 분명하다.

사실 백화점은 은행과 비슷한 점이 많다. 지점도 여러 곳에 퍼져 있으며 지점 별 할인률도 천차만별이다. 반면 차이점도 있다. 특히 백화점의 고객관리는 은행이 본받아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은행업의 고객관리 담당자는 선진 금융회사보다 백화점에서 교훈(Lessons Learned)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다른 산업의 사례에 착안해야

통신산업의 경우 전통적인 음성통화 수익이 한계에 도달한데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인해 제조업체를 수족 부리듯 하던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 융•복합화 기술의 등장으로 경쟁 변수가 급속하게 증가했으며, 금융산업의 기능을 채용하는 사례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법규로 보장하던 진입장벽도 무너졌다.

반면 금융 산업의 경우 모네타카드 등 정산 서비스(clearing service) 사례에서 보듯이 일정한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적정 마진을 보장받으며, 우월적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진입장벽을 어떤 형태로든 유지하고 있으며, 꾸준히 적정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런 점은 통신산업이 은행업에서 베스트 프랙티스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최근 일부 금융회사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서 좋은 효과를 거두었던 사전PMO(pre-PMO) 서비스는 베스트 프랙티스를 적절히 사용한 사례이다. 대부분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비즈니스 요건을 정의해 IT와 연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된다. 즉, 비즈니스 요건 정의에 직접 투입되는 인력 외에는 대규모 인력이 비교적 우선순위가 낮은 일을 하면서 비즈니스 요건 정의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사전에 소수 인력을 투입해 고객사의 비즈니스 요건을 정의하고 이를 선진사례 즉 베스트 프랙티스와 연계해 비즈니스-IT 정렬 모델을 만드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전PMO가 ‘미니 차세대 사업’으로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ISP 프로젝트를 수행한 이후 바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은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 사전PMO를 통해 이런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범위, 공정, 일정, 위험, 이슈, 의사소통 등 다양한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갑은 이런 노력들을 통해 프로젝트의 성공을 책임지는 오너가 되어야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한다. 금융과 기업IT의 성공에 필요한 좋은 서비스와 방법론이 있어도 갑이 활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갑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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