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포시마크 인수, 앞으로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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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포시마크 인수, 앞으로 과제는?
  • 김인현
  • 승인 2022.10.27 10:52
  • 조회수 2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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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2022년 10월 4일 미국의 포시마크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포시마크의 지분 100%를 약 16억달러 (약 2조3천억원)에 인수한다는 것이다. 이는 네이버 창업 이후 가장 큰 인수합병이다. 인수 발표 이후 이틀동안 15% 이상 주가가 급락하여 신 저가 기록을 세웠다. 시가총액은 2조5천억원 이상 줄어들었다. 해외 증권사들은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추었다. 우리나라 증권사 중에서도 상당수는 목표주가를 조정했다.

적자 기업을 시장가보다 비싸게 인수했다는 금융권의 야박한 평가와는 달리 네이버측은 적정 가격에 인수했다는 내부 반응을 내놨다. 지난해 포시마크 주요 경쟁사인 '디팝'이 엣시(ETSY)에 16억 달러에 인수됐는데 포시마크의 매출 규모가 디팝의 5배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낮은 가격에 인수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언론과 IT 전문가들은 다음이 2004년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라이코스를 9,500만 달러에 인수했다가 큰 손실을 본 사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네이버의 포시마크 인수도 일단은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당시 다음이 라이코스를 헐값에 인수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라이코스는 부진을 거듭하면서 2010년 인수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3,600만 달러에 매각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네이버는 그동안 국내에서 검색과 광고는 물론 커머스 시장까지 평정하면서 부동의 국내 1위 인터넷 기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국내 온라인 시장은 성장이 정체되었고 글로벌 진출은 네이버로서는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지상 과제다. 하지만 검색과 광고는 구글과 유튜브, 커머스는 아마존, 이베이와 같은 거대 테크 기업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은 쉽지 않았다. 네이버는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콘텐츠 사업(2021년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과 아직 아마존이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은 C2C 커머스에 회사의 명운을 건 올인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은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IT 기자와 엠파스 검색본부장 출신인 전임 CEO 한성숙 대표가 서비스와 커머스를 중심으로 내실을 다졌다면, 현재 네이버를 이끌고 있는 최수연 대표와 김남선 CFO는 둘 다 M&A 전문가로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네이버의 사업확장을 모색할 것으로 보여진다. 네이버가 라인을 통해 일본 시장에 진출할 때 상당 기간 이해진 의장이 일본에 머물면서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한 전례를 볼 때 포시마크 인수와 함께 앞으로 이해진 의장이 네이버의 기술력과 비즈니스 노하우를 포시마크에 이식하는 업무를 직접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 국내외 M&A 현황(2021~2022)>

기업

인수시기

지역

서비스 유형

왓패드

2021

북미

웹소설

나이키매니아

2021

한국

커뮤니티

문피아

2021

한국

웹소설

이북재팬

2022

일본

전자북

로커스

2022

한국

애니메이션

포시마크

2022

북미

C2C

    

 

 

포시마크는 2011년 설립되었다. 사용자 수는 8천만 명을 기록했다. 사용자들은 하루에 약 25분정도 포시마크 앱에 머무른다. 2021년 연간 거래액은 18억 달러이고 매출은 3억3천만 달러이다. 미국, 호주, 캐나다, 인도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포시마크의 상장 시 주가는 42달러였다. 인수합병 발표 시점에는 15.57달러였고, 발표 이후에 17.8달러까지 상승했다. 상승한 주가로 인해 시장가치는 인수평가 금액에 가깝게 되었다. 포시마크의 시가총액은 14억 달러로 2억 달러, 약 3천억원 늘어났다.

인수 시점에서 포시마크의 기업 가치는 총 12억달러 규모이다. 포시마크의 2022년 6월말 기준 부채는 2억1천만달러이다. 이중에서 70%는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자금이다. 고객들의 물건 구매에 대비해 미리 예치해둔 자금이다. 이를 제외하면 현금 보유액 중에서 활용 가능한 금액은 4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인수금액은 기업가치 12억달러에 활용가능한 현금 4억 달러를 더해서 16억달러로 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상 기업 가치에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도 포함된다. 따로 현금 보유액을 더해서 계산한 것은 논리적이지는 않다. 4억 달러는 프리미엄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포시마크의 주식을 주식 시장에서 매입하면 12억 달러에 인수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주가가 상승하여 매입 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을 주고 일시에 전부를 매입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렇지만, 금리인상과 경기침체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고, 포시마크의 수익은 정체되고 적자는 확대되는 시점에 4억달러의 프리미엄은 쉽게 인정되지 않는 분위기이다.

 

포시마크의 비즈니스 모델은 커머스와 소셜을 결합한 마켓플레이스이다. 상인이 구매자에게 패션 물품을 제시하는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한다. 이베이와 다른 점은 팔로잉, 좋아요 등의 소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시마크의 목표는 “팔고 사는 일을 간단하게, 소셜로 그리고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다. 오프라인 세계에서도 주위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상품을 사고 싶은 구매 동기가 생긴다. 쇼핑의 본질은 소셜인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서도 사람들은 점점 더 다른 사람의 추천과 평가를 온라인에서 찾아본다. 포시마크는 디지털 세상 사람들을 위한 쇼핑 플랫폼이다.

 

 

 

온라인 중고품 위탁판매 플랫폼인 스레드업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포시마크는 Mass Fashion Peer to Peer 시장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반면, 경쟁사인 스레드업은 포시마크와 같은 Mass Fashion 시장이지만 플랫폼적인 특성으로 Managed Marketplace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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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스에 소셜을 더함으로써 포시마크 비즈니스 모델의 강점이 생긴다. 구매자는 원하는 품목을 쉽게 찾을 수 있고, 판매자와 연결할 수 있다. 판매자와 소통하여 조언을 받을 수도 있고, 흥정할 수도 있다. 마음에 들면 직접 구매하고, 사용 후기를 공유할 수 있다. 구매자의 구매 여정 전체를 포시마크 플랫폼에서 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판매자는 자신의 품목을 올릴 수 있고, 수백만의 사용자들에게 공유할 수 있으며 또한 협상을 통해 판매를 성사시킬 수 있다. 판매가 이루어지면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수수료를 차감한 수익을 자신의 계좌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판매자의 판매 여정 전체를 포시마크 플랫폼에서 처리할 수 있다.

더욱 큰 강점은 판매자의 경험과 구매자의 경험이 포시마크를 통해 연결된다는 것이다. 판매자의 경험이 좋아지면 구매자의 경험도 좋아진다. 구매자의 경험이 좋아지면 판매자의 경험도 좋아진다. 판매자가 구매자로, 구매자가 판매자로 전환되는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또한 판매자가 다른 판매자의 상품을 추천하거나 함께 판매하는 등의 상호작용도 활발하다. 판매자와 구매자의 경험을 함께 높이는 총경험(Total Experience) 접근을 통해 네트워크 효과를 최대화하고 있다.

 

포시마크를 미국의 당근마켓이라고 언급하기도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는 서로 다르다. 포시마크는 중고거래를 하려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당근마켓은 하이퍼로컬 플랫폼을 지향한다. 중고 물품 거래는 사용자를 유입시켜 트래픽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수익모델 관점에서는 당근마켓은 미국의 넥스트도어와 유사하고, 포시마크는 우리나라의 번개장터나 크림과 비슷하다. 월간사용자수는 포시마크는 8천만명, 당근마켓은 1천6백만명이다. 활동 지역을 감안하면 시장 침투율은 당근 마켓이 더 높다. 포시마크의 주 고객은 MZ세대인데 비하여 당근마켓의 타겟 고객은 주부층이다. 포시마크의 수익원은 수수료이다. 당근마켓의 수익원은 광고비이다. 포시마크의 시장 가치는 합병 기준으로 2조3천억원이고, 당근마켓은 2021년 8월에 1천8백억원을 유치하였는데, 기업가치를 3조원으로밸류에이션한 결과이다.

공통점은 포시마크와 당근마켓 모두 C2C에서 B2C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시마크는 개인간 거래에서 부티크, 대량거래 할인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당근마켓도 비즈프로필 서비스를 도입하여 소상공인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인터넷 상거래 기업의 발전 패턴과 유사하다. C2C 비즈니스는 고객 당 단위 거래 규모가 낮고, 거래를 성립시키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도 많다. 반면에 시장은 제한적이어서 높은 성장과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C2C 비즈니스에 대한 규제도 만만치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인간 중고 거래를 상거래로 정의하고,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받아야 하는 방향으로 법규를 준비하고 있다. 포시마크가 C2C시장에서 강자라는 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숙제로 남는 셈이다.

 출처: 네이버(2022.3.4), 사업보고서 제23기
 출처: 네이버(2022.3.4), 사업보고서 제23기

 

네이버의 사업보고서 295페이지에 실린 현금흐름분석을 살펴보자. 네이버는 2021년 영업 황동에서 약 1조4천억원의 현금을 창출했다. 하지만 투자 활동에서 2조8천억원을 사용하여 1조4천억원의 현금이 줄어들게 되었다. 차입에 의하여 2조원을 조달하여 현금성 자산은 약 6천억원이 증가했다. 그 결과 2021년 말 네이버의 현금성 자산은 9천6백억원 정도이다. 연결 기준으로 네이버의 현금성 자산은 2조8천억원 정도이지만 자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을 활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네이버의 포시마크 인수자금은 2조3441억원이다. 인수대금 규모는 네이버 그룹 전체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80%에 달한다. 네이버 자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을 활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네이버는 보유 자산을 매각하거나 상당한 규모의 차입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Source: Investing.com
Source: Investing.com

 

포시마크는 2022년 상반기 동안에 약 3천7백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분기별 적자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2021년에는 9천8백만덜러의 적자를 기록한 점에 비추어보면 2022년에도 2021년과 비슷한 규모의 적자를 보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네이버의 연결재무제표에 연간 1천억원을 상회하는 마이너스를 가져오게 된다. 포시마크의 영업에 의한 현금 흐름은 2022년 상반기 동안 1천685만달러, 약 244억원의 마이너스를 보여주었다. 상장에 의해 확보한 여유 자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네이버가 현금을 지원해야 할 부담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6월말 포시마크의 현금성 자산은 5억9천7백만 달러에 달한다.

 단위: 백만USD, Investing.com 데이터 활용
 단위: 백만USD, Investing.com 데이터 활용

 

포시마크의 최근 4분기 평균 매출액은 8천5백만 달러이고 평균 운영비용은 약 1억달러이다. 매출액이 운영비용을 커버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자가 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매출 증가 속도보다 운영 비용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다. 그 결과 운영비용 대비 매출액 비율은 2021년 3분기91.6%에서 2022년 2분기 79.5%로 더욱 나빠지고 있다. 네이버는 포시마크의 매출을 더 빠르게 증가시키면서 동시에 운영 비용을 최적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네이버는 “중복된 연구 개발 부문을 정리하고 라이브 커머스와 검색 기능 등 IT기술을 활용하면 연간 약 3천만달러 규모의 비용절감이 중기적으로 가능할 것이다”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원가구조로는 연간 6천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해야 적자를 면할 수 있는 상태이다.

 

 

네이버는 포시마크를 인수하여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네이버는 기존 네이버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커머스와 컨텐츠를 융합하여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각 서비스의 고객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매칭시킬 수 있는 접점을 찾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가능성이 커 보이는 것은 리커머스 시장이다. 리커머스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쓰레드업의 자료에 의하면 리커머스 시장은 2025년에는 770억 달러 시장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리커머스는 지털 소비자 특성에 적합하고, 불합리한 소비를 혐오하고, 스스로 검색을 통해 찾고, 이용 후기를 공유한다. 포시마크는 리커머스 비즈니스에서 경험이 풍부하다. IT를 활용하여 수익성을 갖춘 운영모델을 확보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자료원: Aubrie Pagano(2021), Field Study: The Rise of Recommerce
자료원: Aubrie Pagano(2021), Field Study: The Rise of Recommerce

 

리커머스 시장은 아직은 빅플레이어가 없다. 리커머스는 소비자의 구매 여정이 기존 커머스 시장에 비해 복잡하다. 다양한 영역으로부터 리커머스 시장에 진입하는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네이버 정도의 기술력과 규모를 갖춘 기업은 아직은 없다. 네이버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자 한다면 리커머스 시장은 훌륭한 타겟이 될 수 있다. 다만 극복해야 할 과제는 포시마크 인수가 승자의 저주가 되지 않도록, 포시마크의 수익성을 빠른 시간 내에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네이버의 기술과 사용자 네트웍을 접목시켜서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뛰어난 리커머스 비즈니스 방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웹소설 서비스인 왓패드와 네이버 웹툰, 그리고 포시마크와의 상호 시너지를 통해 대규모 사용자 확장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왓패드의 웹소설을 웹툰화하고 웹툰을 웹소설로 제작하여 회원의 80%가 MZ세대인 포시마크에서 콘텐츠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네이버 웹툰 자회사인 스튜디오N을 통해 웹툰과 웹소설을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하여 북미 시장에 제공하는 영상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스튜디오N이 2020년 제작한 드라마 ‘스위트홈’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면서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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