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모델 혁신 방법, 디커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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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모델 혁신 방법, 디커플링
  • 서준형 이사
  • 승인 2020.06.04 11:25
  • 조회수 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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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 혁신은 ‘고객가치사슬’ 변화에서 비롯된다

하바드 경영대학원 교수이면서 디지털마케팅 전략 전문가인 탈레스 S. 테이세이라 교수는 ‘Unlocking the customer value chain’이라는 책을 통해 디지털시대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 방법을 제시하여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디커플링’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본이 나와 있다. 저자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 혁신 이론은 디지털 시대의 혁신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시대의 혁신은 기술이나 제품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가치사슬의 변화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디지털 경제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가치사슬에 고객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가치사슬(CVC, Customer Value Chain)에 기업이 끼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객 가치사슬에 관여하는 방법으로서 디커플링(Decoupling)을 주장한다. 지금까지 많은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산업의 파괴를 촉발한다고 주장해왔지만, 테이세이라 교수는 산업의 파괴를 촉진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의 변화라고 설명한다. 기술의 진보는 고객의 가치사슬을 변화시켰고, 새로운 고객 가치사슬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의 파괴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디커플링’으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

디커플링은 경제학에서는 한 국가의 경제가 다른 나라 또는 세계 경기와 관계없이 움직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암호화폐 거래에서도 디커플링이라 용어가 사용된다. 특정 코인의 가격 변동과 상관없이 가격이 변동되는 코인의 현상을 가리킨다. 소프트웨어 공학에서는 커플링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어 왔다. 두 개의 모듈이 서로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질 때 이를 강한 커플링이라고 부른다. 모듈 독립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프트웨어 공학 입장에서 커플링은 줄이도록 설계하기 위해 노력한다. 소프트웨어 모듈의 커플링이 높아지면 소프트웨어 아키텍처가 복잡하게 되고, 유지보수가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다음 3단계로 수행된다.

▶ 언번들링(Unbundling): 기존 상품과 서비스는 이를 공급하는 기업의 가치사슬 관점에서 번들링되어 제공되어 왔다. 환전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때에 따라서는 카드도 발급받아야 했다. 은행 입장에서 금융서비스가 번들링되어 제공되어왔기 때문에 소비자는 필요한 서비스 만이 아니라 전체를 구매해야만 했다. 지금의 고객은 원하는 서비스만을 이용하기를 바란다. 실제로 환전 서비스 만을 언번들링하여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고, 기존 은행들이 이를 따라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 탈중개(Disintermediation): 기존 상품과 서비스를 사용자가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제공하는 기업 사이에 중개자를 통해야만 했다. 자신의 계좌에 있는 잔고를 이용하여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에, 밴사업자 또는 지불결제 사업자를 거쳐야 했던 것이다. 디지털 금융의 진화에 따라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직접 대금을 보낼 수 있는 P2P결제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상거래의 진전으로 고객은 중개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구매를 할 수 있는 추세가 모든 산업에서 확대되고 있다.

▶ 디커플링(Decoupling): 고객가치사슬의 변화는 새로운 기회의 원천이 된다. 고객이 기존의 묶음 형태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서비스를 발견한다면 이를 보다 낮은 원가로 보다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사업자들은 자신의 가치사슬을 해체하지 않으면 원가와 편리성 관점에서 경쟁을 따라올 수가 없다. P2P금융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투자처(또는 차입처)를 고객이 스스로 판단하는 가치사슬로 바꿈으로써 고객이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전과 송금의 디커플링,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

해외에 송금을 진행하려면 송금은행, 중계은행, 수취은행 등을 거쳐야 한다. 송금은행에서 중계은행에 지급 시 발생되는 송금수수료 및 전신료가 발생한다. 중계은행에서 수취은행에 입금통지시 중계수수료가 발생한다. 또한 수취은행에서 최종 고객에게 금액이 지불완료 시점에 수취수수료가 발생한다. 이러한 수수료 때문에 은행 창구를 통해 송금할 때마다 4%~10%정도의 수수료를 내야한다. 

[그림 1] 금융권을 통한 전통적인 해외송금 방식

이를 고객의 가치사슬 기준으로 비즈니스를 재설계한 모델이 등장했다. 고객의 환전 및 송금 니즈를 매칭해주는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림 2] 트랜스퍼와이즈의 해외송금 방식

미국에서 고객A는 한국에 사는 지인인 고객A에게, 한국에서 고객B는 미국에 사는 고객B에게 송금을 한다고 할 때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의 해외 송금 플랫폼은 실제로 국제간의 송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 미국에서는 고객A의 계좌에서 고객B의 계좌로 송금이 일어나게 되고, 한국에서는 고객B의 계좌에서 고객A의 계좌로 송금을 하는 방식이다. 실제로는 국제간의 거래가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해외송금 효과를 구현했지만 실제로는 국가간 송금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는 환전할 필요가 없고 중계은행 또한 필요가 없다. 따라서 환전에 따른 송금수수료, 전신료, 중계수수료 등 국제간에 발생되는 그 어떤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고객의 환전 및 송금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보험가입 프로세스의 디커플링, 트로브(Trov)

요즘 젋은이들의 보험가입 가치사슬을 분석하여 새로운 형태의 보험 비즈니스플랫폼을 구축한 회사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보험에 가입하려면 먼저 구입된 물품에 대해서 가입이 필요성이 있으면 다양한 보험사를 비교해본다. 그리고 한 군데 이상의 보험사에 견적을 요청한 다음, 보험사가 관련 서류를 작성해서 보내주길 기다린 후 보험을 계약하고, 매년 보험을 갱신하거나 타 보험사로 이동하고 최종적으로는 보험을 해지하는 과정을 걸치고 있다. 

[그림 3] 전통적인 보험가입 방식

며칠 동안 해외 여행이 계획되어 있으며 여행할 동안 고가의 카메라를 보험에 가입하고자 한다. 최신 노트북을 주로 강의시간에 가지고 다니고 있고 일정 시간 보험에 가입하고자 하고자 한다.  카메라, 노트북, 스마트폰과 같은 젊은이들이 주로 소유하고 있는 자산은 대부분 고가의 물품이고 이들을 소중이 여기고 단기간 보험이 보상되기는 원하고 있다. 이처럼 단 며칠 동안만 가입하고 싶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트로브(Trov)는 고가의 개별 물품을 일정기간 동안만 보험에 들고자 하는 고객 니즈를 파악하였다. 이를 토대로 새로운 형태의 보험 플랫폼을 구성하여 트로브(Trov)는 보험업계의 혁신적인 파괴자가 되었다.

[그림 4] 트로브(Trov)의 보험가입 방식

트로브(Trov)는 고객들이 앱을 다운로드 받아서 그 앱을 통해서 카메라, 노트북, 스마트폰등과 같은 물품을 잠깐 잠깐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일단 보험에 가입하고 싶은 모든 소유물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나면 언제나 버튼 터치 하나로 보험을 가입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시간당 보험료로 따지면 기존의 다른 보험 회사의 보험료보다 트로브(Trov)의 보험료가 더 비싸다. 단 최대의 장점은 언제가 필요 시점에 짧은 시간 동안 아주 손 쉽게 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남은 음식물 프로세스의 디커플링, 스포일러얼러트(Spoiler Alert)

유엔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식량의 3분의 1은 버려지거나 낭비되고 있다고 하고 전 세계 8억명 이상이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물은 전체 음식물의 40%로 쓰레기로 처분되고, 이러한 음식물 낭비로 생기는 온실가스 발생량 또한 엄청나다. 여기에는 상점에서 팔리지 않은 채 버려지는 과일과 채소 등이 음식물 쓰레기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음식점이나 일반 소비자들이 먹다 남겨 버리는 음식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엄청난 양의 음식물이 유통 기한이 다가오거나 일부 상했다는 이유만으로 폐기 처분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스포일러얼러트(Spoiler Alert)은 무료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을 구축하였다. 무료 온라인은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음식물, 상점이나 레스토랑에서 발생되는 음식물, 농가에서 재배하다가 기부를 원하는 음식물 등을 필요로 하는 단계나 회사와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버려지는 음식 재료나 남을까 봐 걱정되는 음식을 소비할 수 있은 형태의 플랫폼이다. 


고객가치사슬(CVC)을 잘 따르는 기업이 성공을 이어갈 것이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또 다른 형태의 혁신적인 파괴자(비즈니스)들이 나타날 것이다. 우버(Uber)는 차량 구매, 보험가입 및 폐기의 과정을 없애버리고 오직 고객이 차량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탄생시켰다. 넷플릭스(Netflix)는 영상을 시청하기 위해 인터넷가입, 광고 보기, 결재하기, 시청하기에 불편한 과정을 없애버리고 원하는 영상 콘텐츠를 시간 및 공간 제약없이 시청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을 탄생 시켰다. 세프드(Chef'd)는 요리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마트 방문, 재료 구입, 자택 이동, 요리 시작 등의 불편한 과정을 없애버리고 요리는 하고 싶지만 재료 구입을 힘들어하는 고객에게 필요한 재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탄생시켰다.

디지털 경제의 발전에 따라 권력은 기업에서 고객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객이 기업이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물건을 구매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기업이 고객의 가치사슬에 끼어들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함으로써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광고비를 많이 쓰고 광고를 잘 하는 기업은 비용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고객의 라이프 패턴에 따라 잘 검색되고 고객의 가치사슬에 바인딩 된 기업의 성과는 지속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기업은 고객 가치사슬을 기준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다시 바라보고 비즈니스모델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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