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상태바
오픈뱅킹,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 이상진
  • 승인 2019.11.05 04:26
  • 조회수 2606
  • 댓글 0
이 콘텐츠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의 오픈뱅킹 현상과 과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0월 30일부터 10개 시중은행이 오픈뱅킹 시범 서비스를 개시했다. 12월 18일에는 6개 일반은행과 2개 인터넷은행을 포함하여 18개 은행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2019년부터는 핀테크 회사들도 오픈뱅킹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오픈 뱅킹은 소비자가 하나의 앱으로 모든 은행의 계좌 조회와 이체를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EU에서는 2018년 1월부터 오픈뱅킹 시대가 시작되었다. EU의 오픈뱅킹은 금융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금융 데이터를 금융소비자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지정한 제3자의 서비스를 이용하여 자신의 금융 데이터를 통제하고 활용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소비자가 이용하는 서비스 제공자에게 소비자의 금융 데이터를 보내주어야 한다.

일본은 2018년 6월에 정보은행사업자 인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일본의 정보은행은 개인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보관해주는 PDS(Personal Data Store)와 개인데이터를 개인을 대신해서 판매하고 수익을 개인에게 돌려주는 정보판매 기능을 수행한다. 일본의 정보은행은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유통하고 수수료 수익을 개인에게 돌려주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2020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의 오픈뱅킹은 초기 단계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와 서비스는 각 금융회사에 있는 상태에서, 서비스 이용 창구를 단일화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로는 소비자의 금융 편의성은 일부 향상되겠지만, 새로운 산업의 창출과 금융서비스의 혁신으로는 이어질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금융회사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금융회사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생태계를 확장하고, 생태계에 데이터와 서비스를 공급하여, 생태계가 스스로 수요자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진화시키도록 접근해야 한다. 수요자 관점에서 오픈뱅킹 활성화 방향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방향 1: 오픈 플랫폼의 개방성을 높여야 한다

문제점: 수요자가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API를 파악하여 사용을 결정하기 전부터 회원가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회원 가입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도 오프라인으로 재확인하는 과정 및 오프라인 미팅을 요구하는 등 최초 시작부터 진입장벽이 높아 사용하기 어렵다.

해결책: 회원 레벨 별 제공 콘텐츠 공개 수준 정의 및 포탈 구축이 필요하다. 오픈 플랫폼 탐색에서 콘텐츠 사용을 결정하기까지 수요자에게 충분한 플랫폼 콘텐츠 제공 수준을 파악 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비회원 및 회원 레벨 별 공개 수준을 정의해야 한다. 비회원인 경우 API 검색, API 비즈니스 콘텐츠 설명, API 상담 등, 회원 가입 후에는 API 개발가이드, 무료체험 서비스, 커뮤니티 활동 권한, 샌드박스 이용권한, 과금 체계 권한 등의 레벨 별 수준에 맞는 공개 범위의 정의가 필요하다. 공개 범위가 정의에 맞게 포탈을 구성하여 수요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기능을 지원하여야 한다.
 

투이톡_오픈뱅킹_1.jpg
[그림 1] 회원 등급 및 주요 서비스 제공 예시


투이톡_오픈뱅킹_2.jpg  
[그림 2] BBVA Open API Access Level and User Access Prerequisites
 


방향 2: API 사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문제점: 기존 금융사들의 Open API 플랫폼에서 API 단위로 제공하고 있어 금융 기능을 모르는 경우 활용이 어렵고, 전반적인 API 서비스의 정의, 기본 사용 절차 안내 외에 실제로 사용하기 위한 “How to”가 미비하여 개발에 도움을 받기 어렵다.

해결책: 서비스 단위 API를 지원하여야 하고, 개발자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수요자 기준의 API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오픈 플랫폼에서 서비스 플로우를 개발할 수 있는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해외 송금 요청 시 실명자 확인-송금금액 이체-송금금액 환전-해외 모계좌 송금 등의 API를 해외송금 서비스 번들 형태로 API를 제공하여 사용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플랫폼 내의 서비스 추천 기능을 추가하여(ex>활동 분석 추천, 검색기록 분석 추천, 최초 방문자 추천) 수요자별 사용성을 높여야 한다.
 

투이톡_오픈뱅킹_3.jpg
[그림 3] Service bundle API 제공 예시

또한 단순히 후기 정도의 홍보 성공사례가 아닌, 개발자가 활용할 수 있는 성공사례 제시 및 에러가 날 수 있는 활용 사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응용사례 등 개발자 관점의 샘플e 소스 코드 제공 및 개발 소스가 절차대로 안내되어(ex> API가이드 -> 참조문서 -> 샘플(코드) -> 라이브러리 -> 품질가이드 라인 등) 개발자가 필요 없는 노력을 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행화가 필요한 콘텐츠의 작성 주체 및 변경 빈도를 정의하고, 항상 문서와 제공 API가 일치하는지를 점검하여 현행화 미비에 따른 개발 리소스 낭비를 줄여야 한다.
 

투이톡_오픈뱅킹_4.jpg
[그림 4] 피도르뱅크 Open API 소개, 절차, Sample 코드 예시

 

방향 3: API과금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 

문제점: 수요자 입장에서는 과금이 사용량과 비례하는 종량제 또는 정액제로 한정되어 있어 사업 초기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경우 조회 서비스만 이용하여도 비용 부담이 되어 사용하기 어렵다.

해결책: 과금체계의 다양성 및 관리방안을 정의하여야 한다. API 호출 건수를 기반으로 과금하는 종량제와 더불어 일정기간 API 무료 사용 후 유료화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는 Freemium 과금, 매월 정액제로 API를 사용하는 월 정액제, 오픈 플랫폼 제공자와 비즈니스 모델 개발 및 수익 창출 후 분배하는 수익분배제 과금 등 다양한 과금 정책을 시행함과 동시에 과금 부과 시점 및 정산 시기, 방법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플랫폼 제공자와 수요자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하여야 한다.
 

투이톡_오픈뱅킹_5.jpg
[그림 5] 과금 모델 예시

 

방향 4: 수요자 커뮤니티를 강화해야 한다

문제점: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장애 발생이나 A/S 측면에서도 신속한 대응을 받기 어렵고, 금융 서비스를 요청하거나 추후 협업 모델을 구현하고 싶어도 네트워킹 채널이 미비하여 협업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해결책: 오픈 플랫폼 내 커뮤니티 활성화 전략 및 외부 커뮤니티 연계가 필요하다. 같은 업종이나 비슷한 서비스에 종사하는 참여자 유형별 운영하는 서비스별 커뮤니티, 기술과 개발자의 관심도를 고려한 기술별 커뮤니티, API 개발 관련 이슈, 궁금증 등을 질의하고 답변하는 API A/S 대응 커뮤니티 등 생태계에 참여하는 개발자 간 네트워킹 형성을 위한 커뮤니티 운영 대상과 방향성, 담당 조직의 정의가 필요하며, 생태계 참여자들이 커뮤니티 활동에 따른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보상 방안을 정의하여 참여도를 높이는 방법을 선택하여야 한다.

투이톡_오픈뱅킹_6.jpg  
[그림 6] 피도르뱅크 커뮤니티
* 만약 누군가가 피도르뱅크에 대한 소개나 활용 팁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올린 다음, 일정 수 이상 다른 회원의 추천을 받으면 즉각 100유로(13만 2000원)를 보상으로 지급한다. 또한 온라인 포럼을 만들어 은행 경영진과 은행 직원, 고객이 참여하여 서비스품질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는 ‘USER – Help –USER’ 활동을 지원한다.

또한 이미 분야별 운영 활동이 잘 되고 있는 외부 커뮤니티를 연결해주는 방식의 검토가 필요하며, 기술 컨퍼런스, 개발자 데이, 해커톤 등 오프라인 참여 활성화 방법도 함께 고려하여 전방위적인 커뮤니티 활동 활성화를 고민해야 한다.

 

오픈뱅킹은 내려 놓는 것이다

우버를 이용할 때 얻는 놀라운 경험은 대금 지불을 위해 소비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카오 대리운전이 주는 편리함도 마찬가지이다. 물건을 사고 팔 때, 서비스를 이용할 때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서 카드번호를 입력하고, 인증을 하는 등의 일을 하지 않는 것은 고객 경험을 향상시킨다.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되는 것은 금융회사를 통해 하는 일을 앱이 자동으로 해주기 때문이다. 이를 ‘보이지 않는 은행(invisible bank)’라고 한다.

은행이 자신의 브랜드를 포기할수록 은행 고객의 편리함은 향상된다. 브랜드 중심에서 플랫폼 중심으로 관점을 바꾸는 것이 오픈뱅킹의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고객과 서비스를 독점하는 것은 점점 더 불가능해지고 있다. 고객 접점에 있는 서비스 제공자의 브랜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수익을 공유하는 정책을 통해 생태계와 협업해야 한다. 은행이 대규모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기득권을 내려 놓는 것이 오픈뱅킹에서 성공하는 길이다.


 

- 끝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