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금융서비스 때문에 힘들다? - 금융시장에서 소외된 고령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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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금융서비스 때문에 힘들다? - 금융시장에서 소외된 고령층
  • 진희경 (전)투이컨설팅 선임
  • 승인 2020.11.10 10:30
  • 조회수 3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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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만든 가장 큰 변화는 ‘대면 → 비대면’이다. 현재 물류, 교육, 예술, 관광 등 전 산업분야에서 언택트 서비스(Untact Service)를 향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일찍이 디지털 탈바꿈(Digital Transformation)을 준비하던 금융권도 온라인과 모바일 뱅킹을 통한 비대면 거래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역대 최저 기준금리(0.5%)로 인하여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평균 예금금리(0.81%), 대출금리(2.63%)로 예대마진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이 감소하는 현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에 따른 점포 통폐합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올 상반기 문을 닫은 은행 점포 수는 184개로, 매주 7개씩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하여 불거지는 사회적 이슈가 있다. 노인,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시장의 빠른 변화로 기존 금융서비스 및 상품 이용이 어려워져 사회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상태)’ 현상이다. 

한국의 고령화(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를 넘으면 고령 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라고 부른다. 고령화사회(7%)에서 고령사회(14%)로 진입하는데 걸린 연수를 살펴보면 미국 69년, 영국 46년, 독일 42년, 프랑스 114년, 스웨덴 82년, 일본 24년으로 한국의 17년이 가장 빠르다)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세계 최단 기록인 17년 만에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2017년 진입) 하였고, 9년 후인 2026년에 초고령 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통계청은 2045년에는 초고령사회인 일본을 넘어 세계 고령인구비율 1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정부도 지난 8월에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대응방향]에 경로우대제도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조정하는 안을 고려 중이다. 

금융시장의 디지털화에 따른 고령층의 금융 소외 문제가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70대 이상 고령층이 변화하는 금융환경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고령친화 금융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대면 거래 의존도가 높은 고령층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디지털 채널 이용이 급증했지만, 65세 이상 노인의 이용률은 세계 어느 곳이든 저조하다. 지난 4월 아르헨티나에서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한 봉쇄령으로 은행 점포를 닫자 ATM사용에 어려움을 느낀 고령자들이 불만을 쏟아냈고, 결국 보름 만에 문을 열었는데 점포를 이용하고자 수백 미터씩 줄을 서고 장시간 대기로 실신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보도한 [2019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70대 이상 고령층은 지급수단(카드, 간편결제 등)중 현금(68.8%)을 가장 많이 이용하며, 점포 창구(53.8%)를 통해 인출한다. 잔액확인, 현금인출 등 간단한 용무는 ATM으로 할 수 있지만 조금만 어려워도 창구를 이용하기에 온라인, 모바일 뱅킹 이용률이 전 연령 평균 대비 매우 낮다.    

왜 고령층은 비대면 거래를 어려워할까?

첫번째 이유 - 디지털 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 역량과 자신감이 부족하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들은 핸드폰 버튼을 쉽게 누르지 못한다. 혹시 잘못 눌러서 요금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을까? 등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PC를 이용한 활동으로 50대 이상 인구는 7개 모든 항목에서 40% 이상이 할 수 있다고 답한 반면, 70대 이상은 전 항목 7%미만이다. 모바일 기기 이용 능력이 PC보다 높지만 70대 이상은 2개 항목(기본환경설정, 파일전송)을 제외하고 모두 20%미만이다. 

두번째 이유 - 서비스 가입 및 이용 절차가 복잡하여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1개월 이내 인터넷을 이용한 고령층의 금융거래 서비스(인터넷뱅킹, 계좌 확인/이체/송금, 증권거래 등) 이용률은 37.4%(70대 이상은 10.3%)이며, 소득 증대, 유지를 위한 정보습득 및 재테크 관련 서비스(부동산/금융상품 정보검색 및 습득, 교육/학습, 모임 참석, 재테크 등) 이용률은 18.3%(70대 이상은 4%)이다. 인터넷 이용률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81.1%)’가 가장 높다. 

세번째 이유 - 금융사기 및 착취, 개인정보유출 등 금융 사고에 대한 우려이다. 

모바일 뱅킹 미사용 이유로 ‘해킹 등 보안 사고와 분실, 도난에 대한 우려(15.8%)’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창구 직원과 하는 대면 거래를 더 안전하게 생각한다.  

 

고령친화금융환경 조성을 위한 방안 및 국내외 사례

고령화와 디지털화가 동시에 빠르게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고령층의 디지털금융소외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고령층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 첫째 - 접근이 쉽고 이용이 편리한 고객 ‘채널’ 마련이 필요하다.

영국의 로이드은행그룹(Lloyds Banking Group)은 인터넷에 접근 가능한 기기가 없는 70대 이상 노인들에게 무료로 최대 2,000개의 태블릿PC를 제공했다. 그리고 디지털 채널 이용이 어려운 20,000명의 고령층을 대상으로 전용 전화회선을 설치하여 온라인 활동(뱅킹, 쇼핑 등)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 안내, 원격 교육을 했다. 또한 디지털 소외감을 느끼는 55세 이상의 고령자를 위하여 연중무휴 전화상담서비스를 지원했다. 

우리나라도 고령층의 금융서비스 이용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점포 폐쇄를 하려면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사전 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며, 고령층 밀집지역인 경우 대체 창구(특정요일 및 시간대에 운영하는 이동점포(버스를 개조한 특수 차량), 화상상담 등으로 고객응대가 가능하며 상담인력이 배치된 무인점포, 전국에 2655개의 지점을 보유한 우체국 등과 창구업무 제휴)를 마련하도록 했다. 또한 쉬운 화면 디자인, 큰글씨, 음성인식 등 편리한 기능을 갖춘 고령자전용앱 개발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비용측면에서 비효율적인 대면 거래 채널의 경우 빅데이터를 통해 운영방식, 위치, 규모 등 선별적으로 점포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고령층들은 노안, 수전증 등으로 작은 글씨, 좁은 카드 투입구 등을 가진 비대면 채널 이용이 힘드니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구성하고, 최대한 이용절차를 간편화 해야한다. 
 
▶ 둘째 - 고령사회의 현실을 감안한 ‘상품과 서비스’ 설계 및 추천이 필요하다.

영국의 가장 큰 노인자선단체인 ‘Age UK’는 고령층들이 온라인 채널을 이용하지 않고, 유리한 조건을 따라 자금을 이동하지 않지만 예금금리가 낮고, 나이제한으로 높은 보험료와 낮은 담보대출 한도를 가진다며 당국에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은 고령층의 자산관리를 위하여 수탁 가능 재산의 제한(금전신탁, 재산신탁 포괄)을 없애고 유언대용신탁, 특정증여신탁, 교육자금증여신탁, 후견제도지원신탁 등 다양한 신탁상품을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도 고령층 차별 문제를 해결하고자 온라인 특판 상품과 유사한 혜택의 고령층 전용 대면거래 상품 출시, 연령별 상품 취급실적 점검, 불완전판매 규제강화를 위한 고령층 전용 상품 설명서 등 고령층의 공정한 거래를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치매환자 등 자산관리가 어려운 고령층을 위하여 후견지원신탁, 연장된 고령층의 기대수명과 건강상태 등을 고려한 상품 출시 등 고령층 친화 상품 개발을 위해 노력 중이다(금융위원회, [고령친화 금융환경조성방안] 참고).

▶ 셋째 - 고령층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해줄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영국의 금융옴부즈만기구(Financial Ombudsman Service)는 금융사기 피해자의 20%가 2시간 안에 문제를 파악하고, 75%는 하루 안에 알게 되므로 의심되는 거래일 경우 최소 몇시간만이라도 거래를 지연시키는게 효과적인 방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세계은행들도 고령층의 이상 거래(비활성 계좌 사용, 주소변경, 출금액 증가 등)를 탐지하는 시스템 이용, 고객이 인증한 지인에게 거래내역, 잔고 등을 통지하는 모니터링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한 내부직원 및 고객 대상으로 금융착취사례를 소개하는 영상 제공 등 각종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고령층 대상으로 증가하는 금융사기 및 착취를 막고, 평생 모아온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이상거래탐지 및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교육이 필요하다. 

금융감독원이 제공하는 금융피해 관련 빅데이터 자료를 이용하여 이상거래탐지시스템 고도화, 의심 거래 지연, 위험 안내 및 문진 강화, 금융회사 직원과 고객 대상 교육 등의 방안으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 넷째 - 고령층이 디지털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기르도록 ‘교육’해야 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2007년부터 고령층 대상 스마트폰 이용법 등의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도 고령층 보호를 위한 기관운영 및 금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Barclays)의 디지털 이글즈(Digital Eagles)라고 불리는 14,000명이 넘는 전현직 직원들은 2013년부터 지역사회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특히 고령층 대상으로 ‘Tea and Teach’라 불리는 오프라인 교육을 제공한다(코로나19로 온라인교육으로 변경됨). 

국내 금융기관들도 시니어 고객대상 교육을 하고 있지만 현재 효과는 미흡하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수준별 맞춤 교육 제공, 다양한 교육 채널 활용, 양질의 교육 인력 확보 계획을 중심으로 금융기관도 함께 노력하며 디지털소외현상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고령층 금융 소외 “NO”, 금융 포용 “YES” 시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과거와 다른 새로운 질서와 기준, 방식 등이 생겨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맞게 가치관, 생활방식 등도 변하는게 맞다. 하지만 누군가를 배제하는 급격한 변화가 아닌 모두를 포용하는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고령친화금융환경이 마련된다면 금융회사와 시장 상황이 아래 내용처럼 변화할 수 있다. 

▶ 전 연령층이 만족할 수 있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려운 고령층을 배려하며 만든 상품과 서비스라면 누구라도 편리하고 유용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 오픈뱅킹으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다. 대부분의 고령층은 주거래 은행 한두 곳만 이용하는 충성 고객이며 노후자금 등 평생 모아온 고액 자산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 그들이 실망하여 떠나기 전에 오래된 의리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질 것이다. 금융소외계층을 배려하는 모습은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는 기업,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심어주기 때문에 브랜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안전한 금융시장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 금융사기 및 착취에 가장 취약한 고령층을 보호함으로써 증가하는 금융 피해를 감소시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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