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디지털 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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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디지털 리터러시
  • 김인현 대표
  • 승인 2020.03.19 13:37
  • 조회수 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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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코로나19 우등국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3월 19일 8시 24분 현재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총 확진자 수는 8,413명으로 전일 대비 93명이 증가했다. 이탈리아는 하루에 4천 2백명이 늘어나 총 확진자는 3만 5천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한 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중국에 이어서 2위를 차지했었다. 지금은 이란, 스페인, 독일, 미국, 프랑스 등이 우리나라를 앞질렀다. 누적 확진자 수로는 8위, 하루 신규 확진자 수로는 20위인 상태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림] 세계 코로나19 환자 현황 (2020년 3월 19일) / Source: worldometer

기아 타이거즈의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는 플로리다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할 때 아내와 아이 2명을 함께 데리고 왔다. 미국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어서, 한국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 국내에서 활동하던 외국인 프로 선수들이 계약을 중도 해지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던 것과는 정 반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3월 18일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한달 전 한국은 코로나19에 항복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였고, 지금은 신규 확진 사례가 크게 줄었다. 한국에서 배운 교훈을 다른 국가들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대한민국의 뛰어난 디지털 리터러시가 주는 효과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우리나라가 세계 1등국가가 된 느낌이다. 정부의 공개주의 정책, 담당 공무원들의 헌신적 열정, 위기에서 서로 돕고 뭉쳐서 해결하는 국민성 등이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디지털 리터러시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뛰어난 통신 인프라, 모바일 보급율, 다양하고 편리한 앱이 개발될 수 있는 생태계, 공공데이터 개방과 활용 등이 기반이 되고 있다. 외국이 따라하기 힘든 우리나라 국가 수준의 디지털 역량 세 가지를 살펴본다.

▶ 긴급재난문자

재난문자는 재난 발생 시 이동통신회사를 통해 휴대폰으로 보내는 긴급 문자 메시지이다. CBS(Cell Broadcasting Service) 시스템으로 기지국에 연결된 휴대폰에 메시지를 보낸다. 재난 발생 지역에 선택적으로 맞춤형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다. 현재의 발송 범위는 수십킬로미터 반경으로 설정할 수 있다. 행안부와 SKT는 수백미터 단위로 좁힐 수 있는 발송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 마스크 5부제

마스크 구입 기회를 고르게 하고, 구매 편의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생년 끝자리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요일을 정해주고, 개인별 구매 한도는 주민등록번호를 기준으로 관리한다. 마스크 5부제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모든 약국을 연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고 있는 의약품 안심 서비스(DUR, Drug Utilization Review)가 이용된다. DUR은 환자가 복수의 처방전을 받을 경우, 약사가 이를 확인하고 조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약화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서비스이다.

▶ 확진자 동선 공개

감염이 발생할 경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고 있다. 확진자의 진술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실제 이동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서 모바일 위치 데이터가 활용된다. 대상자가 기억하지 못하거나 또는 방문지를 감추려고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위치 데이터 활용은 필수적이다. 위치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상자가 모바일기기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우리나라 모바일 보급율은 100%에 가깝다. 또한 전국적으로 위치데이터가 수집되지 않는 지역은 거의 없다. 다만, 대상자의 개인정보보호, 인권침해방지 등의 차원에서 공개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있다.


개인의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디바이드를 낳는다

개인도 디지털 리터러시에 따라 대응 능력이 달라진다. 개인의 디지털 리터러시는 모바일 기기와 모바일 앱, 인터넷 등을 얼마나 잘 사용하는가이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높은 사람은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상황에 더 잘 대응한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낮은 계층이 디지털화에 따른 편익에서 불리하게 되는 현상을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디지털불평등)라고 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디지털 디바이드는 보다 증폭된다.

▶ 마스크 구매

코로나19 초기에는 마스크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반인은 마스크를 구매할 수가 없었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마스크는 항상 품절 상태였기 때문이다. 쿠팡은 자체 모니터링 결과, 비정상적인 구매 건을 파악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인의 아이디 8개를 빌리고, 매크로를 이용하여 조기 구매하는 사례가 적발되었다. 법적인 조치가 따르지 않으면 기술 전문가가 기회를 독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디지털 디바이드는 발생한다. 모바일 앱을 새로 설치하고 사용하는데 익숙하지 않는 노년층은 굿닥 마스크 스캐너, 마스크 알리미 등과 같은 앱을 모른다. 약국을 찾아서 열심히 돌아다니지만, 앱으로 마스크 재고와 판매 시간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일반인들에 비해 마스크 구매에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

▶ 온라인 강의

대학교는 개강을 2주 연기한데 이어서, 처음 4주 동안은 온라인강의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온라인강의를 하기 위해서는 동영상 제작 소프트웨어, 화상 회의 소프트웨어, 카메라와 마이크 연결 등을 해야 한다. 또한 학교의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일은 디지털 기술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온라인강의를 듣는 입장에서도 문제는 있다. 화상회의로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 관련 소프트웨어 설치 및 기능을 익혀야 한다. 또한 화상 강의에 진행을 방해하지 않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참여해야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떨어지면 온라인 강의에 집중하여 수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하기도 쉽지 않다.

▶ 온라인 예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회가 오프라인 예배를 강행하고 있고, 또한 그 결과로 감염 전파 사례가 속출하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오프라인 예배를 고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온라인 예배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리터러시를 어느 정도 갖춘 대형교회들은 자체 시스템을 이용하여 온라인 예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시설과 장비는 물론 전문가도 없는 소형 교회는 온라인 예배를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가 없다. 목사 등 교회 집행부가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교회 예배에 참여하는 신자들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낮다면 온라인 예배는 불가능하다. 소형교회 신자들의 대부분은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업의 디지털 리터러시는 기업 간 격차의 원인이 된다

기업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도 중요하다. 고객데이터 보안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과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으면 콜센터를 재택근무 형태로 운영할 수 있다. 콜센터를 재택근무로 운영할 수 없는 기업은 비즈니스가 중단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다지털 리터러시가 뛰어난 기업은 디지털 인재 확보, 비즈니스 협업, 프로세스 효율성 제고, 고객 디지털 경험 수준 향상 등의 면에서 그렇지 않은 기업과 격차를 벌릴 수 있다. 기업 세계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는 기업들의 디지털 디바이드로 이어지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업들은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기업의 디지털 리터러시는 조직 수준과 개인 수준으로 구분된다. 또한 디지털 리터러시의 핵심은 데이터 리터러시이다. 기업은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해야 한다.

▶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을 측정하는 프레임워크를 도입한다.
▶ 디지털 리터러시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본부의 KPI에 반영한다.
▶ 조직 수준 디지털 리터러시를 높이기 위한 내부 시스템, 프로세스 등을 정비한다.
▶ 개인 수준 디지털 리터러시를 높이기 위한 환경을 도입하고 교육 훈련을 실시한다.
▶ 디지털 기술 발전과 생태계 스캐닝을 통해 디지털 리터러시 전략을 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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