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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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 김인현 대표
  • 승인 2020.01.21 14:39
  • 조회수 7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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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화두는 오픈뱅킹

오픈뱅킹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카카오뱅크와 한국씨티은행을 제외한 16개 은행, 토스, 카카오페이,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7곳과 기존 오픈 플랫폼 업체 24곳 등 47곳이 서비스 중이다. 2019년 12월17일 기준으로 315만명이 가입했고 773만 계좌가 등록되었다. 올해 상반기 중에 카카오뱅크와 한국씨티은행도 오픈뱅킹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픈뱅킹이 시작되자 은행들은 고객 이탈 또는 자금 이탈을 방지하고 반대로 고객을 이동시키거나 자금 유입을 위한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오픈뱅킹은 계좌 조회와 자금이체 두 가지를 서비스하고 있다. 사용하는 입장에서 서비스 회사에 따른 큰 차이는 없다. 다시 말하면 현재의 오픈뱅킹은 서비스 차별화가 아니라 구색을 맞추는 수준에서 제공되고 있다. 앞으로는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픈뱅킹은 필연적으로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언번들링을 촉진한다. 그리고 상거래, 여행, 통신 등의 생활 서비스와 리번들링이 확대된다. 리번들링의 성과는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오픈뱅킹은 새로운 고객 개념이 필요하다

오픈뱅킹은 뱅크가 하고 있는 서비스를 외부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다 준다. 이렇게 되면 고객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현재의 고객 개념은 계좌를 개설하고 있는 개인 또는 법인으로 되어 있다. 오픈뱅킹 시대는 이러한 고객 개념이 맞지 않다. 계좌는 다른 곳에 개설하고 있더라도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 또는 법인이면 고객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의 개념을 버려야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 또는 법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금융서비스 이용자 관점에서도 변화가 있다. 자신이 이용하는 지급결제서비스가 어느 금융회사를 통해서 이루어지는지 알 필요가 없다. 그냥 금융서비스가 이루어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white label banking이라고 한다. 은행의 브랜드가 사라진다. 애플카드처럼 브랜드는 애플이고, 실제 금융서비스는 골드만 삭스가 하는 모습이 된다.

 

고객경험 차별화, 오픈플랫폼 도입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회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두 가지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첫째, 자신을 찾아오는 직접 고객에게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차별화된 고객 경험은 자산관리 등 금융서비스와 건강 의료 등 생활서비스를 통해서 달성되어야 한다. 자신의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기 위해서는 디지털 넛지를 개발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에게 개인화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외부와 연결을 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픈 API를 통해서 외부 파트너 및 써드파티와 협업해야 한다. 협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오픈API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픈 플랫폼을 통해서 외부 협업자와 협업 프로세스가 유연하고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오픈플랫폼이 갖추어야 할 기능

오픈뱅킹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금융IT 관점에서 준비해야할 것은 오픈뱅킹 플랫폼이다. 보험회사라면 오픈인슈어런스 플랫폼을 갖추어야 한다. 오픈뱅킹 플랫폼이 갖추어야 할 기능은 크게 네가지이다.


첫째, 외부와 협업하기 위해서 자신의 서비스를 오픈API화 해야한다. 코어뱅킹 서비스들을 오픈API로 호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자신의 데이터를 상품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금융상품, 금융지표 등의 데이터, 그리고 상권분석 등의 데이터를 오픈API로 외부에 제공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셋째, 외부와 협업하는 오픈API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외부와 협업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자신의 시스템을 어떻게 바꾸더라도 외부 협업자의 시스템은 영향을 받지 않도록 오픈API를 협업 수단으로 만들어야 한다. 연결을 유연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외부와 연결하기가 쉽지 않고 또한 새로운 서비스 도입 등 자체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쉽지 않다. 연결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연결 때문에 내부 시스템을 변경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넷째, 외부의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금융회사는 점점 더 비금융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금융 거래가 없는 씬파일러 같은 경우는 통신데이터를 이용해서 신용을 평가하는 방식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외부 데이터는 정부 등 공공기관 또는 민간업체가 공개하는 오픈데이터, 소셜미디어 데이터, 그리고 외부에서 구매하거나 협업해서 조달하는 비즈니스 데이터 등이 있다.

 

연결을 잘 하는 금융회사가 승리한다

오픈뱅킹 플랫폼은 연결된 은행을 가능하게 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나는 연결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이야기가 통한다. 금융회사도 마찬가지이다. 많이 연결될수록, 자주 연결될수록, 잘 연결될수록 더 큰 수익을 가질 수 있다.


또한 금융회사가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면 오픈뱅킹 플랫폼을 도입해야 한다. 금융회사가 플랫폼이 되기 위해 상거래 플랫폼을 스스로 운영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플랫폼은 자신의 핵심 그리고 고유 역량을 기반으로 외부의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수행해야 한다. 은행이, 카드회사가 온라인 쇼핑 몰을 만든다고 해서 성공하겠는가? 오픈뱅킹 플랫폼은 금융회사가 자신의 역량을 가운데 놓고 생태계와 협업함으로써 스스로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2020년에 열리기 시작한 마이데이터

2018년 EU지역에서 GDPR과 PSD2가 발효되어서 마이데이터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부터 마이데이터 붐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마이데이터 개념을 잘못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오해는 개인의 동의 없이도 가명화 또는 익명화해서 데이터를 유통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데이터를 개인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위해서 사용하도록 하는 관점이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데이터의 주인이고 개인은 자신의 데이터를 완전하게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뜻이다. 즉, 마이데이터는 사람중심의 데이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하나의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이데이터는 데이터 판매라는 말이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개인이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동의를 하는 것은 데이터 소유권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정의한 목적 범위 내에서 데이터 사용을 허가한 의미라는 것이다. 이는 판매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고, 데이터 사용 허가라는 용어가 적합하다는 뜻이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의 데이터 권리를 보장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마이데이터가 제도화되면 다양한 비즈니스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개인을 위해 데이터를 수집해주는 기업,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는 비즈니스,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사용 동의를 취소하는 등 데이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 그리고 인공지능 등을 이용해서 개인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비즈니스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비즈니스는 지금까지는 없었다.

 

금융의 마이데이터 비즈니스는 누가 잘 할 수 있을까?

이번에 시작된 오픈뱅킹은 제한적으로나마 데이터의 주인인 개인이 자신의 금융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개정된 신용정보보호법에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 도입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금융소비자의 신용관리, 자산관리 및 정보관리를 지원하는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를 도입하는 것이다.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게 된다.

궁금한 것은 누가 이런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비즈니스가 등장하면 금융회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이다. 자신의 데이터를 맡기고 관리하도록 하는 것은 마치 자신의 장기를 관리해주도록 위탁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안전하게 그리고 데이터 주인의 뜻에 따라서 데이터를 관리해주어야 한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데이터를 맡긴다면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중요한 기준은 신뢰이다. 모든 업종에서 고객이 가장 신뢰하는 산업은 금융이다. 개인의 데이터를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PDS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금융회사는 PDS 서비스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후보 중의 하나이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금융산업에서 마이데이터는 오픈뱅킹이라고 할 수 있다. 오픈뱅킹은 금융의 마이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어야 작동할 수 있다. 금융의 마이데이터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통해 금융소비자에게 가치를 준다. 금융회사가 오픈뱅킹에서 성공하는 것은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 성공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따라서 금융회사는 마이데이터 개념과 서비스를 이해하고 이를 충실하게 따르는 오픈뱅킹을 추구하는 것이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림 1]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그림 1]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로 인해 기존 금융회사와 핀테크회사 중에 누가 더 혜택을 받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들이 있다. 일부는 금융결제망을 저렴한 비용으로 오픈했다는 점에서 핀테크회사들을 위한 제도라고도 한다. 하지만 금융소비자의 신뢰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과 오픈뱅킹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회사가 더 유리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전략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오픈뱅킹 도입으로 금융산업 지형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변화에 잘 정렬된 전략을 구사하면 큰 기회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치명적 위협이 될 것이다. 오픈뱅킹 전략 수립은 오픈뱅킹이 마이데이터의 출발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오픈뱅킹전략은 금융회사가 마이데이터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과 마찬가지이다.


금융회사는 마이데이터 전략을 수립하여야 한다. 발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세가지 관점은 다음과 같다.

 

▶ 금융데이터에서 생활데이터로
개인의 마이데이터는 금융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건강 의료, 교육, 여행, 소셜, 교통, 주거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개인은 자신의 데이터를 가장 잘 관리해주는 기업으로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받을려고 할 것이다.

 

▶ 금융자산에서 디지털자산으로
금융회사의 관심은 개인의 재무 자산에 한정되어 있다. 개인의 자산은 점점 더 디지털화되고 있다. 그리고 개인은 자신의 디지털 자산을 보관하고 관리해줄 에이전트를 필요로 한다. 금융회사는 개인의 디지털 자산 관리자로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 브랜드보다는 화이트라벨로
금융회사는 자신의 브랜드를 포기해야 한다. 브랜드를 포기할수록 고객 접점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고객 접점에서 고객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과 유연하게 협업해야 한다. 데이터 교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플랫폼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그림 2] 금융회사의 오픈뱅킹 대응 패턴
[그림 2] 금융회사의 오픈뱅킹 대응 패턴

 

 

 

 

 

 

 

 

 

 

금융회사의 오래된 관행 중 하나는 법규가 확정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이데이터 관련 제도는 이제 만들어지고 있다. 제도가 미비한 상태라고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제도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야 한다.

또한 제도의 신설과 변경에 대비해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건전한 마이데이터 생태계 형성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마이데이터 생태계를 주도하는 기업이 더 잘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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