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 이코노미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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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 이코노미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 박수아 선임
  • 승인 2019.12.27 07:34
  • 조회수 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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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shifts, no boss, no limits’ 우버의 드라이버 모집 광고 문안이다. 교대 근무도 없고 상사도 없으며, 근무 상에 어떤 제약 조건도 없다는 매력적인 문구이다. 직장 생활에서 겪게 되는 나쁜 점들이 없는 최고의 직장처럼 보인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긱워커(GIG worker)의 생활을 시작하는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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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우버의 드라이버 모집 광고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화려한 등장

‘긱(Gig)’이라는 용어는 1920년 미국의 재즈 공연장 주변에서 연주자를 섭외해 짧은 시간 공연을 했는데 이를 ‘긱’이라 칭했다. 긱 워커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하는 ‘사업가’의 형태를 띠고 있다. 기업은 직접고용으로 인한 복지 및 세금의 부담을 덜 수 있으며 수요에 맞춰 공급을 할 수 있다. 근로자는 직업의 자유와 유연성을 얻을 수 있다.


긱 이코노미는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맥킨지는 오는 2025년까지 긱 이코노미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전 세계 국내 총생산(GDP)의 약 2%에 해당하는 2조 7000억 달러에 달하고 전 세계 5억 4000만명 정도가 긱 워커로 활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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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노동인구 중 긱 이코노비 참여 비율 전망 / 출처: https://m.sedaily.com/NewsVIew/1RX1214EIJ#_enliple

우버는 긱 이코노미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18년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버의 기업가치는 1200억 달러로 미국 자동차 기업 빅3(피아트 크라이슬러, 포드, GM)의 시가총액을 합친 1122억 달러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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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우버와 자동차 빅3의 기업가치 비교 / 출처: http://m.news.zum.com/articles/48249580

IT 전문 매체 리코드(Recode)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힐튼 호텔보다 에어비엔비를 더 많이 이용한다고 보도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초 IPO를 앞둔 에어비엔비는 공격적인 투자로 영향력을 더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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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미국 소비자의 여행 숙소 이용 비율 / 출처: https://www.vox.com/2019/3/25/18276296/airbnb-hotels-hilton-marriott-us-spending

추락하기 시작한 긱 이코노미

장미빛 미래만 가득해 보였던 긱 이코노미 기업은 최근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승승장구 했던 우버의 상장 당시 기업가치는 824억 달러에 그쳤다. 그리고 반년 뒤에는 553억 달러로 떨어졌고 현재는 456억 달러다. 이 월스트리트 저널이 예상했던 1200억 달러와 비교하면 우버의 시장가치는 반 이상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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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우버의 주가 추이

우버의 경쟁사로 우버보다 먼저 상장을 했던 Lyft의 사정도 비슷하다. 최초 공모가는 72달러로 시작해 상장 첫날 종가는 8.7%가 오른 78.29달러였다. 시가총액 222억 달러, 우리돈 25조원으로 같은 날 현대자동차 시가총액이 25조원이였으니 자동차도 없는 Lyft의 시가총액은 시장으로서 매우 높은 가치를 평가받았다. 하지만 현재 Lyft의 시가총액은 35%가 줄어들었다. 긱 이코노미 기업의 대표주자이면서 2019년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이 차례대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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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우버의 경쟁사인 LYFT의 주가 추이


긱 이코노미가 만는 직업들의 문제점

유경제와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긱 이코노미 기업들의 추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 직원이 아니라 계약관계이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다

긱 이코노미 기업들은 자신들이 직접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핸드폰 어플리케이션 같은 플랫폼만 제공함으로써 일자리를 구하는 자와 일거리를 주는 자를 단순 연결해주고 있다. 이는 일자리의 유연성을 증가시켜 주지만 서비스의 질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서비스 교육을 해야 하지만 이 경우 직접 고용의 형태가 되므로 각종 세금 문제에 직면한다.


긱 이코노미 기업들은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매우 교묘한 방법을 이용했다. 직접적인 지시는 아니지만 특정 시간대에 영업을 권장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직접 고용은 피하면서도 긱 워커로 하여금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을 요구하는 일종의 지시였다. 우버는 현재 위와 같은 사례로 수십건의 소송이 진행중이다.

사람들은 유연한 직업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임금 하락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 긱 이코노미의 일원이 되는걸 자처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긱 이코노미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긱 이코노미 기업이 내세웠던 유연성이라는 키워드는 노동자가 아닌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일할 때처럼 각종 사회복지 혜택을 누리지 못하며 퇴직금 및 재해보상도 받지 못했다. 반대로 기업은 같은 종류의 서비스를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직원복지 명목으로 사용되는 비용의 절감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모든 이들이 원했다고 생각했던 ‘유연성’ 이라는 덕목은 사실은 그리 높은 니즈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프린스턴대 경제학자 알렉산더 마스(Alexandre Mas)와 하버드대 경제학자 어맨다 팰레이스(Amanda Pallais)가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는 대부분의 근로자는 유연성이 실질적 가치를 거의 두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근로자들은 직업의 유연성을 원하지만 유연성의 대가로 임금 하락에는 조금도 찬성하지 않는다. 결국 직업의 유연성이라는 덕목은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면 어쩔 수 없다는 사람들의 속 마음이 드러난 것이다.

긱 워커는 어플에 접속하는 모든 사람과 경쟁해야만 한다

핸드폰 어플을 이용해 일자리를 찾는 긱 워커들 대부분은 온라인 상의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무한 경쟁을 해야한다. 서울 강남에 살고 있는 웹 디자이너는 비싼 물가와 임대료를 내고 있지만, 그와 경쟁하는 사람은 물가와 임대료가 저렴해 보다 낮은 가격 제시를 할 수 있다. 온라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생긴 이전에는 없던 경쟁구도가 새로 생긴 것이다.


또한 전문가로서 그의 경력과 능력을 인정 받아 계속해서 일자리를 찾아낸다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온라인 상에는 비슷한 능력을 가진 전문가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의 경우처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직업은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배달 및 운송 같은 단순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거리는 처음 긱 이코노미가 추구했던 유연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 들은 매시간 하나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무한경쟁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건 매번 새로운 일을 구할 때마다 반복해야 한다.

긱 이코노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긱 이코노미로 탄생한 기업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서비스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승객의 입장에서 우버는 택시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버가 주는 기술 혁신을 제외한다면 그리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우버가 도입되면서 택시운전자들의 수입이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타다서비스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큰 것은 기존 택시운전자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밖에 없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긱 이코노미가 매인 스트림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존의 경제 활동 주체들과 충돌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관계에서 갈등이 크면 클수록 이를 제도화하기는 어렵게 된다. 또한 설령 제도화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기존 이해관계자들과 갈등 해소에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긱 이코노미는 인공지능의 도입 범위가 확산되면 위협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긱 이코노미로 대체되는 직업은 대부분 단순 직업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단순 직업은 로봇이 투입되어 대신하는 추세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운전의 경우는 완전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드라이버 직업은 대부분 로봇 또는 인공지능이 대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 지능의 발전은 긱 워커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긱 이코노미는 현재로서는 한풀 꺾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미래에 사람이 일하는 방식은 자신의 전문성을 다양한 수요자에게 제공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미래의 전문가는 여러 회사 또는 여러 프로젝트에 소속되어 일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긱 이코노미는 플랫폼 기업의 고정비용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발전해 있지만, 미래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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