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1부] - 금융소비자는 왜 비합리적으로 행동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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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1부] - 금융소비자는 왜 비합리적으로 행동할까?
  • 이준한 이사
  • 승인 2019.12.13 01:16
  • 조회수 3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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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소비자 비합리성에 대한 이해

지난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은 행동경제학 분야의 대가이자 ‘넛지(nudge)’로 잘 알려진 리처드 세일러(Richard H. Thaler) 교수가 받았다.

그는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지침서로 자리매김한 “넛지”의 저자로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넛지(Nudge)란 다른 옵션을 금지하거나 경제적 유인을 심각하게 변화시키지 않은 채로 사람들의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방법을 말한다.

노벨위원회는 스톡홀름에서 “세일러 교수는 사람들이 기존 경제학 이론이 가정하는 것처럼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 선구적인 연구를 수행했다.”라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

경제학 이론에 어긋나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은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사람들은 폭우가 쏟아질 때도 평소보다 비싼 돈을 내야 하면 우산을 사지 않는다. 기름값이 떨어지면 거기서 아낀 돈을 다른 데 쓰지 않고 고급 휘발유를 주유하는 데 쓴다. 커피잔을 3달러에 사겠다는 사람이 6달러를 준다고 해도 팔지 않겠다고 한다.

노벨위원회는 또 세일러 교수 덕분에 경제학 전체가 인간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그 공로를 평가했다. 특히 연구 결과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더 나은 선택을 내리게 하는 정책을 고안한 점을 높게 평가했는데, 노동자들이 퇴직연금에 자동으로 가입하도록 해 가입률을 비약적으로 높인 정책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세일러 교수의 연구는 합리성의 한계, 사회적 선호, 자기제어의 부족과 같은 심리적 특성이 개인의 의사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며, 행동경제학적 접근을 재무 분야에 적용해 행동재무학을 개척하였다고 평가 받는다.

 


경제학과 심리학의 만남

주류 경제학의 가장 핵심적인 가정은 바로 사람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가정이다.

경제학자들은 인간이 모든 상황에서 완전히 합리적일 수는 없다고 하면서도 인간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해도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세일러 교수는 바로 이 핵심 가정에 반기를 들었다. 그렇다고 세일러 교수가 인간이 단지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한 건 아니다. 인간의 행동이 대부분 비합리적이라도 그렇게 주장해선 학계에서 논의를 진행할 수 없었다. 대신 세일러 교수는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하지 않았을 수많은 행동을 꾸준히 모아 정리하고 소개했다. 결국,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가정을 대체할 수 있는 예측 모델을 세울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이렇듯 종래의 인간의 합리성에 기초한 경제학의 한계를, 실제로 인간이 행동하는 방식에 근거를 둔 선택 이론 즉 인간 행동의 ‘제한된 합리성’에 기초를 두고 설명한 것이 행동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은 합리적인 이익의 극대화 추구자가 아니라 ‘만족 추구자’이며 인식능력의 한계로 인해 문제해결능력에 제약이 있다고 본다.

행동경제학은 전통적 소비자 모형이 잘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을 설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발전하고 있는 분야이다.

행동경제학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나? 인간의 비합리적 의사결정에 대한 연구로 1978년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던 허버트사이먼(Herbert Simon)을 행동경제학 연구의 시작으로 보아야 할까? 그렇다면 행동경제학은 불과 40년 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학문 분야로 이해해야 하나?

행동경제학이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58년경으로 확인된다(Johnson, 1958; Boulding, 1958). 1978년 사이먼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 직전의 20여 년 동안 행동경제학이라는 용어도 공식화되면서 초기 행동경제학의 학문적 기틀이 마련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학자들은 이 시기의 행동경제학을 구행동경제학(Old Behavioral Economics)이라 부르며, 당시의 주류경제학이 금과옥조처럼 삼고 있던 합리성의 체계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발전한다.

이후, 1950년대의 구행동경제학 시대를 넘어서 곧바로 ‘신행동경제학(New Behavioral Economics)’ 시대가 열리게 된다. 구행동경제학과 신행동경제학의 차이점은 앞서 언급한 인간의 비합리적 심리 특성 요인을 경제이론 모형 내에서 설명할 수 있느냐의 유무로 나뉜다.

즉, 구행동경제학에서는 심리학자들이 주장하는‘ 인간의 비합리적 심리 특성’이 경제이론 모형 내에서는 설명되지 못해 경제학자들의 폭넓은 동의를 얻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신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의 비합리적 심리 특성’을 경제이론 모형 내로 끌어들여서 경제 주체의 의사결정을 소위‘ 경제학적’으로 규명하고, 이러한 시도는 많은 경제학자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니엘 카너먼과 그의 절친한 공동연구자인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이러한 신행동경제학 시대를 연 대표학자로 거론된다. 이 두 명의 학자가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 성과는 경제학의 역사를 변화시켰으며, 행동경제학을 ‘더 이상 개연적 아이디어가 아닌’ 주류경제학의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실제 이들의 성과 이후, 수많은 후속 학자들이 탄생하면서 2015년 행동경제학은 더 이상 비주류의 영역이 아닌 2000년 이후 경제학 연구뿐만 아니라 정책적 활용에 있어 가장 활발한 분야로 성장하였다.

  

행동경제학의 활용

행동경제학에서는 언뜻 보기에 불합리해 보이는 행동이 발생하는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심리학의 이중 정보처리 이론(Dual process theory)을 활용한다.

이에 따르면 인간의 의사결정은 ‘시스템I’, ‘시스템II’로 지칭하는 두 가지의 전혀 다른 프로세스가 병행적으로 작동된 결과이다. 시스템I은 본능에 따른 행동으로 무의식·직관적으로 의사결정이 수행되며, 시스템II는 의식적으로 내리는 일반적으로 ‘의사결정’이라고 지칭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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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1: 직관을 뜻하는 빠른 사고(fast thinking) 시스템
시스템 2: 이성을 뜻하는 느린 사고(slow thinking) 시스템

시스템I과 시스템II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바둑의 프로선수는 다음에 놓을 자리를 직감적으로 판단하고 그 중에서 최선의 수를 심사숙고 하여 선택하는데 이것이 시스템I과 시스템II의 연계에 의해 문제가 처리 되는 것이다.
 
처리방법 역시 어느 한쪽 시스템에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운전할 때 초보자는 동작 하나하나를 확인하면서 운전하는 것처럼 시스템II가 항상 발동한다. 그러나 운전이 익숙해지면 많은 동작이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추진된다. 즉 시스템II에서 시스템I으로 넘어가게 된다. 초보자가 차를 운전할 때 곧바로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인지 자원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시스템II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스포츠나 장인의 기술은 몸소 익히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은 시스템II에서 자동으로 시스템I으로 넘어갈 수 있을 만큼 연습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행동경제학의 몇 가지 효과

행동경제학의 주요 이론과 현상은 전망 이론, 휴리스틱과 편향, 프레이밍 효과, 시간과 상황에 따른 선호 및 선택 등이 있으며, 이를 적용하여 분석한 비합리적인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몇가지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
- 정박하기 위해 닻을 내린 배는 닻 주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 사람들이 먼저 들은 특정 숫자를 마음에 닻으로 삼아, 그 숫자를 기준 삼아 다음 선택을 결정하는 행동 패턴. ex) 주식 살 때 / 특별할인, 마음속에 잘못된 기준점
- 닻 내림 효과 이용법: 당신이 원하는 수에 먼저 닻을 내려라! (먼저 가격 제시)

심리 회계 오류(Mental Accounting Error)
- 같은 돈에 다른 가치를 매기는 행동패턴

- 같은 액수의 돈일지라도 어떻게 내 손에 들어왔는지, 또 어디에 쓸 예정인지에 따라 다르게 소비하는 행동패턴. ex) 복권 당첨 가정 vs 2년간 부은 적금 수령 3,000만원
-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은 계획을 세워 지출 하지만, 같은 액수의 돈이라도 복권이나 보너스와 같이 쉽게 번 돈은 쉽게 쓰곤 함
- 심리 회계 오류 이용법: 공짜로 얻은 느낌을 준다 → 연말 정산 환급금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
- 아무리 도움이 되는 변화라 해도 이를 받아들이기 보다는 기존 현상을 유지하려는 성향. ex) 새로운 버전의 OS 업그레이드, 좋은 제도/절차로 개선 시에도 초기 거부감/불만

- 현상 유지 편향 이용법: 기본 설정(Default Option)을 원하는 대로 해둔다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
- 인간은 경험 등을 바탕으로 인식의 틀이 형성되고 이러한 틀에 따라서 같은 문제에 대해서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되는데, 이 때 긍정적 프레임(positive frame)을 가지느냐 부정적 프레임(negative frame)을 가지느냐에 따라 의사결정도 달라짐

ex) 의사의 수술 권유 시 수술 후 사망 확률이 10%(부정적 프레임) vs. 생존 확률이 90%(긍정적 프레임) 긍정적 프레임을 사용 시 환자가 적극적 치료에 임함

- 프레이밍 효과 이용법: 긍정 프레임 부각에 따라 퇴직연금 수령 방법 변화 유도

행동경제학과 관련한 여러가지 실험과 연구가 있었으며, 꼭 연구가 아니더라도 사실 주변에서 경제적으로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생각보다 흔한 일이다. 10000원짜리 주스를 비싸게 여기지만 정가가 15000원인데 특별할인하여 10000원이라고 하면 싸게 생각한다거나, 통계적인 불리함을 뛰어넘어 카지노에서 돈을 따는 방법이 있다고 믿는 것들이 그런 예이다.


숫자로 많은 것이 표현되어 비합리성이 별로 없을 듯한 금융분야에서도 비합리적 소비자 행동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행동경제학은 심리적 요소가 의사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금융상품 개발이나 금융정책 분야에도 도입되고 있다. 

- 끝 -

*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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