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보고 데이터 표준, XBRL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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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보고 데이터 표준, XBRL 소개
  • 양정식 이사
  • 승인 2019.12.10 01:38
  • 조회수 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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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RL은 기업보고 데이터의 공급망을 바꾼다

XBRL(eXtensibe Business Reporting Language)은 XML을 기반으로 복잡한 기업정보를 생성, 교환,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국제 표준이다. 기업의 재무보고서를 데이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고 내용을 데이터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PDF 등 텍스트 형태로 만들어진 기업 재무보고는 데이터로 활용할 수 없다.


미국의 금융데이터 플랫폼회사인 캘크벤치(Calcbench)는 기업 재무제표를 데이터화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를 수행한다. 상장회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재무제표를 제출하면 이를 가공한 분석 데이터를 생성하여 제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미국이 2009년에 기업의 재무제표를 XBRL로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XBRL기반으로 기업의 재무정보가 수집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기업 재무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비교 평가하는 것이 매우 쉽게 이루어진다. 우리나라는 금융감독원이 2007년부터 XBRL 국내 도입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2020년에 주석 계정 과목의 표준화를 수행하고, 2년간 준비기간을 거쳐서 2022년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XBRL의 등장 배경과 활용 방안 등에 대해서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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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XBRL 도입 이후 기업정보 공급망 개선, 출처: (사)한국XBRL본부

회계부정 사건이 기업 보고체계 개선 필요성 제기

국에 엔론(Enron)이라는 회사가 있었다. 2001년 한창 잘 나가던 미국경제에 쇼크를 안기고 월스트리트(Wall Street)를 격랑으로 몰고 간 대규모 회계부정 사건의 대명사이다. 엔론 사 매출액은 1986년 76억 달러 수준에서 2000년 무려 1,010억 달러까지 올라갔었고, 시가총액은 무려 660조원에 달했다. 전 세계 40개 국에 2만 1천 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 규모는 미국 제 7위에 달했던 회사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엔론이 진출해 있었는데 SK E&S가 1999년 SK 그룹과 엔론이 합작하여 설립한 법인이다.


엔론은 회계전문가를 영입하여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엔론의 부실한 고정자산과 부채를 인수하게 하여 엔론이 회계상 문제없는 회사로 만들었고, 미래이익을 추정하여 직원에게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했고 인수합병(M&A)와 신사업을 통해 회사의 규모를 의도적으로 늘렸다.

아울러 허위 거래를 통해 매출액을 부풀리고 정계 로비를 통해 에너지 정책에도 관여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건실한 영업활동을 지속하였다. 이 창의적인 회계조작에는 회계감사법인이었던 아더 앤더슨의 묵인도 큰 역할을 하였다.


결국 2002년 1월 미국의 에너지 대기업 엔론은 파산하여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미국은 거대한 후 폭풍을 맞게 되었다. 무려 16만명이 직장을 잃었으며 월스트리트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사건에 대한 재발방책으로 등장한 것이 2002년 7월 만들어진 사베인스-옥슬리법(상장회사의 회계 개선 및 투자자 보호법, Sarbanes–Oxley Act)이다.

경영자의 내부통제체계 구축 및 효율적인 운영에 대한 의무를 규정하였으며, 기업보고 시 대표이사(CEO)와 재무담당이사(CFO)가 공시 자료의 적정성에 대해 서명을 하게 함으로써 경영자들의 책임을 법률적으로 강력하게 규정하고 감독하는 법안이다.

XBRL 등장과 기대효과

XBRL은 재무제표 각 계정과목의 수치와 항목에 표준 식별코드(태그)를 부여한다. 매출, 영업이익 등의 계정과목에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코드를 부여함으로써 각 기업이 사용하는 용어가 달라도 동일한 기준으로 해석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XBRL은 보고서에 포함된 회계수치(재무정보)의 의미, 계산방식 및 상호관계 등을 표준화된 방법으로 정의되도록 프로그래밍함으로써 컴퓨터 스스로가 회계수치 또는 재무보고서 내용의 의미를 이해하고, 정확성 검증, 심층분석 및 고도의 응용프로그램을 적용한 다양한 보고서의 자동 출력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인공지능형 언어로 데이터 활용이 매우 용이하다.

기업에서 한번 XBRL로 작성된 재무제표는 XBRL 분석 방식을 채택한 다양한 이용자에게 그대로 제출되므로 이용자는 재무제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D/B로 구축할 수 있게 되어 기업분석 및 연구를 확대할 수 있고 감독기관도 심사기간 단축, 분석 강화 등 감독 목적에 활용할 수 있어 재무제표 공시 업무의 효율성과 신뢰성이 제고된다.


XBRL의 도입은 기본적으로 회계투명성이 증진되고 회계 자료의 자동 오류 검증 기능의 향상, 국제표준(Global Standard) 준수에 따른 해외 투자자의 투자리스크를 감소시키고 투자 활성화 유도 등 기본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XBRL이 가져오는 효과는 오픈 데이터 측면에서 더 큰 영향을 가져다 준다. 기존에 증권분석가 등 특수한 지위에 있던 정보 이용자에 비해 정보획득 및 사용까지 과도한 비용을 부담했던 일반투자자에게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정보를 적시성 있게 제공함으로써 정보비대칭 현상이 없어진다.

XBRL의 비즈니스 전망

XBRL로 기업데이터가 생산되고 공유되는 환경이 구축되면, 다음과 같은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기업데이터 유통업체의 출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기존 포털 등에서 제공되는 기업정보, SNS 정보를 포함 정부가 개방하는 XBRL기반 재무정보를 합하면 투자기관이나 관련 앱 업체에게 고급 분석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관련 정보 등을 인공지능을 통해 추출하여 수요에 맞는 정보를 적시(timely)에 제공하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기업 투자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구축도 가능할 것이다. IR 및 기업의 가치 판단 기술, 성장가능성 분석 기술 등을 이용하여 기업 투자자에게 투자 기업 및 투자 가이드를 제공하고, 투자 유치를 바라는 기업에게 투자 유치 컨설팅 및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미국에는 XBRL 기반 기업정보를 활용한 기업들이 출현하고 있다. 캘크벤치는 2011년 창업하여 현재 미국에 상장된 9,000개 이상의 기업에 대한 재무 데이터 조사 및 분석을 수행한다. 미국 증권 거래위원회(SEC)의 기업 재무 데이터 및 기록과 제공된 XBRL을 통해 기계 판독 형식으로 표준화하여 데이터를 구축하고 재무 분석가, 투자자, 학자, 감사, 경제 전문가 등이 이 데이터를 활용하여 산업분야 동향 및 리스크 파악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월스트리트의 유명한 금융언론이나 분석가들도 캘크벤치를 인용해 상장기업의 순이익을 예측하는 등 성공한 비즈니스 사례로 꼽히고 있다.

XBRL 비즈니스를 활성화 시키기 위한 과제

금융위원회는 2019년 7월부터 금감원 공시자료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보유한 기업정보 및 재무정보, 영업활동정보 등을 통합하여 개방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DB구축에 착수하였다. 이 작업의 핵심은 기업의 공시자료 중 재무정보를 표준화하여 개방하는 것이다. 기업의 재무정보는 투자 및 위험 분석을 통해 많은 부가가치를 갖는 정보이다.


XBRL 기반의 재무정보 작성 대상 기업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XBRL로 작성되는 기업의 재무정보는 상장기업 대상으로 2천개 미만이다. 비상장기업의 재무 정보는 활용을 위해 사전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단계적으로 외부감사대상 법인(약 3만 5천개), 비상장회사로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제지표를 커버할 수 있는 어느 정도 규모의 데이터가 수집되어 제공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재무제표 정보의 표준화도 필요하다. 계정과목 명칭, 계산식, 회계기준 근거, 계정과목 표시순서, 상하위 관계 등 재무제표 내용 전반을 기업회계기준에 맞추어 표준화하는데 이를 택사노미(Taxonomy)라 한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이거나 해외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기업은 국제표준에 맞게 정립이 되어 있을 것이나 그렇지 않은 기업도 많다. 이미 도입된 사례에 맞게 각 기업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필요 자금이나 시스템의 지원이 필요하다.

데이터 활용도 제고를 위한 데이터의 개방 확대도 필요하다. 현재는 금융감독원 중심의 공시(Disclosure) 데이터 관련 기업 데이터 중심은 활용상의 한계가 많다. 휴폐업정보, 국세납입정보 등은 데이터의 활용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관련 부처 및 기관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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