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트너 2020 전략기술 톱 10’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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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트너 2020 전략기술 톱 10’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상)
  • 투이컨설팅
  • 승인 2019.12.0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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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기IT혁신연구소 박서기 소장(innovationok@gmail.com)

 

 

매년 10월말 경이면 전세계 IT업계는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하는 ‘가트너 전략기술 톱 10 트렌드(Gartner Strategic Technology Trend)’ 보고서에 큰 관심을 보이곤 한다. 한국 IT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트너 전략기술 톱 10 보고서에 대한 관심만큼 관련 IT산업계의 적절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면 회의적인 답변이 더 많을 것이다. 가트너 전략기술 톱 10을 기술 트렌드에 대한 교본 정도로 인식하면서 각종 보고서에서 대거 인용하고 있지만, IT산업 측면에서 혹은 기업 측면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통찰력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트너가 이미 10여년전부터 전략기술 톱 10의 기반 기술로 클라우드의 중요성을 강요해 왔지만 한국 기업들의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대응은 뒤처져도 너무 뒤처졌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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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세계적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매년 10월말 ‘가트너 톱 10 전략기술 트렌드’를 발표한다. 이 10가지 트렌드는 향후 5년간 IT업계의 파괴적 혁신을 도모할 주요 기술 흐름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올해 가트너 전략기술 톱 10이 주는 시사점은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가트너 전략기술 톱 10이 주요 기술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었다면, 최근 2~3년전부터 전략기술 톱 10은 기술 중심이 아니라 관련 신기술들을 기반으로 추구해야 하는 비즈니스적인 지향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0 전략기술 톱 10은 이런 비즈니스 지향점에 이어 추상화된 표현들이 많이 눈에 띈다. 10가지 전략기술 톱 10 트렌드만 놓고 보면, 기술 트렌드를 얘기하는 것인지, 사회적 현상을 얘기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정도다.

따라서 2020 가트너 전략기술 톱 10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IT 기반의 혁신을 추진하는 기업이나 기술 혁신을 통해 도약을 꿈꾸는 IT공급업체의 중장기 전략에도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가트너 2020 전략기술 톱 10의 내용과 시사점

가트너 2020 전략기술 톱 10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트너 전략기술 톱 10은 몇 가지 키워드를 기반으로 향후 몇 년간 IT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기업의 IT혁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핵심기술 10가지를 설명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가트너 2020 전략기술 톱 10은 크게 두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바로 사람 중심(People-centric)과 스마트 공간(Smart Spaces)이다.

가트너가 제시하는 2020년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는 ▲초자동화(Hyperautomation) ▲다중 경험(Multiexperience) ▲전문성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Expertise) ▲인간 증강(Human Augmentation) ▲투명성 및 추적성(Transparency and Traceability) ▲자율권을 가진 엣지(The Empowered Edge) ▲분산형 클라우드(Distributed Cloud) ▲자율 사물(Autonomous Things) ▲실용적 블록체인(Practical Blockchain) ▲인공지능 보안(AI Security) 등이다.

분산형 클라우드, 실용적 블록체인, 인공지능 보안 등 세 가지 기술을 제외하면, 나머지 트렌드는 기술에 대한 설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추상적이다. 하지만 이들 트렌드가 담고 있는 함의를 살펴보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1. 초자동화


가트너는 초자동화(Hyperautomation)를 다수의 머신러닝(ML), 패키징 된 소프트웨어, 자동화 툴을 결합시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초자동화는 광범위한 툴뿐만 아니라 자동화 자체의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감지, 분석, 설계, 자동화, 측정, 모니터링, 재평가 등이 포함된다.

[시사점]

▶ ‘초자동화’ 트렌드가 제시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자동화의 범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더 많은 지적 활동의 자동화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다양한 솔루션에 AI라는 이름으로 자동화 기술이 대거 확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RPA 솔루션이 제공하는 자동화의 범위도 점차 더 확대될 것이다.

 

기업은 임직원들의 단순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RPA 솔루션은 물론 iBPMS(Intelligent BPMS) 솔루션을 검토할 수 있다. 이들 자동화 솔루션은 자동업무처리를 위한 봇(bot)이 계속 추가되는 상황인 만큼 기업 역시 도입 이후 확장 단계에 대한 계획도 고려해야 한다.

2. 다중 경험

가트너는 2028년까지 디지털 세상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디지털 세상과 사용자들의 상호 작용 방식에 있어 사용자 경험도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화형 플랫폼은 사람들이 디지털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은 사람들이 디지털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인식 및 상호 작용 모델에 있어서 이러한 변화는 미래에 다중 센서 경험, 다중 모드 경험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가트너는 예측하고 있다.

[시사점]

 

다중 경험은 △사용자가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 △사용자가 디지털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진화해 나가고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가 대화형 플랫폼이고, 후자의 대표적인 예가 AR∙VR∙MR이다.

대화형 플랫폼은 최근들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세일즈포스가 최근 드림포스 2019 연례 컨퍼런스에서 ‘아인슈타인 보이스’를 탑재한 기업용 인공지능 스피커 프로토타입을 선보인 것을 시발점으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에 대화형 기술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또 아마존과 구글이 스마트 스피커에 스크린과 카메라를 추가하기 시작한 것처럼 다중 센서, 다중 터치 환경이 점차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술변화에 힘입어 머지않은 미래에 얼굴 표정 인식에 기반한 감성 인식(emotion detection) 기술도 활발하게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AR, VR, MR 기술은 이미 미국과 유럽의 대기업들이 제조업 혁신에 활발하게 도입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엔터프라이즈 IT 영역에서 필수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AR, VR, MR 기술의 유력한 활용 분야로는 제품 디자인, 필드 서비스 및 운영, 트레이닝 및 시뮬레이션 분야 등을 들 수 있다. 아직 한국은 엔터프라이즈 IT 영역에서 AR, VR, MR 기술의 활용 수준이 글로벌 수준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

3. 전문성의 민주화

비전문가들이 추가적인 값비싼 훈련을 받지 않고도 단순화된 경험을 통해 머신러닝, 앱 개발 등의 기술 지식이나 판매 프로세스, 경제 분석 등 사업 분야 전문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민주화(Democratization)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가트너는 설명한다. 시민 개발이나 노코드(no-code) 모델의 발달과 더불어 시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시민 인티그레이터 등 ‘시민 접근(citizen access)’이 가능해진 것을 전문 기술의 민주화 사례로 볼 수 있다.

[시사점]


가트너가 주장하는 민주화의 4가지 핵심요소는 데이터 분석의 민주화, 개발의 민주화, 설계의 민주화, 지식의 민주화 등이다. 4가지 분야 모두 제대로 된 민주화가 이뤄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새로운 사업기회를 노리는 IT공급업체는 민주화 추세에 부응하는 솔루션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가 지난해에 얘기한 증강분석(augmented analytics) 관련 서비스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데이터 분석, 설계, 개발, 지식의 민주화는 곧 비전문가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AI PaaS 방식의 개발환경이나 low code, no code 방식의 개발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4. 인간 증강


인간 증강(Human augmentation)은 기술을 통해 인간의 인식과 신체에 더 많은 능력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리적 증강은 인간의 몸에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같은 기술 요소를 심어 타고난 신체적 기능을 배가하는 것을 말한다. 인식적 증강은 전통적인 컴퓨터 시스템과 스마트 공간 내 새로운 다중 경험 인터페이스에 있는 정보를 평가하고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룰 수 있다.

[시사점]

 

인간 증강은 기업의 디지털 탈바꿈(digital transformation) 과정에서 활발하게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 증강 영역은 무거운 물체를 들고 일을 해야 하는 산업 현장에서 이미 많이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몸에 착용하는 로봇인 외골격 로봇(Exoskeleton robot)이다. 외골격 로봇은 사람이 몸에 착용하고 근력이나 지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계장치다. 건설 현장이나 공장, 물류관리 현장 등에서 오랜 시간 무거운 짐을 들거나 반복적 작업을 해야하는 노동자들의 피로가 줄고, 부상을 방지할 수 있게 되면서 외골격 로봇을 도입을 검토하는 곳이 늘고 있다. 포드, 아우디 등 자동차 회사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인식적 증강 영역은 초자동화 및 전문성의 민주화 추세와 맞물리면서 단순 반복 업무는 컴퓨터에 맡기고, 보다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준다.

인간 증강 프로젝트를 도입하는 기업은 보안, 프라이버시, 컴플라이언스, 건강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해야 한다. 단순히 능력 배양에만 초점을 맞춰서 무작정 관련 기술을 도입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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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포드의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외골격 수트(exoskeleton suit)'를 입고 작업을 하고 있다. 머리 위로 팔을 치켜든 채 무거운 공구를 들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손쉽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 끝 -

* 본 칼럼은 '‘가트너 2020 전략기술 톱 10’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하)'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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