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계약(Agile Contracts), 범위(요구사항)를 확정할 수 없다면, 유연성을 확보하라
상태바
애자일계약(Agile Contracts), 범위(요구사항)를 확정할 수 없다면, 유연성을 확보하라
  • 임현묵 컨설턴트
  • 승인 2019.11.11 04:57
  • 조회수 3617
  • 댓글 0
이 콘텐츠를 공유합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어떤 계약 방식이 필요할까?

일반적인 용역 계약 방식은 다음 세 가지가 있다.

 

▶ 고정금액계약 (Fixed-price contracts)
- 프로젝트 총액을 확정하여 지급
- 프로젝트 진행 중에 범위 등 원가 요소가 변경되지 않아야 적용 가능함

원가정산계약 (cost-reimbursable contracts)
- 프로젝트 사후에 투입 원가를 산정하고 여기에 적정 이윤을 더해서 지급
- 프로젝트 시작 시점에 범위 등을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

시간자재계약 (time and materials contracts)
- 투입 인원의 시간과 투입 자재의 수량에 단가를 곱한 금액을 지급
- 업무 범위를 사전에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 그렇지만 단가를 합의할 수 있는 경우

 

우리나라 컨설팅 및 구축 프로젝트는 대부분 고정금액계약 형태를 취하고 있다. 고정금액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범위를 확정하여 투입 예산을 산정해야 한다. 고정금액계약을 하면, 프로젝트 중간에 범위가 늘어나도 계약금액을 변경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는 진행 과정에서 범위가 바뀌지 않는 프로젝트는 없다. 범위 변경에 따른 계약 금액 변경도 자주 일어나고 있는 편이다. 계약 금액 조정에 발주자와 수행사가 합의하지 못해서 소송으로 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자주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비즈니스 요구사항은 변동 가능성이 매우 높고, 변경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으며, 내용도 복잡해지고 있다. 요구 사항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애자일 경영 또는 애자일 프로세스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주로 채택되고 있는 고정금액계약 방식은 요구 사항 변동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한다. 이는 애자일 경영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계약서 내용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하다. 고객 요구에 집중할 수 있는 계약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전통적(고정금액) 계약 방식의 문제점

과거에 정의한 요구사항이 현 시점의 요구사항보다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전통적인 고정금액계약 방식은 확정된 예산 내에서 고정된 계약 범위(요구사항)를 요구한다. SW는 무형의 자산이라는 특성상 구축 경과를 정확하게 가늠하기는 어렵고, 어느 정도 결과물이 나올 후반에 이르러서 요구 사항 반영 상태 및 누락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계약 범위와 계약 금액의 확정은 프로젝트의 진척을 확인하고, 관리가 필요한 발주사 입장에서 당연한 제약이다. 이러한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전통적인 계약 방식은 초기 수립된 계획이 이행되도록 사전에 계획된 자원 투입량(인력, 기간, 인프라 등)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사전 계획 및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투이톡_애자일계약_1.jpg
[그림 1] 요구사항 확정 계약과 애자일 방법론 간의 모순

애자일 개발 방법론은 빠르게 변하는 개발 환경에 대응하여, 지속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초기 확정하기 어려운 요구사항들의 변동을 수용하고, 빠른 주기의 배포와 피드백을 통해 점차 요구하는 소프트웨어에 근접할 수 있도록 ‘협업과 타스크 수행 결과로 얻어낸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가진 둘의 만남은 결국 상대적으로 법적인 구속력을 가진 전통적 계약 방식에 기울어진다. 이는 애자일의 진정한 가치를 상실하고, 애자일 껍데기만 가진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발주자와 수행사의 이해관계가 확연하게 달라지게 되고 갈등을 유발한다

초기 계약 범위와 계약 금액의 확정은 발주사에게 “소프트웨어 도입에 필요한 예산(투자비용)”, 수행사에게는 “계약 금액과 계획으로 정해진 자원투입량으로 산출되는 이익”이 고정된다.

이로 인해 발주사는 정해진 프로젝트 예산 내에 최대한 많은 기능을 담은 결과물을 요구하고, 수행사는 정해진 이익 내에서 최대한 적게 자원(초기 계획된 자원)을 투입하는 서로 다른 반대의 입장을 가지게 된다.

국내에서 발주사들의 무리한 요구사항으로 유찰되는 프로젝트 혹은 예상보다 진척, 품질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계획된 자원 투입 만을 고수하여 투입 계획(계약)만 따지는 수행사의 모습은 여러 프로젝트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고정된 예산 범위 내에서 최대한 개발을 추구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쓰지도 않는 기능들을 개발하고 운영하게 된다

전통적 계약방식과 폭포수 개발 방법론의 프로젝트에서 SW 구축 기간은 소프트웨어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최종 산출물이 나올 때까지는 시간의 갭이 있다.

프로젝트 후반과 더 먼 미래를 예측해서 계약 범위 확정을 위해 발주사는 최대한 필요하다고 예상되는 기능, 비기능 요구사항을 담고자 한다. 또한, 정해진 예산 내 프로젝트 결과물의 성과를 최대한 내기 위해 많은 기능을 추가하려는 동기까지 더해져 SW 구축 사업의 규모는 더욱 커지고, 많은 요구사항을 담게 된다.

이러한 배경으로 많은 요구사항을 담아 완성되고, 운영될 것이다. 하지만, 국제 IT 연구 자문 회사 Standish Group의 기업의 SW시스템 사용 빈도 조사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투이톡_애자일계약_2.jpg
[그림 2] 시스템에 구현된 기능별 사용 빈도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불확실한 요구사항”과 “정해진 계약에 많은 요구사항을 담으려는 동기”가 합쳐져 SW시스템에는 불필요한 낭비가 팽배하다. 기업의 SW 시스템은 약 65%가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초기 계약 범위가 확정되면 변경하기 어려운 전통적 계약 방식이 불러온 잔혹한 결과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애자일 계약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애자일 개발방식은 보다 나은 가치를 지닌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자 한다. 빠르게 변하는 개발환경에서 요구사항의 변동을 수용하고, 이를 위해 빠른 피드백과 배포를 통해 SW의 지속적인 개선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향성에 맞춰 애자일 계약은 전통적인 계약 방식의 한계(초기 요구사항 확정)를 벗어나 계약 범위의 유연함을 필요로 한다.

애자일 계약의 대표적인 계약 방식은 시간자재계약(Time & Material Contracts)이다. 사업 초기에 정확한 범위를 정할 수 없을 때, 사후 발생되는 자원 투입량에 따라 계약금액을 지불하는 형태이다. 시간자재계약 방식은 인력 단가는 고정하되 사업 초기 투입MM를 확정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발주사 및 수행사의 합의에 따라 유동적으로 투입 인력을 정하는 형태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요구사항 변동을 수용하는 유연한 계약 방식(Agile Contracts)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2015년 Service Performance Insight에서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IT컨설팅 프로젝트는 시간자재 계약방식이 65.2%인데 비하여 고정금액 계약방식은 29.3%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도 시간자재 계약방식은 67.8%, 고정금액 계약방식은 31.3%로 절반 이하의 비중이다.
 

투이톡_애자일계약_3.jpg
[표 1] 글로벌 시장에서의 SW공급 계약 방식 비중

 

계약이 애자일하지 않으면 프로젝트는 당연히 애자일하지 못하게 된다

많은 회사들이 애자일 경영을 선언하고 조직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정금액계약방식을 택하고 있다면 요구사항의 애자일을 허용하고 있지 않은 셈이다. 시스템 테스트 중에도 고객이 원하는 것이라면, 이를 받아들여서 수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허용되는 계약 방식이 필요하다.

고정금액계약방식은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 두 개의 이해관계를 만든다. 성공한 프로젝트에서도 프로젝트 종료 시점에 발주자와 수행사는 적대관계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주자와 수행사의 사이가 나빠지는 이유는 요구사항 변경 또는 증가이다. 발주자와 수행사가 프로젝트 성공과 상관없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계약 방식이 필요하다.

디지털 패러다임으로의 변화는 빠른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해 정확히 예측하기도 어렵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변경 될지 확정 지을 수 없다. 디지털 패러다임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기업의 SW 시스템에서 전통적인 계약 방식과 함께 애자일 개발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은 실패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애자일 방식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적용하기 위해, 애자일계약방식은 애자일 개발 프로세스, 조직, 문화와 함께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 끝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