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팅,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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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팅,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 임진철 이사
  • 승인 2019.11.07 07:26
  • 조회수 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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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 성장, 상용화가 멀지 않았다

지난 10월 23일에 구글은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를 달성했다고 네이처 인터넷 판에 발표했다(‘Quantum supremacy using programmable superconducting processor’). 시카모어(Sycamore)칩으로 구동되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기존 슈퍼컴퓨터로 1만년이 걸리는 연산을 200초 만에 끝냈다고 설명했다. 양자 우위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의 성능을 뛰어 넘는 현상을 뜻한다. 양자컴퓨터의 큐비트 수가 50개를 넘어서면 양자 우위가 달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구글의 시카모어칩은 54큐비트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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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구글의 양자컴퓨팅 프로세서, Syca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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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IBM이 2019년에 발표한 53큐비트 양자컴퓨터

양자컴퓨터는 1980년 미국의 물리학자인 폴 베니오프(Paul A. Benioff)가 최초로 개념을 제시했다. 이후 1981년에 MIT와 IBM이 공동주최한 컨퍼런스에서 리차드 파인만(Richard Feynman)과 함께 양자컴퓨터 이론을 발표했다. 이후 양자컴퓨터 개발은 IBM이 선도해왔고, 2019년 1월에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양자컴퓨터인 IBM Q 시스템 원을 선보였다.

큐비트 수를 늘리면 연산 능력은 향상되지만 오류 발생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을 보인다. 양자컴퓨터 기술은 오류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다. 보스턴 컨설팅은 큐비트의 오류 수정 발전 속도에 따라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서 양자컴퓨팅 시장을 전망했다. 오류 수정 기술이 미흡한 경우인 base case에서 양자컴퓨터 시장 규모는 2035년 20억 달러, 2050년 2600억 달러 될 것으로 예측했다. 오류 수정 기술이 향상되는 경우인 up-side case에서는 2035년과 2050년 600억 달러와 29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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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양자컴퓨터 시장 / 출처: BCG 자료 편집, The Coming Quantum Leap in Computing, BCG, 2018.5

 

선진국은 국가 차원에서 양자컴퓨터 연구개발 추진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기존 컴퓨터를 대체하는 것은 물론 금융, 제조, 유통, 공공 등 모든 산업에서 혁신을 이루어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기업은 물론 각 국가 정부도 양자컴퓨터 기술 확보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또한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를 쏟아 붓고 있다.

미국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 National Science & Technology Council)에서 "국가양자정보과학 비전(A Federation Vision for Quantum Information)"을 수립하면서 양자컴퓨터 개발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2016년 멀티 큐비트 발전을 위해 LogiQ(Logical Qubits Program)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2017년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중심으로 높은 성능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QEO(Quantum Enhanced Optimization)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미국 양자컴퓨터 정책은 2018년 12월 발표된 "국가양자이니셔티브 법안(National Quantum Initiative ACT)"으로 집약된다. 이 법안을 기반으로 향후 10년간 국가 양자 R&D 목표, 우선 과제 등이 제시되었다. 또한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국가정보국(ODNI) 등 여러 조직이 개별적으로 수행하던 양자컴퓨터 프로젝트를 연방 정부에서 조정하여 효과가 높아지게 되었다. 특히, 예산 지원의 법적 근거가 확보되어 향후 5년 간 12억 달러 예산 투자가 이루어져, 양자컴퓨터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문부과학성에서 추진하고 있는 Q-LEAP(Quantum Leap Flagship Program)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2018년부터 10년 간 약 300억엔을 투입하게 되고, 이를 통해 대규모 정보처리가 가능한 양자정보처리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또한 보다 효과 있는 정책 수행과 양자컴퓨터 개발을 위해 2016년 양자과학기술개발기구(QST, The National Institutes for Quantum and Radiological Science and Technology)를 설립하였다. QST는 양자컴퓨터 개발을 총괄하는 별도의 연구법인이다.

양자정보기술 개발에 가장 큰 규모로 투자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2012년 "양자 제어 연구 국가 중대 과학기술 프로그램"을 제정하였고, 미국을 능가할 수 있는 분야로 양자정보기술을 지정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세계 최대 양자 연구소 구축 계획을 수립하고, 안휘성 허베이시에 760억 위안을 투자해 양자 정보과학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양자정보기술 투자는 2016년 8월 세계 최초 양자 암호 통신 위성 "묵자호" 발사 성공으로 이어졌다. 묵자호를 이용해 중국은 베이징과 오스트리아 빈 간(약7,600km) 양자 암호 통신을 2018년 1월 성공하였다.

EU는 2016년 5월 발표한 양자정보통신 성명서(Quantum Manifesto)를 통해 양자컴퓨터에 대한 개발 목표와 계획을 제시했다. EU는 양자정보기술을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양자 시뮬레이터, 양자센서로 구분했고, 각 분야별 R&D 계획을 수립했다. 특징적인 것은 양자기술 타임라인을 발표했는데, 이는 5년, 10년, 15년 단위로 개발 기술 로드맵을 구성한 것이다. EU는 성명서와 함께 10년간 10억 유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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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주요 국가들의 양자 개발 정책

 

우리나라에 필요한 양자컴퓨터 정책

SKT와 SKT자회사인 IDQ는 유럽과 미국에서 양자암호통신 구축 사업을 수주하여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큐비트를 적용한 반도체 칩 연구 개발에 투자하고 있고, 양자컴퓨터 스타트업인 아이온큐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아이온큐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차세대 클라우드 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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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SKT는 양자암호통신기업 IDQ를 인수함 / 그림 출처: 파이낸셜뉴스

2019년 1월 과학기술정통부는 양자컴퓨터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까지 신뢰도 90% 이상의 5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한다는 목표이다. 이를 위해 하드웨어, 신아키텍처, 양자알고리즘, 기반SW에 5년간 44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클라우드로 5큐비트 양자컴퓨터를 무료 사용할 수 있고, 72큐비트 양자프로세서가 개발된 상황이다.

외국과 비교하여 국가 차원의 투자 규모도 적고 목표하는 달성 수준도 낮은 것이 현실이다. 국가 차원의 투자 여력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 특화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 차원에서 공감하는 비전과 목표를 수립하고, 전략적으로 선별적인 투자를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정책 방향성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양자컴퓨터에 대한 비전을 수립하고, 전략과 로드맵이 제시되어야 한다.

미국은 "국가양자정보과학 비전" 수립을 시작으로 양자컴퓨터 개발 정책이 본격 시작되었다. 2018년 12월 서명된 "국가양자이니셔티브 법안"은 같은 해 수립된 "양자정보과학 국가전략"이 모태가 되었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미국이 추진할 양자컴퓨터 R&D 목표, 우선 과제들이 정립되었다. 중국의 양자기술 투자도 "국가 중장기 과학기술 발전 계획"이 그 시작점이다. 이후 수립된 "양자제어연구 국가중대과학기술 프로그램"에서 구체적 목표와 예산을 계획했다.

EU는 2016년 발표한 "양자정보통신 성명서"에 각 양자 기술 별 개발 목표와 시기를 제시하였다.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 비전은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전략과 로드맵은 실행 의지를 공유한다. 양자컴퓨터 개발 방향성을 제시하고 역량 집중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정책 채널을 단일화하고, 산학연 연구 개발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

미국은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정보고등연구기획청(IARPA), 에너지부(DOE) 등 개별 기관들이 양자컴퓨터 개발을 각각 수행하였다. 국가양자이니셔티브 법안에 근거해 양자컴퓨터 개발 정책을 총괄하는 양자정보과학소위원회를 구성했다. 국립표준기술연구소, NASA 등 8개 연방기관이 참석하며, 범정부 관점에서 연구, 개발을 기획, 조정한다.

일본은 양자과학기술을 총괄할 별도의 연구법인 양자과학기술연구개발기구(QST)를 설립하였다. 영국은 옥스퍼드 등 4개 대학을 허브로 삼아 영국내 17개 대학과 132개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효과 제고와 중복 최소화를 위해 효율적인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양자컴퓨터 활용 방안 연구도 중요하다

구글이 양자컴퓨팅 기술을 발표한 2019년 10월 23일에 비트코인 시세는 연중 최저가인 870만원 대로 하락했다. 양자컴퓨터의 뛰어난 연산 기술을 적용하면 암호화폐의 보안 인프라가 무력화될 것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금융 투자와 리스크, 신약 개발, 머신 러닝,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금과는 다른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것이 분명하다.


양자컴퓨터는 지금까지의 룰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다 중요한 관점은 ‘양자컴퓨터가 무엇인가 보다는 양자컴퓨터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다. 국가 차원의 비전과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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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양자컴퓨터는 컴퓨터과학과 양자물리학의 만남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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