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의 문샷, ‘식물성 대체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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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테크의 문샷, ‘식물성 대체 고기’
  • 박서기 소장
  • 승인 2019.09.10 04:26
  • 조회수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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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초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세상을 뒤바꿀 6가지 문샷(moonshot) 기술을 소개해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는 측면도 관심거리였지만 ‘문샷’이라는 독특한 개념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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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구글의 문샷씽킹을 설명하는 그림
출처: https://www.pcmag.com/article/320646/5-moonshot-projects-just-crazy-enough-to-work

 

문샷이란 문샷 씽킹이라는 용어에서 나온 개념이다. 구글의 비밀연구소인 구글 X랩은 문샷 씽킹을 실천하는 핵심 조직으로 꼽힌다. 문샷 씽킹이란, 달을 좀 더 잘 보기 위해 망원경 성능을 높이는 대신 달에 갈 수 있는 탐사선을 제작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과 같은 혁신적인 발상을 말한다. 즉 10%의 개선이 아닌 10배 이상의 혁신에 도전하는 구글의 독특하면서도 급진적인 개발 전략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구글 X랩은 문샷 씽킹 방법론에 기반해 자율주행 자동차, 구글글래스 등을 개발했거나 개발하고 있다.

 

당시 에릭 슈미트 회장이 언급한 6가지 문샷 기술은, △식물성 고기 △3D 프린트 건물 △가상현실 △모바일 헬스케어 △자율주행 자동차 △컴퓨터 기반의 맞춤형 교육 혁명 등이다. 이중 대부분은 국내에서도 접할 수 있는 것이거나 외신을 통해 많이 알려진 기술들이었는데, 올들어 국내외에서 급격하게 관심을 끌기 시작한 기술이 하나 있다.


바로 식물성 대체 고기 기술이다. 국내에서도 동원F&B가 올초 미국 비욘드미트(Beyond Meat)와 제휴해 이 회사의 식물성 소고기 패티를 수입해 이태원의 한 채식식당에서 `더 비욘드버거(The Beyond Burger)`라는 이름의 채식 햄버거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식품 산업의 혁신을 지향하는 푸드테크는 농산물 생산, 식품 공급, 제조 및 관리, 식품 및 식당 검색, 주문 및 배달 등 농업 및 식품산업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심지어 바이오에너지, 기능성 및 대체 식품 개발, 스마트팜, 스마트 키친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중 에릭 슈미츠 회장이 지목한 식물성 대체 고기 기술은 푸드테크 분야의 가장 획기적인 문샷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왜 대체 고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나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대체 고기, 즉 ‘가짜 고기’가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 인구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지구의 단백질 수요를 어떻게 충족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인들은 하루에 평균 103g의 고기를 소비하는데, 이는 권장량의 약 2배에 달한다. 문제는 중국,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들의 동물성 단백질 소비가 급증하고 있고 이들의 단백질 소비량이 현재 선진국 수준에 이를 경우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백질 생산 비용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세계가축조사연구소(International Livestock Research Institute)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토지의 45%가 가축 사육 및 관련 생태계에 사용되고 있으며, 또다른 33%는 가축 사료를 재배하는 데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축산물 생산이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심지어 월드와치연구소(Worldwatch Institute)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최대 51%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할 정도다.

 

동물성 단백질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세계 자원을 절대 한계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식물성 단백질로 소고기나 해산물을 만들려는 시도는 이런 환경 재앙을 미연에 방지하고 인류에게 필요한 새로운 식재료를 공급하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지고 있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안전한 식재료를 통한 건강 유지에 대한 높은 관심이 대체 식품에 대한 빠른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한 소고기 패티로 만든 햄버거를 비건이나 채식주의자만 먹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육식주의자들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필지가 올초 미국에 갔을 때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햄버거를 먹어봤더니 일반 소고기 햄버거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맛이 좋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식물성 ‘가짜 소고기’, ‘가짜 새우’ 출시 봇물

 

건강 유지, 가축 배설물 등 환경 오염과 양육에 따른 비용 증가, 식량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체 식품에 대한 관심과 개발이 증가하면서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대체 식재료 개발에 나선 스타트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 미국 시중에서 판매되는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대체 고기는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소고기와 닭고기, 계란 등을 대체하는 식용 가축 식재료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해산물 등 크게 두 가지다.


이중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영역은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햄버거 소고기 패티 제품과 새우 제품이다.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햄버거 패티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이미 여러 회사가 있는데, 이중 가장 주목받는 회사는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와 비욘드 미트(Beyond Meat)다.

 

2009년 설립된 비욘드 미트는 초창기에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투자하면서 큰 관심을 모은 회사이기도 하다. 비욘드 미트는 현재 식물성 닭고기, 식물성 소고기, 식물성 소시지 등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소매점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던킨도너츠, KFC 등 유명 프랜차이즈는 물론 다수의 레스토랑에서 비욘드 미트 제품을 활용한 햄버거, 샌드위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비욘드 미트는 2019년 5월 2일 미국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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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임파서블 푸드의 햄버거 패티를 이용해 만든 수제햄버거(왼쪽)와 버거킹의 ‘임파서블와퍼’.

 

비욘드 미트의 대표적인 경쟁사인 임파서블 푸드는 2011년 설립돼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햄버거용 소고기 패티 ‘임파서블 버거’를 주력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2018년말 현재 미국 전역의 5000개 레스토랑에서 임파서블 버거를 이용한 수제 햄버거를 판매하고 있다.

 

2019년 4월 버거킹은 임파서블 푸드의 햄버거 패티를 활용해 ‘임파서블 와퍼’를 출시했으며, 올 연말경 미국 전역의 버거킹 매장에서 이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한 대체 식품은 주로 소고기와 닭고기 등에 한정돼 있었는데, 최근 미국의 뉴 웨이브 푸드(New Wave Foods)는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새우를 선보여 대체 고기 시장을 육고기에서 해산물 시장으로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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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뉴 웨이브 푸드의 식물성 새우로 만든 각종 요리. 실제 새우와 비슷한 맛을 낸다고 한다.

 

뉴 웨이브 푸드에 따르면 해초와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새우 제품은 해산물 새우에 비해 알레르기 항원과 콜레스테롤이 없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 최대 고기회사인 타이슨 푸드(Tyson Foods)는 2019년 9월초 뉴 웨이브 푸드에 알려지지 않은 금액을 투자한 데 이어 올초 발표한 자사의 식물성 단백질 대체 식품 브랜드인 ‘레이즈드 앤 루티드(Raised & Rooted)’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한국 푸드테크 산업의 미래는…

 

음식배달, 검색, 케이터링, 스마트팜, 관련 IT 공급 등 푸드테크의 많은 영역에서 우리나라 스타트업들도 활발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나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푸드테크의 제일 핵심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대체 식품 개발 부분은 아직 국내에서 이렇다 할 소식이 알려진 바는 없다.


필자는 다른 영역은 큰 걱정이 되지 않지만 대체 식품 개발 영역은 우리 산업의 경쟁력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당장 몇 년 내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한 ‘가짜 소고기’와 ‘가짜 해산물’이 점점 더 보편화된다면, 이는 기존 식품산업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흔들 가능성이 있는 메가톤급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축산업 자체는 물론, 관련 음식점 생태계, 가정용 식재료 시장 등 모든 영역에서 큰 변화가 불가피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닥칠 일이 아니라고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범국가 차원의 대응방안을 하루빨리 고민해야 한다.

- 끝 -

[관련 유튜브 영상]


'가짜 고기' 햄버거로 대박 일군 Impossible Foods, 3억달러 펀딩받아
https://www.youtube.com/watch?v=0It-fu0rhVM

비건이 먹을 수 있는 새우 만드는 New Wave Foods
https://www.youtube.com/watch?v=1hpXeoDU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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