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도 ‘소유의 종말’ 시대 맞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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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산업도 ‘소유의 종말’ 시대 맞이하나
  • 박서기 소장
  • 승인 2019.06.18 04:07
  • 조회수 2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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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산업에 ‘소유의 종말’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보고서가 잇달아 등장하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2018년 하반기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2019년 패션산업의 현황’(The State of Fashion 2019)이라는 보고서에서 소비자 취향의 변화로 ‘소유의 종말(the end of ownership)’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맥킨지는 이 보고서에서 “중고, 리퍼브, 수리된 제품, 렌탈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적으로 진화해 나감에 따라 패션 제품의 수명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2019년에 옷장을 중고 제품이나 렌탈 제품으로 채우려는 소비자가 각각 44%, 41%인 반면 전통적인 소유방식의 구매를 더 선호하는 소비자는 각각 23%, 28%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많은 산업영역에서 소유보다 중고제품 활용에 더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패션 산업도 예외가 아닌 상황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 럭셔리 중고 패션 온라인 판매회사인 쓰레드업(ThredUp)은 올 3월에 발표된 ‘2019년 재판매 보고서’(2019 Resale Report)라는 연례 보고서에서 ‘패션 유통회사 임원의 90% 가량은 2020년까지 중고 패션제품의 재판매 시장에 진출할 예정’(Nearly 9 in 10 Retail Executives Want to Get Into Resale by 2020)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쓰레드업은 이 보고서에서 설문조사에 응답한 패션유통회사 임원들이 중고 패션 제품의 재판매를 위한 플랫폼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은 단순 중고 재판매(Resale)가 87%를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렌탈이 61%로 2위, 리퍼브 판매 (refurbishment) 방식이 52%로 3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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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쓰레드업(ThredUp)의 연례 보고서인 ‘2019 재판매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 패션 유통회사 임원의 96%가 2020년까지 중고 패션 제품의 재판매 시장에 뛰어들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선호하는 재판매 플랫폼은 단순 재판매가 1위이며, 렌탈과 리퍼브가 그 뒤를 이었다. / 자료 : ThredUp 2019 Resale Report

 

전통 패션 유통 회사도 잇달아 중고 판매 시장 진출 추진

전통적인 패션 유통회사들이 이처럼 중고 패션제품 재판매 시장에 뛰어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쓰레드업 보고서는 그 이유를 5가지로 꼽았다. 먼저 가장 큰 이유는 매출 진착이다. 두번째는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환경 보호에 동참함으로써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의도가 차지했다. 18~29세의 젊은이 중 74%는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즉 재활용을 적극 도모하는 패션 브랜드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고객 충성도 제고가 차지했다. 네번째와 다섯번째는 각각 새 고객 확보와 매장이나 사이트 트래픽 증대 등이 이유로 꼽혔다.

중고 패션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는 옷장의 변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쓰레드업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 3%에 불과했던 옷장 속 중고 패션 제품의 비중이 2018년 6%로 늘어난 데 이어 2028년에는 무려 13%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아직 국내에는 흔치 않은 구독 방식의 패션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8년에는 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흥미로운 점은 백화점에서 구매한 패션 제품의 비중이 2008년 22%에서 2018년 14%로 줄어들더니 2028년에는 9%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백화점 패션제품의 점유율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밀레니얼, Z세대가 ‘패션 소유의 종말’을 주도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세대는 주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다. 밀레니얼 세대는 25~37세의 젊은이들이며, Z세대는 18~24세의 청소년 및 젊은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 중고 패션의류 구매층은 밀레니얼 세대가 33%로 1위, 베이미부머 세대가 31%로 2위, X세대가 20%로 3위, Z세대가 16%로 4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2018년 조사 당시 2017년 중고 패션 제품 구매 대비 2019년 구매 의사를 비교해본 결과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성장률이 각각 37%와 46%로 베이비부머 세대와 X세대의 성장률보다 크게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Z세대는 3명중 1명 이상이 중고 패션 제품에 대한 구매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중고 패션 제품 유통 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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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중고 패션 제품의 시장 활성화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25-37세)와 Z세대(18~24세)다. 특히 Z세대의 경우 3명중 1명 이상의 응답자가 2019년에 중고 패션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 자료 : ThredUp 2019 Resale Report

이 조사에서 중고 패션 제품의 범주에는 의류, 신발, 액세서리가 모두 포함돼 있다.

중고 패션 제품의 이런 확산은 현재 패션 산업의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패스트 패션 제품과 비교했을 때도 잘 드러난다. 패스트 패션이란, 유행에 민감한 의류 제품을 주 단위로 빈번하게 생산해 판매하는 유니클로, 자라, H&M 같은 패션 회사를 지칭한다. 주로 유명 SPA 브랜드가 여기에 해당한다.

2008년 패스트 패션 제품 시장은 210억달러인 반면 중고 패션 제품 시장은 9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2028년 패스트 패션 제품 시장은 440억달러인 반면 중고 패션 제품 시장은 무려 640억달러 규모로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쓰레드업은 밝혔다.

앞서 맥킨지 보고서에서 미국 패션 렌탈 비즈니스의 선두주자인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dway)의 제니퍼 하이만 CEO는 “앞으로 중고 패션 제품 판매 시장은 2, 3개의 매우 지배적인 사업자가 글로벌 승자로 등장할 것”이라며 “카피하기가 쉽지 않은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국내 패션업계도 변화 노력 절실

현재 국내 시장은 옷장 속 명품 옷을 렌탈해주는 사업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더 클로젯컴퍼니가 이 시장에서 제일 돋보이는 회사이긴 하지만 중고 패션 제품 재판매업이나 구독 및 렌탈 사업이 활성화된 미국 시장에 비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관련 스타트업 창업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동시에 국내 패션유통 업계의 변화 노력도 절실해 보인다.

관련 유튜브 영상(전세계 유통회사 임원 90%가 중고 패션 판매를 고민하는 이유는?)
https://www.youtube.com/watch?v=FXYjtfVsu3Y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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