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어떻게 탈중앙화를 가능하게 하는가: 신용의 미래와 가치사슬의 재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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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어떻게 탈중앙화를 가능하게 하는가: 신용의 미래와 가치사슬의 재창조
  • 서민석 선임
  • 승인 2018.08.09 04:31
  • 조회수 3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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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P2P를 전제한다. P2P는 중앙의 정거장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을 직접 잇는 네트워크 방식이다. 기술적으로 비트코인의 구조를 처음 설계한 나카모토 사토시의 기획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나카모토 사토시의 논문 다섯 번째 줄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이 문서를 통해 P2P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이중 지불을 막는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네트워크는 암호화 함수를 실행하는 해싱(Hashing) 작업을 통해 해시 기반 작업 증명(Proof-of-work) 체인(Chain) 에 타임스탬프(Timestamp)를 기록하는데, 이는 작업 증명을 다시 수행하지 않고서는 변경할 수 없는 기록을 생성한다.”

기존 P2P의 구조적 한계인 이중 지불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다시 말해, 개인간에 신용을 완벽하게 보증할 수 있는 한 차원 수준 높은 P2P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오늘날 우리의 세계관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제시하고 있는 기술적 돌파구이자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인 해시(Hash)와 작업 증명(PoW)은 어떤 개념일까. 이것이 어떻게 탈중앙화 패러다임의 열쇠가 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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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 이중지불의 문제는 블록체인의 해시와 작업 증명을 통해 해결된다 (출처 : Santander)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 요소, 해시와 작업 증명

블록체인의 P2P 네트워크와 기존의 P2P 네트워크가 기술적으로 어떠한 차이를 갖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여기서 이중 지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P2P의 전략은 분산과 공개이다. 이중 지불의 문제는 노드 A와 노드 B, C 사이 각각의 폐쇄된 정보 흐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인데, 블록체인의 P2P 네트워크에서는 이 모든 것을 개방한다. 그리고 모든 노드를 서로에게 오픈하고 합의가 이뤄지면 그것을 확정하여 특정 시간마다(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경우 약 10분) 모든 거래내역을 블록화하여 모든 컴퓨터에 분산 저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블록체인 방식을 포함하여 거래 내역을 분산하는 이런 종류의 장부를 분산 원장(Distributed Ledger) 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분산화와 공개화의 최대 장점은 모든 시스템 참여자들에게 정보와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모두가 승인하고 감시하며 그 결과에 합의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완벽하게 적용되어 지속 가능한 분산 네트워크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작동 방식이 비가역적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그 누구에 의해서도 도중에 장부의 거래 내역이 수정되거나 해킹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수평적 네트워크에서 부분의 문제는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높은 수준의 보안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현대 암호학의 개념들이다. 해시와 작업 증명은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가장 핵심이 되는 암호화 기술들이다.

 

해시의 정의와 과정

해시의 과정을 이해하기 전 위키피디아의 정의를 살펴보자. “해시 함수는 임의의 길이의 데이터를 고정된 길이의 데이터로 매핑하는 함수이다. 해시 함수에 의해 얻어지는 값은 해시 값, 해시 코드, 해시 체크섬 또는 간단하게 해시라고 한다.” 다시 말해, 해시 함수에 어떤 입력을 하여도 64자 문자열만을 출력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에서 사용하는 해시 알고리즘인 SHA-256에 특정 데이터, 문자 언어의 구절, 문장, 문단, 거래 내역과 같은 데이터 값을 그 인풋(X 라고 약속하자)에 넣으면 정해진 방식으로 무조건 64개 문자열 형태의 아웃풋(Y 라고 약속하자)으로 돌려준다(해당 알고리즘에서는 16진수로 해시값을 나타내며 숫자 0부터 9, 알파벳 a~f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당신은 이미 미래에 와있다.” 라는 문장을 인풋 데이터 값(X)으로 넣으면 AC5123160B4BF9AD025A089F786E214E4512390EE8BBC0274F29C6DF2165A3A6 라는 아웃풋(Y)으로 돌려주는 식이다. (http://www.convertstring.com/ko/Hash/SHA256 에서 직접 시도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인풋(X)으로서의 데이터 값과 아웃풋(Y)으로서의 64개의 문자열인 해시값 사이에는 일종의 블랙박스가 놓여 있어 인풋과 아웃풋 값으로 그 규칙을 절대 찾을 수 없다. 이것이 암호화가 적용된 해시 알고리즘의 핵심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 원장에 거래 내역을 데이터화하여 기록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열쇠, 기준에 맞는 해시값(Y)을 찾아야만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좋은 컴퓨팅 파워로 일일이 인풋값(X)에 임의의 문자열을 대입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이것은 마치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눠지는 일종의 소수(Prime Number)를 찾는 과정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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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 거래내역과 블록 형성 시간은 암호화되어 새로운 해시에 저장된다.
(출처 : 나카모토 사토시의 논문, 비트코인 : 개인간 전자 화폐 시스템 Bitcoin : A Peer-to-Peer Electric Cash System)

 

작업 증명의 정의와 과정

다음으로 작업 증명이라는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작업 증명은 이전의 해시값(Y0)에 논스(Nonce : Number only used once) 라는 임의의 랜덤 값(a1라고 약속하자)과 거래 정보(b1라고 약속하자)라는 고정된 값을 덧붙여 새로운 블록의 인풋 값(X1)을 만들어 해시 알고리즘에 넣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그렇게 블랙박스를 통과하여 튀어나온 아웃풋(Y1)은 새로운 해시값이 되고 여기에 다시 새로운 논스(a2)와 거래 정보(b2)를 덧붙여 완성된 최종 인풋값(X2)을 다시 블랙박스에 넣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반복적인 과정이 블록들로 연결된 체인과 같다고 하여, 이 기술을 블록체인이라 부른다. 이는 물리적 세계에서 두 개의 문서 사이의 관계를 증명해주는 일종의 간인(間印)과 같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는 새로운 해시 값(Y)의 앞자리가 반드시 일정한 만큼 0이 나와야 하나의 데이터 블록으로 확정되는데 이 과정이 바로 작업 증명이다. 논스(a)는 블록을 구성하는 정보 중 유일하게 참가자에 의해 변경되는 투입 변수이다. 해시(Y)와 거래정보(b)는 작업 증명의 참가자가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고정된 상수이다. 따라서 비트코인 작업 증명의 참가자들은 논스(a)의 자리에 반복적으로 임의의 문자열을 집어넣음으로써 인풋값(X)을 변경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앞자리가 0인 해시값(Y)을 찾아나갈 수 있다. 기준에 맞는 해시값을 찾으면 데이터 블록은 확정되고 특정 시간동안의 모든 거래 내역들은 비트코인 네트워크 전체에 기록되며 더 이상 변조할 수 없다(엄밀히 말하면, 변조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극히 낮아진다). 즉, 암호화된 분산 원장에 기록이 되는 셈이다.

정답을 찾은 사람에게는 비트코인을 일부 제공함으로써 보상을 하게 되는데, 논스값을 찾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것이 바로 채굴(Mining) 이다. 이러한 채굴은 비트코인이 시스템적으로 유지되기 위한 장부 기록의 공적 작업으로서 누군가에 의해 필수적으로 수행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비트코인이 작동하고, 신용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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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 이전의 해시값과 논스값, 거래정보는 다음 해시값을 형성한다. 하지만 되돌아갈 수는 없다
(출처 : 나카모토 사토시의 논문, 비트코인 : 개인간 전자 화폐 시스템 Bitcoin : A Peer-to-Peer Electric Cash System)

 

중앙화 금융은 앞으로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

미래의 신용은 기술로부터 출현한다. 고전 경제학에서 신용은 국가로부터 나왔다. 하지만 2008년, 주택 담보 대출 부양정책을 주도한 미국 정부와 금융기관들의 잘못된 판단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불러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일반 시민들과 은행들은 함께 파산했다. 또한 국가와 중앙 기관에서 전체 시스템을 관리하기에 너무나 복잡도가 높아졌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이제 신용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의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정보혁명을 맞아 암호화-디지털화를 통해 신용에 대한 객관성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에 세계 곳곳에서 분산된 노드를 통해 신용 주권을 분권화된 기술에 맡기고자 하는 시도가 더욱 활발히 진행 중이다.

향후 미래에는 개방된 네트워크와 블록체인 기술이 P2P와 같은 개인들간의 직접적인 거래를 점점 더 주된 흐름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디지털 가치 정보의 유통 비용을 아주 저렴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높은 보안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 혁명이 일어났다면,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가치 혁명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 폭풍의 눈 속에 금융이 자리한다. 블록체인은 앞으로 어떻게 신용의 개념과 금융 시스템을 바꿔나갈 것인가? 디지털 전문가들은 미래 금융의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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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탈중앙화 금융 사례, CryptoKami - Decentralized Reserve System (출처 Steeimit)

 

첫째, 미래의 은행은 화폐 교환과 저장의 역할에서 가치 저장소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경제적 교환 가치의 대상이 데이터를 통해 사회적 교환 가치로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과 맥을 같이 한다. 블록체인은 그 과정에서 높은 보안성을 제공해줄 것이다. <금융혁명 2030 Value Web>의 저자인 크리스 스키너(Chris Skinner) 는 많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단순히 기존의 금융 데이터만을 가지고 사업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 개인화를 주요 서비스로 내세운 앱을 통해 보다 광범위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페이팔(Paypal) 은 개인 데이터를 분배 및 공유하는 소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인을 인수하면서 크게 주목 받은 바 있다. 가령 내 개인적인 정보를 은행에 보관하고 은행이 데이터를 지키지 못하면 그만큼의 경제적 손실액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둘째, 국제 송금에 있어 혁명적인 비용 절감이 일어날 수 있다.

1970년대에 구축된 국제적인 지급결제망 스위프트(SWIFT) 는 현재까지 전 세계 1만 1천개의 은행과 기업을 연결하여 하루에 3천만여 건, 수십억 달러를 송금 처리한다. 송금이 완료되는 데 며칠이 걸리며 많은 수수료를 요구한다. 하지만 미국 기업 리플(Ripple) 은 블록체인-암호화 통화 시스템을 통해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서로 공개 원장을 공유하여 즉시 국제 송금을 처리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준비 중이다. 이것이 가능해진다면 아주 적은 수수료로도 국제 송금이 가능해진다. 이후에는 국제 송금뿐만 아니라 국내 거래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며, 동시에 보안성과 안전성 또한 더욱 높아질 것이다.


셋째, 금융 자산 관리의 측면에서 보다 원활한 이전과 세분화가 가능해진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높은 보안성을 기반으로 모든 계약 절차를 간소화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산 이전이 쉬워진다. 뿐만 아니라 높은 가격 단위로 투자가 어려웠던 자산 또한 분할하여 낮은 단위로도 매입할 수 있다. 현재 암호화 통화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은 사토시라는 단위로 거래되며 1억분의 1까지 분할이 가능하다. 최대한 액면 분할을 하더라도 결국 1주씩 밖에 매입할 수 없는 주식과는 원천적으로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는 부동산이나 토지도 수백명이 쪼개어 함께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투자 상품들이 등장할 수 있다.


넷째, 스마트 시티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다양한 로컬 화폐가 등장할 수 있다.

기존에는 주조권을 중앙은행 혹은 미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FRB) 과 같은 승인된 기관에서만 가지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스마트 도시를 중심으로 도시 특성에 맞는 기술 기반의 화폐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중해 최대 신도시 건설 사업인 튀니지아 이코노믹 시티 프로젝트(Tunisia Economic City, TEC Project)는 두바이와 같은 국제 허브 구축을 위한 커다란 스마트 도시 건설 사업 기획 중 하나이다. 올 해, 해당 사업의 협력사인 블룸 테크놀로지(Bloom Technology) 는 로커스 체인(Locus Chain) 이라는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통화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하고자 ICO (Initial Coin Offering)을 진행한 바 있다. 이들은 통신, 자원, 에너지, 결제를 결합한 새로운 도심 화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스위스 주크, 스페인 바르셀로나, 미국 애리조나, 캐나다 토론토, 싱가포르, 중국 마카오 또한 스마트 시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세계 시가 총액 기업 1위부터 10위까지 애플을 제외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알라바바 등 모두 스마트 시티 사업에 뛰어들었다. 앞으로 많은 스마트 시티들의 탄생으로 로컬 화폐 또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한다.

 

치면서

10년 뒤, 신용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가? 우리는 근대(Modern)에 이르러 신용화폐를 발명했다. 그리고 이제 탈근대(Post-Modern)의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지금,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 통화를 두고 치열한 격론을 벌이고 있다. 그 중심에 정보와 권한을 모두에게 나눠주는 핵심 기술이 존재한다.

항상 변화는 역사를 끌어가는 추진체 역할을 해왔다. 새로운 기술은 또 하나의 더 커다란 빛과 그림자가 될 것이다. 그것을 올바르게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잡한 기술의 이로움을 바람직한 가치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미래 시민들이 기술을 성숙한 태도로 활용해야 한다. 바로 우리의 내면을 기술의 외면과 높은 수준에서 조화하는 것, 그것이 미래 신용의 모습을 결정지을 것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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