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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셋단상(斷想) 셋
2012-12-18  17:30   |  댓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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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창빈 책임

#1


지하철로 직장에 다닌다. 역과 집은 천천히 걸으면 15분 거리. 10년 넘게 살며, 동네 장사에 관심이 많아 꽤나 두리번거리고 다녔다. 반년 전쯤, 그럭저럭 꾸려가는 듯 보이던 편의점이 없어지고 ‘다이소’가 들어섰다. 타이밍과 입지를 겸비한 균일가 상점은, 지하에도 매장을 만들며 확장 중이다. 저러다 건물 인수할 기세다.


‘다이소’의 길 건너편 매장, 역시 출구 바로 옆이며 유동인구는 오히려 더 많다. 헌데 손님은 없다. 어정쩡한 브랜드 레벨의 여성복을 파는 매장이다. 장사가 잘 안 되는 곳이 다 그렇지만, 출입구와 유리창에는 반값 할인을 외치는 손글씨 종이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대체, 왜! 은평구 주택가의 괜찮은 역세권에서 굳이 옷 장사를 하는 것일까? 걸어서 10분 거리의 이마트는, 전국 매장 중에서도 매출 1위다. 지하철로 10분만 가면, 2001 아울렛이 있고 여성브랜드 매장이 잔뜩 들어선 로데오 거리가 있다. 동네 주민 중 낮에 시간이 팽팽 남아 돌아도 그 옷 가게를 찾을 확률은 0에 수렴한다. 사장님 어깨를 잡고 앞뒤로 흔들고 싶다. “집에 돈 많아요? 여기서 왜 이러시는 거에요!”


눈썰미는 책을 읽거나 남의 좋은 말을 듣는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사람과 사물을 잘 지켜보고,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현장에서 고민을 해야 한다. 퇴근하는 분들, 대중교통 이용하려는 분들(매장 앞엔 무려 버스정거장도 있다! 밤늦게도 10명 이상 서 있는), 낮에 장보러 나오는 분들이 무슨 생각과 행동을 하면서 그 매장 앞을 지나갈까. 거긴 여성옷보다, 튀김옷이 어울리는 자리다.

 

#2


이러저러한 이유로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갔다. 절차를 밟고 마무리 할 때쯤, 창구 직원이 내게 물었다. “혹시, 결혼 하셨나요?” “아뇨...?” 그러자 그 직원은 꽤나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삽시간에 불쾌해졌다. 돈을 꾼다는 게 유쾌한 일도 아닌데, 담당자의 기묘한 표정까지 보게 되다니. 혼인 여부는 서류에 이미 적어두었다. 그런데, 왜?


어찌된 일인지 그 후로 은행에서 보내주는 알림 메시지도 빈번해졌다. 안타깝지만 호기심을 끄는 건 없었다. 확인해 주었다시피 미혼이며, 부모님과 함께 부모님 명의의 집에서 산다. 당분간은 차도, 전세 살 일도, 집 살 일도 없다. 일일이 지우기도 귀찮아, 아예 번호를 막아버렸다.
대출은, 꼭 대출받는 사람의 인생대소사만이 이유가 되어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살다 보면 그런 일들이 생긴다. 겪어보면 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찰나였다 해도, 직원의 말과 표정은 대하기에 사치스러웠다. 돈 걱정 한 번 안하고 살아온 사람들은, 이런 점에서 결정적으로 세상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진다.


내 소득과 경력, 학력이 비슷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인지 몰라도, 나는 아니다. 금융의 니즈는 개별적이다. 여타 다른 영역과는 차원이 다르다. 현실의 레이어 중 돈은 제일 밑바닥 층에 단단히 달라 붙어있다. 내가 은행이라면, 고객을 아예 모른다고 전제하고 누구나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덧셈 정보’ 식의 마케팅을 하겠다. 대신, 궁금한 게 생기거든 언제든 마음 편하게 연락하라고 하겠다.

 

#3


어떤 회사의 영화 제작 방법. 모니터 요원 몇 십 명을 모아놓고, 신(scene)마다 점수를 매기게 한다. 산정하여, 점수가 높게 나온 신은 살리고, 낮게 나온 건 버리거나 고친다. 투자 결정과 철수도 그렇게 한단다. 누구 말대로, 전국민의 의견을 모을 수 있다면 기가 막힌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공식대로라면 말이다. 제 돈 날리기 싫어 꼼꼼하게 보겠다는데 입 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휘발된 영화의 본질이 안타까울 뿐이다.


예술은 생각하는 동기를 주며, 마음을 움직인다. 부분의 합만큼 슬픔이 커지는 게 아니라, 묵직한 하나의 덩어리가 가슴에 닿을 때 울음이 터진다. 수치화하기 어려운 것과 수치화할 수 없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수치는 문제를 풀기 위해 쓴다. 문제를 잘 풀었는가, 문제를 잘 이해했는가는 또 다른 이야기다. 마음의 계량화라니, 곱씹을수록 서글픈 말이다.

 

#결(結)


요즘 많은 자료를 보고 의미를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 세상에 자명한 일은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자료를 만지면서 내 눈썰미와 경험과 통찰에 대해 반성한다. 이 셋은 온전히 혼자 해나가야 하는 일이다. 추워도 밖에 나가서 생각하려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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